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나고 자란 에디터 zoon. 군대 훈련소에서 훈련을 마치고 운 좋게 서울로 자대 배치를 받아 올라오던 길이 아직도 생생하다. 더없이 삭막한 시골 훈련소를 떠나 한강대교를 지나던 때 보인 63빌딩. 63빌딩을 보고 향수를 느낄 줄이야. 고향에 온 듯 도시가 가져다준 안정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여전히 이런 경험을 종종 하곤 한다. 여행이나 출장으로 지방에서 서울로 올 때 롯데월드타워가 보이면 아, 이제 다 왔다는 생각. 웃긴 건 날이 좋은 날에는 동탄에서도 롯데월드타워가 보인단다. 결국 보여도 한참이나 더 가야 하지만 심리적인 거리는 가까워진 기분이랄까. 심지어 에디터의 집은 잠실에서도 40여 분이나 걸리는데 말이다.
사실 완공된 지 6년이 지나 새로운 랜드마크라는 수식어를 붙이기 애매하다. 하지만 기존에 서울을 지키던 63빌딩, 남산타워 같은 랜드마크에 비하면 아직은 싱싱한 랜드마크이다. 오늘은 서울에서 하늘과 가장 가까운 랜드마크인 롯데월드타워를 소개하려 한다.
에디터가 직접 체험한 서울스카이와 스카이브릿지투어 후기를 꼼꼼하게 담았으니 눈여겨보자.
롯데월드타워가 완공되기 전부터 완공되면 투어를 하겠노라 마음먹었다. '눈에 보이니 언제든 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에, 미루고 미룬 게 벌써 5~6년. 사실 적지 않은 투어 비용에 주저한 것도 있다. 이번엔 KKday에서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서울스카이 + 스카이브릿지투어 상품을 구매할 수 있어 기회가 생긴 김에 다녀왔다.
직장이 잠실 부근이라 평소에도 수없이 롯데월드몰을 지나다녔지만, 쇼핑이 아닌 투어를 목적으로 이곳에 간 건 처음이다. 너무나 익숙한 롯데월드타워지만 전망대로 가는 길은 새로운 공간에 온 듯 낯설다.
투어라는 말이 어울리게 서울스카이 전망대로 가는 곳곳에는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있다. 이곳에선 시즌별로 다양한 전시와 미디어아트를 진행한다. 지금은 우영우 신드롬에 힘입어 고래의 꿈이라는 주제로, '나는 고래' 전시를 만나 볼 수 있다.
전시와 미디어 아트를 즐겼다면 전망대에 오를 차례이다. 1분 만에 118층을 오른다고 홍보하는 엘리베이터. 1분인지, 2분인지는 잘 모르겠고 엘리베이터 삼면이 화면으로 되어 있어 오르는 시간이 순식간이라 느껴지는 건 확실하다.
전망대층에 오르면 가장 먼저 스크린으로 스카이쇼를 감상할 수 있다. 너무 속 보이는 홍보수단으로 전락할 뻔했으나 꽤나 괜찮은 반전을 갖고 있다. (방문할 사람을 위해 더 이상 스포 하진 않겠다.)
서울스카이 전망대의 관람 포인트는 스카이데크. 기네스 월드 레코드에 '가장 높은 유리바닥 전망대'로 오른 전망데크. 투명한 바닥을 통해 상공 500m에서 발아래로 펼쳐지는 매력적인 뷰를 감상할 수 있다. 복잡한 서울 도심을 미니어처로 보는 느낌이 이색적이다.
큰 통창으로 보는 서울 뷰는 더없이 아름답다. 한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답게 시야에 걸리는 요소 없이 탁 트인 시야를 자랑한다. 한눈에 보이는 한강과 남산타워, 서서히 저물어가는 해와 물드는 하늘빛은 더할 나위 없는 시간을 선물한다.
시간에 따른 서울의 풍경이 매력이지만 역시 도심의 매력은 야경. 도심 속 하늘의 별은 보지 못해도 바닥에 수놓은 별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색색의 조명과 길을 따라 거리를 비추는 가로등이 아름다운 야경을 완성한다. 익숙한 도심 속 낯설게 느껴질 서울의 낭만을 마음껏 누리길 바란다.
