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모두와 같은 속도로 흐르지 않았던 나의 시간

by 유정

결혼 후의 시간은

잔잔하지만 따뜻하게 흘러갔다.

여느 부부들처럼

말다툼도 하고 기싸움도 했지만

서로를 아끼는 마음만은 분명했다.

그 시절은

내가 살아온 시간 중

가장 평온한 시간이었다.


그런 평안한 순간들 사이로

간간이 들어오는

걱정거리가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임신’이었다.

나는 사실 아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결혼을 하고 나니

어느 순간부터

아이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늘 노력으로 이룬 내 인생이니

아기를 만드는 것도

과학적인 근거를 기반으로

노력을 하면 이루어질 거라고

아주 쉽게 생각했다.

맘카페에 가입하여

임신에 대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날짜를 맞추어 노력을 해보아도

아기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느끼는

날이 쌓여갈수록

내 마음에도 불안이 쌓여만 갔다.

어떤 노력에도

내가 계획한 대로 임신이 되지 않았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렇게 조바심 낸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었는데,

그때의 나는 아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임신 성공’이라는 성공 경험에

몰입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믿어온

내 삶의 방식이

처음으로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1년,

또 1년이 지나는 동안

신혼생활도 즐거웠지만

남들은 다 쉽게 생기는 것 같은데

나에게만 쉽지 않은 것 같은 생각이

나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하염없이 시간이 흐르던

어느 날,

매달 정기적으로 하던 생리가 늦어져

한달음에 병원으로 달려갔다.

병원에서 테스트기로 검사를 하니

처음에는 테스트기에 아무런 반응이 나오지 않아

임신이 아닌 것 같다고 하였다.

실망과 서운함이 뒤엉킨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고

대기실에 나와서 돌아갈 준비를 하던 그때,

갑자기 의사가 뛰어나와 나를 붙잡았다.

“테스트기 반응이 양성 나왔습니다. 임신이시네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안도감과 함께 성공이 눈앞에 성큼 다가온 듯하였다.

동시에 나는 내 노력이 빛을 발한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그 기쁨이 채 하루를 가지 못하였다.

다음 날 아침 출혈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회사를 빠질 수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한 채

불안한 마음을 안고 회사에 출근을 하였는데

점심때쯤부터 출혈이 점점 심해졌고

나에게 실패가 다가왔음을 직감하였다.

속상함과 우울한 마음을 다잡고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

기다렸다는 듯이

극심한 통증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첫 번째 아기는

잠시 왔다가

임신 가능성이라는 작은 신호와

끝이 보이지 않는 기다림만을 남긴 채

떠나가고 말았다.

그 일이,

너무 속상하기도 하고 억울하기까지 하였다.

하지만 내가 속상하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에

다시 희망을 가져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차차 임신에 대한 생각이

집착임을 깨달았고

그걸 깨닫는 순간

이건 아니다 싶었다.

‘아기가 빨리 생기면 너무 좋겠지만

언제 올지 모르는 아이를 막연히 기다리며

마음을 졸이면 나만 힘들구나.

아이가 없으면 없는 대로

우리의 생활을 즐겨야겠다.‘

그렇게 생각을 바꾸고 나니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고

더 이상 조바심을 내지 않아도 되었다.

그렇게 또다시 시간이 흘러 1년쯤 후에

드디어! 아기가 찾아왔다.

오랜 기간 난임인 사람들에 비하면

짧은 시간이었을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간절한 긴 기다림이었다.

그 기다림 끝에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소중한 아기를

만날 수 있었다.

아이가 찾아오는 순간은

내가 원하는 때가 아니라

'아이도 우리를 만날 준비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이제서야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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