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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이 Mar 17. 2016

격리 생활

가족이라는 사실의 바탕

주변에 꽤 많은 사람이 있다

사람 때문에 외롭기도 하고

사람 때문에 아프기도 하지만

사람이 없어서 고민인 적은 없었다

그래서 이 격리 생활이 당혹스럽다


뜬금없이 눈병이 왔다

거울로 보는 내 모습이 꺼려질만큼

눈꼽 비슷한 물질들은 계속 생겨나고

두 눈은 빨개져서 미생의 오차장을 마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렇게 격리 생활이 시작됐다


어머니는 명의다

명의의 원천은 종편이고,

명의의 전담 환자는 늘 아들이다

그런데 이번엔 좀 다르다

명의는 손길을 아예 거뒀다

격리다

안방, 안방 화장실, 부엌외에

어머니는 철저하게 발길을 끊으셨다

이럴 때면 어머니도 명의도 아니고 남이다


안다

연세가 있으신 어머니가 눈병에 걸리시면 안된다는 것, 나하나로 족하다는 것

그런데 쳐다만봐도 옮을까

눈길도 쉬이 주지 않으시는 어머니 덕분에

마음이 헛헛하다


사람이 필요하다

안심했었는데, 나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필요한 사람일 뿐이다


헬조선이 암울한 건

'헬조선' 때문이라기 보다는

'헬조선'을 같이 견뎌낼

사람의 부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눈병이 왔고,

눈병은 엄마를 남으로 만들었다

엄마에게 눈병을 전이시킬 생각은 없다

눈병걸린 아들은

엄마의 다른 눈빛이 고팠을 뿐이다

그래도 괜찮다

엄마가 가족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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