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하고 싶은 건 많지만, 꿈은 없어요.

by 유정

지금 생각해 보면,

내 인생은 20대를 지나며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대략 20년이 훌쩍 지난 이야기다.

지금과는 사회적 분위기가 많이 달랐던 시절,

나는 논술을 보기 싫어서

논술을 보지 않는 대학의 경영학과에

특차로 입학했다.


경영학과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도 모른 채 입학했고,

공부와는 담을 쌓은 채

학교는 친구들을 만나 놀기 위한 공간으로

열심히 다녔다.


2학년을 마치고는

남들이 하길래 휴학도 한 번 해보고,

3학년으로 복학해서부터는

나름 마음을 잡고

전공 공부에 매진해 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전공과목 중에서도

회계 과목은 늘 나에게 먼 나라 이야기였고,

학과 공부에서 도무지 흥미를 느낄 수 없었다.


공부하는 방법을 잘 몰랐던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공부를 해야 할 동기가 없으니

공부에는 아무런 의미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미래에 대한 계획도,

뚜렷한 꿈도 없던 나에게

그래도 마음에 품은 바람 하나는 있었다.


그건 바로

‘해외에서 살아보는 것’이었다.


다른 나라의 언어를 잘하게 되어

외국어로 된 책을 읽고 싶다는 로망이 있었던 나는

당시 일본어를 배우고 있었는데,

일본어 학원 선생님의 워킹홀리데이 경험담을 듣고

큰 고민 없이 일본에 가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당시 한국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 시급이

2,000원이었던 것에 비해

일본의 편의점 시급은 900~1,000엔,

환율로 치면 약 9,000원에서 10,000원 선이었다.


게다가 아르바이트만으로도

먹고살 수 있다는 말은

그야말로 꿈같은 이야기였다.


그 당시의 나에게

내가 일본어를 얼마나 할 수 있을지,

그곳에서 혼자 잘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

유학은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었는데,

내 힘으로 해외에서 살아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니.

그 당시의 나는

굳이 여러 가지를 계산할 필요가 없었다.


결심이 서자

혼자 서울에 있는 일본 대사관에 가서

사증(VISA)을 신청해 보고,

비행기 티켓도 끊고,

‘동유모’라는 카페를 통해

머물 기숙사도 정했다.


그렇게

모든 것이 순조롭게,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었고,

아빠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는 일본으로 떠났다.


아무리 찾아봐도

여기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그 무언가가 거기에서는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근거 없는 기대감을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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