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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빈 Feb 04. 2018

상온의 표정으로

그동안 많이 추웠던 당신에게

시집 <다시, 다 詩> '상온의 표정으로' 中

 겨울에 울어 본 사람은 안다. 영하의 세계에서 눈물 흘리기 위해 제 몸은 얼마나 뜨거워져야 하는지를. 차갑게 식은 송장 되지 않기 위해 안으로, 안으로 인정의 장작을 패다 넣어야 하리. 겨울에는 사랑하고, 부디 이별하지 말아야 하리.


  한 번 이별을 겪었던 연인이 다시 만날 때, 기꺼이 마음의 방을 데워야 한다. 

  그 사람은 이미 너무 오랫동안 추웠다. 



상온의 표정으로


네가 온다고 해서 방을 데웠지

기다림은 서서히 달궈지고

등온선을 따라 방의 바깥으로, 바깥으로

밀려나던 겨울이 창에 걸렸지

안과 밖 사이 맑게 선 유리창이

그 날 너와 나 사이의 빙점이었을까

몇 밀리미터의 온기에 맺힌 물방울들

눈물이 꼭 저런 이유로 태어나곤 했지

소중한 누군가를 경멸하거나

비참을 껴안아야 하는 빙점에 설 때

주륵, 눈물은 흐르지

돌이켜 보면, 괜찮다는 말이 흰 눈으로 쌓이다가

문득 너는 그 눈 속에 갇혔던 거지

바라볼 때에만 아름다운 것

집도 잠도 되지 못하는 것이 사랑 말고도 또 있음을,

너는 눈을 파먹으며 깨달았던 거야


아득한 계절들을 건너

네가 내 온도 속으로 다시 들어오겠다는 소식에

나는 기꺼이 방을 데웠지

우린 서로 상온의 표정으로 인사를 하고

따뜻한 안부를 건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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