이번 투어의 메인 목적은 사실 스카이브릿지투어다. 액티비티를 너무 좋아하는 필자에게 빌딩 위를 걷는 투어는 그 자체로 기대가 컸다. 더욱이 도심 속에서 이런 액티비티를 즐기기 쉽지 않은데, 가까운 곳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만사가 귀찮은 직장인에게 아주 높은 가산점을 따냈다.
스카이브릿지투어는 서울스카이 전망대 117층에 입장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투어는 붉은색 점프 슈트와 각종 장비 착용 후 진행한다. 카메라로 서울 하늘을 담고 싶었지만 카메라를 갖고 투어는 불가하니 참고하자. 대신, 제공하는 목걸이 케이스 안에 휴대폰을 넣어 촬영할 수 있으니 그걸로 나마 아쉬움을 달래길 바란다.
우선 슈트가 참 예쁘다. 여행은 뭐니 뭐니 해도 사진이 잘 나와야 하지 않겠나? 붉은색 슈트가 노을 진 하늘에도, 반짝거리는 야경과도 퍽 잘 어울린다. 필자도 슈트가 예뻐서 사진을 여러 장 찍었는데, 누구라도 프사 몇 장은 건질 수 있을 것이라 자부한다. 며칠 전 본 탑건 덕분인지 슈트 입는 게 더 기분 좋았던 것 같기도.
롯데월드타워 도착 전 석촌호수에 다다랐을 즈음 비가 한 방울씩 떨어졌다. 너무 기대했던 투어라 하루 종일 날씨를 체크하며 조마조마했는데 결국 비가 떨어질 줄이야. 우중충한 하늘은 덤. 기대했던 만큼 날씨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오르자 거짓말처럼 날이 개었다. 이럴 때만 신앙심이 차오르는지 신께 감사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속물 같은 필자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오히려 비 온 뒤라 날을 잘 잡았다고 생각했다. 옥상 문을 열고 마주한 서울 하늘, 비온 뒤 구름이 섞인 투명한 하늘에 감탄이 터지더라. 그 하늘을 봤다면 아마 감탄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걸. 사진에 다 담을 수 없는 게 아쉽기만 하다.
해 지는 시간을 고려해 마지막 투어 타임인 19시~20시로 맞춰간 게 또 신의 한 수였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저무는 해가 만드는 하늘색이 찬란하다. 빛이 부드럽게 퍼지며 코랄빛을 냈다가 시간이 흐르며 붉은색 해와 푸른 하늘이 만나 보랏빛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창을 거치지 않은 하늘을 이 높이에서 맨눈으로 바라보는 게 얼마나 행복하던지.
스카이브릿지투어의 메인 이벤트는 이름과 같이 541m 높이의 스카이 브릿지를 걷는 코스이다. 롯데월드타워 최상층부에 위치한 구조물 사이를 가로지르는 스카이브릿지. 바닥은 당연히 뻥 뚫려있어 아찔한 뷰가 펼쳐진다. 541m 한가운데서 부는 바람이 어찌나 시원하던지 시야에 더해진 상쾌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투어 패키지는 사진 2장을 포함한다. 스카이브릿지 한가운데서 사진 촬영을 하는데, 강한 심장을 가졌다면 보다 과감한 포즈에 도전해 보길 바란다.
투어를 마치면 작은 기념품을 준다. 이게 뭐라고. 스카이브릿지투어 수료증과 사진을 주는데 다소 유치하지만 이런 굿즈가 또 투어의 매력 아닌가. 촬영한 사진은 120층에서 수령 가능하다. QR코드를 통해 다운로드할 수 있지만 화질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투어는 KKday에서 구매 시, 공식 가격인 10만 원보다 훨씬 저렴한 89,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예약 후, KKday에서 발송한 문자 내 모바일 입장권에 접속하고, 날짜와 시간을 등록하면 된다. 현장에서는 모바일 티켓만 보여주면 되기에 입장도 간편하다.
단, 당일 예약은 불가능하고 스카이브릿지투어의 경우, 이용 가능 시간대가 정해져 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확인 바란다.
결과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운 구성의 투어 패키지였다. 가장 먼저 서울에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액티비티를 즐긴 뒤 전망대 카페나 라운지에서 쉬어갈 수 있다는 점도 좋고, 서울의 하늘과 야경을 볼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지 않을 수도 없을 듯.
그중 최고의 매력을 꼽자면 창이나 구조물의 방해 없이 서울 하늘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투어를 즐길 예정이라면 날씨와 일몰시간을 고려해 물드는 하늘을 맘껏 누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