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인 정신일까? 혁신적인 기술일까?
얼마전부터 SNS에서 내 눈을 붙잡는 스타트업 회사의 광고가 있었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실리콘 밸리가 아닌 Phoenix에서 시작한 기업이라는 점이었다. 누구나 스타트업이라 하면, 실리콘 밸리를 연상하게 되고, 실제로 스타트업(Start-up)이라는 용어도 실리콘 밸리에서 처음으로 생겨난 말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런데, 이 스타트업은 실리콘 밸리가 아니란다. 그래서 달라도 좀 다르겠구나 하고 관심이 높아지던 차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보니 co-founder가 한국사람임에 틀림없는 이름이다. 물론, 더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이름으로 봐서는 그렇다.
스타트업(Start-up)이라 함은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설립된지 얼마되지 않은 창업 기업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이전 단계라는 점에서 벤처와 차이가 있다. 1990년대 후반, 닷컴버블로 창업붐이 일었을 때 생긴 말로 보통 고위험, 고성장, 고수익 가능성을 지난 기술, 인터넷 기반의 회사를 지칭한다.(한경경제용어사전)
오늘 오후 3시, 나는 이 스타트업의 매장에 있다. 터프트앤 니들은 매트리스 회사이다.
매트리스 회사가 무슨 혁신적인 아이디어 있겠으며, 얼마나 남다른 기술로 매트리스를 만들길래 스타트업이라 할까 하는 의문을 나만 가질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오늘 매장을 방문하고 결국 나는 매트리스를 주저없이 구입했으며, 이 스타트업에 강렬한 호감을 갖게 되었다.
1. 매장에 들어가니, 밝은 인상의 두 청년이 노트북 앞에서 이메일과 이름을 묻는다. 잠시 기다리란다.
2. 의자에 앉아 남편과 수다를 떨다가 내 이름을 부르는 밝은 청년을 따라 가니, 깔끔한 침대가 놓인
호텔방이 나온다.
3. 편하게 즐기라며, 질문이 있으면 이따가 해달라며 방문을 닫아주고 나간다.
4. 밀폐된 방안에서 원하는 만큼 신나도록 아이들은 침대에서 뛰고 나와 남편도 누워보고 만져본다.
5. 몇가지 질문에 친절히 답해주며,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된다하고 잘가라고 인사받고 매장을 나온다.
나는 분명히 매트리스 매장에 갔는데, 잘 정돈된 호텔룸에서 공짜로 편히 쉬고 나온 딱 그 느낌이다.
그 어떤 Push도 없다. 그저 편안히 누워보고 앉아보고 느껴보고 나오면 그만이다. 매트리스의 성분이 라텍스인지 메모리폼인지, 그 두가지를 섞은 것이지 전혀 중요하지 않았으며 내가 몸으로 누어보고 느낀 그것이 그대로 살아 있는 것이 전부였다. 왜 이럴까 하고 찾아보니, 창업자 중 한명인 JT Marino가 신혼에 쓸 침대를 구입하러 다니면서 겪은 나쁜 경험이 이 스타트업을 태동시킨 동기였다고 한다. 세일즈맨의 친절을 가장한 강요에 대한 불편함과 턱없이 높은 가격으로 구입했지만, 전혀 편안하지 않은 침대로 부터 갖게 된 문제 의식이 그 시작이었던 것이고, 그것은 고스란히 이 회사의 혁신적인 판매형태로 구현되어 있었다.
이것이 처음이자 끝이었다면, 나 또한 '그래 그럴 수 있지' 했을 것인데, 그다음에 받은 사소한 감동도 나에겐 혁신적이었다. 주차장에 매우 귀여운 아이스크림 트럭이 서 있었고, 사람들이 차에 타기전에 이탈리안 젤라또를 들고 맛나게 먹고있는 모습에 나도 가서 돈을 내고 사려고 하니, 돈을 받지않고 Tip만 주면 된단다.
회사에서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아이스트림 트럭을 운영하는 것이었고, 우리 가족은 단돈1달러 팁으로 시원하고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즐길 수 있었다.
아... 이것봐라 싶었다. 매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아이들을 대동한 가족이거나 연인같아 보이는 사람들이다. 매트리스를 혼자서 보러 오는 사람은 드물텐데, 아이스크림 하나로 잠재고객의 마음을 이리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싶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서비스란 돈을 지불한 고객에게 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것도 사지 않는 사람에게 그것의 가격이 얼마되지 않더라도 기분좋은 경험을 주는 경우는 난 그리 많이 보질 못했던 터라 이 섬세함이 혹은 고도로 계산된 듯한 사소함이 꽤나 혁신적으로 보였다.
위 두가지로 80%쯤 내 마음은 기울었지만, 100프로는 아니었는데 결국 구매를 바로 하게 만든 것은 이 다음이다. 구입 후 100일 이내에 맘에 들지 않으면 전액 환불을 해주는데, 환불의 방법이 기가 막히다. 45kg에 육박하는 매트리스(King size 기준)를 다시 리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매장이라고는 Phoenix에 꼴랑 한개인 이 스타트업이 취한 방법은 Donation이다. 리턴하고 싶다면, 인근 가까운 지역의 도네이션 센터에 기부만 해주면 알아서 가져가준단다. 얼마나 기가 막힌 방법이란 말인가!
생각해보자. 단 며칠만 누워도 그것은 다시 팔 수도 없거니와 수거해가는 비용이 오히려 더 들 수도 있는 제품을 도네이션하니 수거비용도 덜 들고, 기부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는 살리고 고객이 느끼는 심리적 부담도 덜어낸다. 사실상 100일이 아니라 한달만 누워 잔다면, 왠만해서는 리턴하기가 어렵다. 몸이라는게 적당히 적응도 해줄 뿐더러 4,50kg의 매트리스를 박스에 구겨 넣는 일은 왠만해서는 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리턴을 하는 경우가 그리 흔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100일동안 맘편히 쓰라는 것을 넘어서 쓴 것은 기부를 한다고 하니 좋은 일을 하는 기업 이미지와 더불어 누군가 사용했을 수도 있는 매트리스를 재활용하지는 않겠구나 하는 확신도 덩달아 주게 되니 이런 Good idea가 있겠는가 말이다.
나는 오늘 터프트앤니들이라는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것이 목적한 바가 아니다. 분명히 이 기업의 매트리스는 뭔가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졌다는 것 같았고, 그안에 남다른 기술이 있다고 했던 것도 같다. 매트리스가 딱 한 종류로 사이즈만 달랐으니까.
즉, 이 회사도 여느 스타트업들처럼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내 맘을 사로잡은 것은 그 기술이 아니라 그들의 혁신적인 정신이었다. 그들의 매트리스에서 자면 얼마나 잠이 잘 오는지, 피곤하지 않은지 물리적이고 과학적인 데이터로 설명했다면 난 잘 들으려하지 않았을 것 같다. 현란하고 Wow하는 IT기술에 대해 솔직히 나는 잘 알지 못한다. 그것이 얼마나 혁신적인지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은 혁신적인 기술이라는 것의 기본은 얼마나 사람에 대한 이해를 하고 있는가라는 점이다. 이해의 폭이 넓을수록, 깊이가 깊을수록 그 기술로 인해 사람들의 삶이 더욱 윤택해지고 즐거워질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혁신의 근간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오늘 만난 터프트앤니들은 투자자들에게서 엄청난 액수의 투자금액을 유치했는지 어떤지 전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매우 혁신적이고 인상적인 스타트업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