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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케이데이 KKday Sep 19. 2022

취향 가득한 용산 공간

용산 놀거리

핫플만 생기면 '-리단길'로 이름 붙이는 게 유행은 유행인가 보다. 경리단길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다고 이젠 용리단길도 생겼다. 유행한다 싶으면 다 따라 붙이는 K-밈쯤 되려나? 아, 앞에 K 붙이는 것도 밈이네.


국방부와 미군 기지가 오랜 기간 자리를 지키고 있던 용산. 그 중심으로 긴 세월 동안 삼각지와 신용산 부근에는 맛집과 상점들도 함께 자리 잡았다. 과거 용산이 아재 입맛을 사로잡았다면, 새롭게 바뀌고 있는 용산은 MZ 세대의 눈과 입도 사로잡고 있다. 


오래된 골목길에는 칼국수, 국밥집 사이사이에 와인 바나 카페가 함께 공존하고 있다. 또한 오래된 건물을 업사이클 해 오래됨은 간직하고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 시켰다. 그 덕에 AZ(아재)와 MZ 취향 모두를 만족시키는 동네로 탈바꿈했다. 취향 가득한 용산에서 당신의 취향도 찾아 즐기길 바란다.


1. 용산 효뜨


용리단길에 베트남을 옮겨놨다. 흉내는 어설퍼 보이기 마련인데, 이곳은 작정하고 컨셉을 잡았다. 투박한 빌라와 빌딩이 즐비한, 전혀 뜻밖의 공간에서 만난 베트남 풍경. 제법 제대로 만들어놓은 베트남 식당이 잠시나마 여행을 떠나게 해주는 이곳, 효뜨다.



어떤 점에서 베트남의 정취를 느꼈나 생각해 보면 세련되지 않은 투박함이 포인트인 듯하다. 효뜨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보이는 야외 테라스부터 정돈되지 않은 좌석 배치, 아무렇게나 놓인듯한 식물까지. 러프한 분위기가 동남아 어딘가 있는 쌀국숫집에 간 듯한 기분을 들게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내부의 많은 소품은 베트남에서 직접 공수해 온 것이라고.



편안함과는 거리가 먼 플라스틱 의자나 오래된 철제 식탁은 특유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다. 깔끔하거나 세련되진 않지만, 이런 자연스러움이 베트남 컨셉에 힘을 실어주지 않았을까?


2층엔 내부 좌석도 있지만 요즘 같은 날씨엔 무조건 야외 좌석을 추천한다. 충실한 컨셉은 물론, 시원하게 부는 가을바람 덕에 더 행복할 것이다.



효뜨에선 흔히 먹는 소고기 육수베이스의 쌀국수가 아니라, 닭고기 쌀국수를 선보인다. 진한 닭고기 국물이 깔끔하게 맛을 잡아준다. 기존에 늘 먹던 쌀국수보단 훨씬 맥주와 잘 어울릴 듯한 맛이다.


닭튀김은 꼭 시켜보길 강추한다. 사실 메인 음식이 부족해 시켰는데, 흔히 생각하는 사이드 음식이 절대 아니다. 부드러운 코코넛 향과 더없이 바삭한 식감의 조화가 기막히다. 에디터는 다음에 방문한다면 닭튀김부터 시킬 것이다.



평일 이른 시간에도 웨이팅이 있을 만큼 인기 있는 핫플이다. 왜인가 했는데 음식을 먹어보니 납득이 간다. 공간만큼이나 훌륭한 맛은 쉽게 살아남기 어려운 핫플에서 이곳의 인기를 유지시켜주는 가장 큰 요인이겠다.


분명 만족스러운 식사가 될 테니, 긴 웨이팅에 포기 말고 주변을 즐기다 방문해 보길 권한다. 진한 K-베트남의 맛을 느껴보고 싶다면 용리단길 효뜨로 떠나보길!


- 이용시간 : 매일 11:30-22:00 (주말 21시 마감)

- 주소 :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40가길 6

문의 : 0507-1320-2549



2. 포카치아 델라 스트라다



동남아를 즐겼다면 이번엔 유럽으로 떠나보자. 캐주얼한 이탈리안 포카치아를 맛볼 차례. 용리단길 골목길에 위치한 포카치아 맛집 포카치아 델라 스트라다를 소개한다.


누군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한국엔 김밥이 있다면 이탈리아엔 포카치아가 있다고. 원하는 토핑을 선택하고 여러 재료를 올려 간편하게 손에 들고 먹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꽤나 비슷한 뉘앙스 같기도. 



