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가볼만한곳
혼자 하는 여행이 익숙지 않다. 사색을 즐기며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여행, 나 홀로 여행은 듣기만 해도 꽤나 낭만적인 여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여행 중 함께 호들갑 떨어야 할 사람이 있어야 하는 필자에겐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종목이기도 하다. 함께 여행을 하기로 한 일행의 일정에 차질이 생겨 의도치 않게 하루를 혼자 여행하게 됐다. 아쉬움을 표했지만 도저히 내 의지로 하지 못했던 낭만여행자가 되어 보는 기회는 사실 설렜다.
흔치 않을 기회에 부지런히 돌겠다며 호기롭게 강릉 바닷가를 해집고 다녔다. 바다가 다 같은 바다일까 걱정한 게 무색할 만큼 여행한 모든 곳이 각자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글을 읽을 독자의 취향을 다 알지 못하지만 세 곳 중 하나는 마음에 들 거라 확신한다. 원하는 취향의 바다를 만끽하길 바라며 준비했다. 바라만 보아도 힐링되는 강릉해변 세 곳을 소개한다.
혼자 여행의 첫 번째 스팟은 안목해변으로 정했다. 위로 경포, 강문 등 유명한 해변들이 위치해 있어 다음 코스로 이동하기에도 좋았고, 커피 한 잔을 하며 여행을 계획하기에도 알맞은 곳이었다. 500여 미터의 백사장이 넓게 펼쳐진 해변은 강릉 여행을 시작하는 첫 해변으로 아주 적당했다. 긴 백사장 뒤로 잘 만들어진 산책로를 따라 걷는 것만으로 떠나왔음을 실감하게 하니 말이다.
강릉이 가까워졌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ktx가 개통되면서 서울에서 1시간 30분 정도면 강릉에 도착한다. 이미 유명한 여행지이지만 당일치기도 가능해져 바다가 고픈 사람들에겐 강릉은 더할 나위 없는 곳이겠다.
강릉이 떠오르며 안목 해변은 함께 뜨거워지고 있다. 강릉을 대표하는 해수욕장이라 하면 경포대를 떠올 릴 수 있겠지만, 볼거리, 먹거리, 즐길 거리가 어우러진 안목 해변은 가볍게 떠나온 여행객들의 발걸음을 끌어들이고 있다.
동해바다의 푸른색을 좋아한다. 깊고 맑은 강릉바다는 영롱한 푸른빛을 담아내고 쨍한 가을볕을 받아 투명함을 더한다. '바라만 보아도 좋다'라는 말이 참 잘 붙는 풍경이다. 바닷소리도 좋지만 이어폰을 꼽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바다를 즐기는 건 혼자 여행에 감성을 더한다. 혼자 하는 여행이 역시 낭만적이라며 괜히 작은 허세를 부리듯 천천히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
강릉 하면 바다를 먼저 떠올리겠지만 바다만큼이나 커피로 유명한 곳이다. 한국 1세대 바리스타인 박이추 선생과 테라로사 등 대형 로스터리의 영향으로 커피 전문가 집단이 만들어졌고, 커피를 직접 볶는 문화가 만들어졌다. 유서 깊은 강릉의 '차' 문화에서 비롯된 커피문화는 자연환경과 차 문화가 어우러져 '강릉커피'라는 하나의 브랜드로 가치를 만들어냈다.
안목해변은 이런 강릉의 커피 문화를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긴 백사장을 따라 오션뷰 카페들이 늘어져있다. 카페를 사랑하는 필자에겐 행복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곳이다. 카페가 정말 많지만 어느 하나 비슷한 느낌은 없다. 밀집된 카페 시장이 맛과 분위기의 수준을 높여 놨다고 봐도 될 만큼 카페마다 서로 다른 개성을 담고 있다.
몇 곳의 카페를 들렀지만 하나같이 뷰가 아름답다. 바다를 보며 먹는 커피가 맛있다 느껴지는 걸 보면 자린고비의 맛이 이런 맛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카페마다 제공하는 오션뷰와 분위기, 커피의 맛이 모두 다르니 천천히 둘러보며 원하는 곳에서 좋은 시간을 즐겨보자.
- 주소 : 강원 강릉시 창해로14번길 20-1
송정해변은 이번 여행 계획에 없었다. 강릉 다른 해변들에 비해 크게 갈만한 요소를 찾지 못했다. 스쿠터를 대여하러 가는 길, 송정해변을 만난 건 행운이었다. 그 길을 가지 않았더라면 이 한적함과 편안한 바다를 누리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사실 계획에 없었기에 어딘지도 모른 체 해변과 소나무 숲을 보고 홀린 듯 발걸음을 옮긴 곳이 알고 보니 송정해변이었다. 송정해수욕장은 경포나 안목 등 유명 해변에 비해 비교적 알려지지 않았다. 포털사이트에 검색해도 부산 송정해수욕장이 나올 정도. 그만큼 송정해변은 로컬 해변의 한적한 느낌을 담고 있다.
