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끝나기 무섭게, 서운할 틈도 없이 찾아온 크리스마스의 계절. 두어 달 정도는 크리스마스의 계절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괜스레 설레고 벅찬 시즌이 돌아왔다. 온 거리는 반짝이는 것들로 가득하고 어딜 가든 캐럴이 흘러나오는데 설레지 않는 것도 어렵겠다.
'우리 집엔 굴뚝이 없는데 산타는 어떻게 들어오지..?'하는 걱정을 할 때부터 막연한 로망 같은 게 있었다. 영화 <나 홀로 집에>에 나오는 커다란 2층 집에, 키를 훨씬 넘는 트리, 타닥 소리를 내며 타는 벽난로, 거리는 눈으로 뒤덮이고, 상점들은 붉은색 옷으로 갈아입은 그런 장면 말이다.
지극히 한국적인 환경에서는 절대 이뤄질 수 없었겠지만 이 시즌만 되면 케빈이 되고 싶었던 어린 내가 생각난다. 이제는 산타를 믿는 이에게 산타의 비밀을 지켜줄 나이가 됐지만, 크리스마스는 여전히 설레고 행복하다.
필자와 같은 로망이 있는 독자들을 위해 준비했다. 그 로망이 조금이나마 채워지길 바라며 오늘은 서울 잠실에서 즐길 수 있는 크리스마스 스팟을 소개한다. 더없이 낭만적인 크리스마스를 누리길 바란다.
작년 겨울 명소 중 한곳을 꼽자면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꼽겠다. 당시 스크린과 조명으로 아름다운 외관을 연출해 극찬을 받았다. 총괄했던 유나영 부장이 방송에 출연할 만큼 화제가 됐던 핫플 중 하나였다.
이번에도 신세계백화점은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진행하지만, 올해 여러 백화점들이 단단히 준비를 해, 혼자 돋보이지는 않는다. 대표적으로 롯데가 이를 갈고 이번 시즌을 준비했다고.
잠실에 옮겨놓은 크리스마스 광장, 샤롯데가든을 소개한다. 아, 특정 브랜드의 광고글은 아니다. 오해가 없도록 '내힘내스팟' 정도로 정리하며 글을 시작한다.
에디터의 글을 쭉 읽어왔다면, 필자가 잠실로 출퇴근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 것이다. 1~2개월 전 롯데월드몰 앞 광장은 공사가 한창이었다. 워낙 행사를 많이 하는 곳이라 공사 장면은 일상적이었지만, 완성된 모습은 여태껏 봐왔던 모습 중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다.
샤롯데가든이라 이름 붙여진 이곳은 누군가의 로망 속 크리스마스 광장을 그대로 옮겨놨다.
근처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18m 높이의 크리스마스 트리. 높이와 아름다움은 비례하는지 높게 뻗은 초록 잎 사이로 빼곡히 자리 잡은 조명과 장식이 조화를 이룬다. 눈부시게 아름답다는 말은 이런 장면을 보고 하는 말일지도.
트리를 중심으로 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정원 입구는 작은 테마파크의 입구처럼 꾸며져있는데, 이국적인 무드를 풍긴다.
입구에 들어서면 시선을 어디로 돌려도 반짝이는 것투성이다. 낭만을 강요하는 정원이니, 강요당한 낭만에 취해 낭만적인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
이 정도로 감탄하긴 아직 이르다. 롯데가 이를 갈았구나 느낀 대목은 바로 회전목마가 있는 이곳이다. 광장 중앙에 장식용이 아닌 실제 회전목마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테마파크에서 회전목마만큼의 존재감을 가진 스팟이 있을까? 그냥 게임 끝이다. 회전목마 하나로 이 광장은 유럽 작은 마을의 테마파크가 됐으니 말이다. 꿈꾸던 유럽의 크리스마스를 잠시나마 느낄 수 있으니, 크리스마스의 로망을 실현하고 싶다면 샤롯데가든은 어떨지.
혹시 던컨 장난감 가게를 아는지? 영화 <나홀로집에 2>에서 케빈이 비둘기 장난감을 산 상점이다. 이제 좀 기억나는 사람이 있으려나?
2000년대 초 뉴욕의 겨울 분위기는 크리스마스 그 자체였다. 그 몽환적인 분위기가 얼마나 부럽던지. 그 시절 뉴욕의 크리스마스는 아니지만 던컨 장난감 가게 정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롯데월드몰 크리스마스 팝업 마켓을 소개한다.
많은 이들이 뉴욕에서 던컨 장난감 가게를 방문하면 대부분 허탕 치고 돌아온다는 후문이 있다. 던컨 장난감 가게는 뉴욕 빌딩의 외관만 세트장으로 꾸민 것으로, 내부는 따로 촬영한 세트장이기에 갈 수도,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곳이 모티브로 삼은 곳은 아마도 독일 로텐부르크의 케테 볼파르트가 아닐까 싶다. 케테 볼파르트는 1년 내내 크리스마스 용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1년 내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풍긴다.
이번 팝업스토어에선 다양한 브랜드를 만나볼 수 있지만 가장 반가웠던 건 케테 볼파르트의 팝업 마켓. 일본 롯폰기에선 부스를 운영 중이긴 하지만, 아시아엔 직영점이 없다. 이번 크리스마스 시즌엔 국내에 들어와, 실물을 선보이는 흔치 않은 기회라고.
브랜드 자체에서 직접 제작하는 소품과 다양한 목각 인형들, 굿즈와 소품들까지. 퀄리티 높은 소품들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더해 준다. 그 외에도 와인이나 접시, 식료품과 식물 등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다양한 제품을 판매한다.
비싼 건 눈으로 담고 저렴한 건 장바구니에도 담아보는 것도 좋겠다.
최근 팝업스토어가 유행이지만, 근래 본 팝업스토어 중 손에 꼽을 만큼 무드를 잘 잡았다. 중앙에 놓인 장식 구조물과 머리 위를 수놓은 조명들, 곳곳에 놓인 가로등까지. 어릴 적 꿈에 그렸던, 아니 잠시 잊고 있었던 던컨 장난감 가게를 다시 떠올리게 한 팝업스토어에 감탄과 찬사를 보낸다.
한 해를 마무리하기 전, 크리스마스가 없었다면 그 아쉬움을 어떻게 견뎠을지. 남은 한 해를 더없이 낭만적으로 마무리하길 바란다.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