포카치아의 퀄리티는 천차만별이겠지만 오늘은 보다 캐주얼한 포카치아를 소개한다. 유럽식 포카치아와 햄, 샌드위치를 전문으로 취급하고 있는 이곳. 매장 안과 밖을 보면 뭔진 몰라도 유럽 음식을 팔 것 같이 생겼다.


크지 않은 매장 규모 덕에 유럽 길거리 어디에나 있을법한 가게의 분위기를 풍긴다. 이탈리아에서 유학을 마친 사장이 정성 들여 만든 공간이라고.



매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쇼케이스. 다양한 종류의 포카치아를 판매하고 있는데, 정갈하게 정돈된 포카치아와 샌드위치를 한눈에 볼 수 있고, 토핑이나 재료를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



쇼케이스에서 본 포카치아를 주문하면 손바닥만 한 조각이 통으로 제공된다. 직접 원하는 크기로 잘라 즐기면 된다. 처음 방문한 맛집에 가면 클래식하고 스테디한 메뉴를 먼저 맛본다. 추천받은 마르게리타와 풍기 포카치아를 주문했는데, 다른 메뉴도 궁금해질 만큼 기본 메뉴가 훌륭했다.


폭신한 포카치아에 곁들여진 치즈와 소스, 토핑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한입 베어 물면 입안 가득 퍼지는 향도 매력적이다.



앞서 말했듯 이곳은 햄 전문점이기도 하다. 슬라이스 햄 정도로 설명할 수 있는 콜드컷을 선보이는데, 여느 가게처럼 잘라놓고 판매하지는 것이 아니라 주문 즉시 슬라이스해준다. 다양한 콜드컷을 더 신선하고 풍미 있게 즐길 수 있다는 말.



테이크아웃이 가능한 이곳. 붉은색 상호가 프린트된 테이크아웃 박스도 힙하다. 푸른 잔디에서 힙한 박스를 펼쳐놓고 맥주 한 잔과 곁들이는 상상을 해보면 유럽이 따로 없다. 맥주는 캔맥주 말고 병맥주로!


- 이용시간 : 매일 11:30-21:00 (일요일 20시 마감, 화요일 휴무)

- 주소 :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46길 11

문의 : 070-4271-3377


3. 어반플랜트



도착할 즈음 되니 비가 후드득 떨어진다. 비 오는 날이면 힘이 쭉 빠지지만 이날만큼은 비가 와서 좋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비와 참 잘 어울렸던 이곳. 도심 속 고즈넉한 휴식의 공간, 어반플랜트를 소개한다.



서빙고의 한 골목길, 그 골목 사이에서도 입구로 향하는 좁은 길은 잘 둘러보지 않으면 여간 찾기 어려운 게 아니다. 카페가 있을만한 장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조용한 동네에는 오랜 시간을 담고 있는 한옥과 구옥이 자리 잡고 있다. 그 사이에 자리 잡은 어반플랜트 역시 오래된 건물을 그들만의 색깔로 재탄생 시켰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식물, 자연을 기반으로 공간을 전개한다.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중앙 정원. 매장 곳곳에 소나무 분재와 식물을 배치했으며 이전엔 마당이었을 공간에 물을 채워 작은 연못으로 만들었다.


돌계단을 통해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구조로, 돌과 물, 식물을 곳곳에서 누릴 수 있도록 배치했다.



오래된 구옥의 뼈대만 사용했고 거의 대부분 리모델링 했다. 전체적인 구조는 동네와 잘 어우러지지만 현대적인 인테리어로 트렌디함을 더했다.


외벽은 모두 통창으로 투명하게 만들어 안에서도 밖에서도 시야가 막히지 않는다. 분리된 공간이 아니라 안과 밖 모두 하나의 공간이 되길 바란듯한 그들의 의도가 보인다. 덕분에 기와를 타고 떨어지는 물방울을 보기에도 밖에서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기에도 아주 적당하다.



시간을 고스란히 담은 뼈대와 지붕, 노후화된 벽돌과 돌담. 정체된 시간을 흘러가는 시간으로 변화시키고 외면받던 이곳을 다시 발길이 닫는 곳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주변과 조화를 이룬 이곳을 보고 있자면 그 의도를 잘 녹여냈다 할 수 있겠다. 복잡한 도심 속에서 고즈넉한 편안함이 필요하다면 어반플랜트는 어떨지.


- 이용시간 : 매일 11:00-21:00

- 주소 :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59길 7-4

문의 : 070-4192-0936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찬바람이 기분 좋은 계절. 요즘만 같으면 좋겠다 싶은 이 가을을 더없이 행복하게 누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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