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결혼으로, 고독에 마침표를 찍다.

by 유정

그렇게 지진을 뒤로하고

나는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창밖으로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한동안
다시 오고 싶지 않을 것 같은 마음을
가슴 깊이 묻은 채
조용히 일본과 이별했다.


그렇게

내 20대를 보낸 시간들을 뒤로한 채

이제는

다시 한국에 적응해야 했다.


다행히

일본에서 거래처였던

한국 회사에서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해 주었고

덕분에 나는

서울로 상경할 수 있었다.


한국인데

적응할 게 뭐가 있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서울 생활이 처음인 나에게

서울은 도쿄에 처음 갔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말이 잘 통하고

더 이상

타국에 사는 이방인이 아니라는 것뿐.


사실

한국에서 사회생활을 해 본 적이 없던 나는

물가부터 직장문화까지

모든 것이 낯설었다.


한 가지 익숙한 것은

야근뿐이었다.


일본에서 그랬던 것처럼

한국에서도

나는 야근을 생활처럼 했다.


그때는

워라밸이라는 단어조차 없던 시절이었고

회사생활에서 야근은

당연한 미덕으로 여겨졌다.


그렇게 첫 회사를 다니다

여러 사정으로 이직을 하게 되었고

새로 들어간 곳은

미국계 회사였는데

이전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의 회사였다.


그곳에서도 야근은 끊이지 않았고

나는 여전히
누구보다 많은 일을 해냈다.


그러다
평생의 파트너도
만나게 되었다.


그는 말수가 적은 상사였고

모두가 그를 어려워했지만

나는 이상하게

그가 어렵지 않았다.


그 편안함 때문이었을까.


미혼이던 그와 나,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어울리는 시간이 늘어났고

어느새

우리는 비밀연애를 하게 되었다.


그때 당시

결혼적령기였던 그와 나는

사귄 지 한 달 만에

결혼 이야기를 나누었고


다음 달에는

양가 인사를,

그다음 달에는

상견례를 진행했다.


그렇게

사귄 지 약 5개월 만에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


혼전임신도 없이

5개월 만의 결혼이라니

주변에서는 의아해했지만


나는

이 모든 과정이 만족스러웠다.


그냥 좋았다.


그에 대한 확신도 있었고

무엇보다
내 가정이 생기고
내 삶에 안정이 생긴다는 것이
좋았다.


일본에서

퇴근길에 불 켜진 집들을 보며

늘 생각했었다.


‘저 안에서는

가족들이 함께 웃고 있겠지.

외롭지 않겠지.’


그 생각뒤에 따라오는

쓸쓸함과 고독함은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슬픔 같은 것과 연결되어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도 이제 기회가 왔고

그런 따뜻함을

이제 내가 느낄 수 있다니


그걸 해낸 내가

스스로 뿌듯했다.


그렇게

나는 결혼과 함께

오래 곁에 두었던 고독과

조용히 이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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