핫한 휴가철 해수욕장의 번화가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이곳 방문을 추천하지 않지만, 아주 잔잔하고도 조용한 해변의 느낌은 또 다른 강릉바다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오히려 편의시설이 많이 없어 감사한 바다랄까?
송정해변의 매력은 넓게 펼쳐진 소나무 밭이다. 바다 근처 해송을 많이 보긴 했지만 이렇게 대규모 소나무 밭은 처음 본다. 바닷가에서 피톤치드를 만끽할 줄이야, 밭이라기보다 숲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겠다. 울창한 소나무 숲, 그 앞으로 넓게 펼쳐진 해변의 조화는 쉼과 편안함을 자아낸다.
숲과 바다가 만들어낸 자연의 아름다움으로 감싸진 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도 제격이겠다. 차 문을 활짝 열고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시원하게 달린다면 더 바랄 게 없는 힐링여행이지 않을까?
얼마 전만 해도 뜨거운 볕에 더위를 피했었는데, 선선해질 때에야 비로소 볕의 따뜻함이 기분 좋다. 가을볕이 따뜻한 시간대에 방문하는 걸 추천한다. 소나무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빛이 가을 숲의 따뜻함을 더하니 일상에 쌓인 스트레스를 가을볕으로 일광건조해 보는 건 어떨지.
바다와 소나무 숲을 즐기는 사람들이의 모습이 퍽 보기 좋다. 높게 뻗은 소나무 숲 사이를 산책하기도, 가만히 앉아 바다를 즐기기도 한다. 어떤 모습으로 던 자유를 향유함이 잘 어울리는 곳이다. 캠핑 체어만 있어도 근사한 쉼터가 된다. 모래 위 의자 하나 박아두고 바다의 청량함에 피톤치드 토핑으로 여유로운 정취를 즐겨보자.
- 주소 : 강원 강릉시 송정길30번안길 20-3
조용하고 한적했던 송정해변, 번화하고 활기가 넘치는 안목해변, 상반된 분위기의 해변 모두를 가보기에 시간이 부족하다면 그 중간쯤의 느낌인 강문해변을 추천해 본다. 한적하지만 따분하지 않은, 화려하지만 북적거리지 않는 적당함의 조화를 이룬 강문해변을 소개한다.
경포대나 안목에 비해 덜 유명하지만 점점 개발되어 지금은 굉장히 쾌적한 시설의 해변이 됐다. 기존엔 식당, 카페 몇 개만 있는 작고 아담한 해변이었지만 지금은 카페거리라 해도 될 만큼 카페와 음식점이 많아졌다.
하지만 안목이나 경포처럼 사람이 많지 않아 비교적 차분한 시간을 즐기기에도 적당하다. 바다를 보며 조용히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기에도 좋은 장소겠다. 강문해변 주변에 작은 포구인 강문항이 있어 싱싱한 회를 맛볼 수 있는 건 덤이다.
관광지로 꾸며놓은 바닷가의 포토존들을 봤지만 강문해변의 포토존들은 콘셉트를 잘 잡았다는 생각이 든다. 원색의 해산물 조형물이 없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겠지만, 화이트톤의 감각적이고도 심플한 포토존은 푸른빛 강릉바다와의 조화를 잘 이룬다. 너른 백사장에 바다와 함께 요즘 감성을 잘 녹여냈다.
화려하지 않지만 강문과 잘 어울리는 다양한 포토스팟이 준비되어 있다. 진부하지만 늘 그렇듯 바다에 왔으니 인증샷 하나쯤은 남겨야 하지 않을까?
강문은 바다와 호수가 만나는 곳이다. 담수어와 해수어가 함께 살다 보니 오리나 새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다양한 어류가 살고 있어 낚시 포인트로도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이미 다리 아래쪽은 낚싯대를 펴고 기다리는 사람이 꽤 보인다. 필자도 요즘 낚시에 빠져 좋은 낚시 포인트를 보면 낚싯대를 던지고 싶지만 고기보다 세월을 더 많이 낚은 건 비밀이다.
강릉과 경포를 이어주는 솟대다리는 강문의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바다 위에 있는 다리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다리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기분은 청량함 그 자체다. 뛰어난 바다 풍경으로 솟대다리는 일출 명소로도 유명하다. 필자는 아침형 인간은 아니므로 일출을 볼 생각조차 하지 않지만, 부지런한 독자께선 다리 위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본다면 특별함은 배가 되겠다.
- 주소 : 강원 강릉시 창해로350번길 7
시답잖은 밸런스 게임 주제로 산 vs 바다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지형 대부분이 산과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우리나라에선 산과 바다는 익숙하고도 친숙한 여행지겠다. 필자가 답을 해본다면 주저 없이 바다를 꼽겠다. (차로 갈 수 있는 산 한정) 물론 산도 좋아하지만 내륙에서 나고 자란 내륙인에겐 바다는 늘 특별한 곳이 되어준다.
여행으로도, 생각을 정리하기에도 어느 때여도 바다는 늘 옳았다. 선선한 가을바람에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강릉 바다로 떠나보는 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