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그 순간, 제일 힘든 건 아이입니다

by 유정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유아의 경우에는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는 능력이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마음을 부적절한 행동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학령기 아동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표현력과 논리력은 조금 더 자라 있지만,

자신의 감정을 오롯이 느끼고 설명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유아를 만나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대부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문제행동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고심 끝에 치료실을 찾는 경우가 많다


치료실에서도

자연스럽게 아이의 문제행동에 초점이 맞춰지고,

그 행동을 어떻게 줄이고 바꿀 것인지에 대해

부모와 함께 고민하게 된다


물론 그것은 꼭 필요한 과정이며

그로 인해 아이의 삶이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니까.


하지만 가끔은 문제행동에 너무 초점이 맞춰진 나머지

그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아이의 어려움과 힘듦이 뒤로 밀려나는 순간을 보게 된다.


기관에서 문제행동이 보고되고

그 내용이 부모에게 전달되면

부모는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왜 저랬을까?’

‘우리 양육 방식이 잘못된 건 아닐까?’

‘집에서 교육을 더 엄격하게 해야 하나?’


그 과정에서

정작 아이가 느꼈을 감정은 놓쳐지는 경우도 많다.


문제행동은 분명 수정되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그보다 조금 더 먼저 보살펴야 할 것은

아이가 그 순간 얼마나 힘들었을지,

어떤 감정 상태였는지를 살펴보는 일이다.


모두가 아이의 행동만 바라보고 있을 때,

아이는

‘아무도 내 편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스스로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찬 감정이었기에

조절되지 않은 행동으로

튀어나왔을 수도 있다


만약 그 순간,

아무도 이 아이를 안아주지 못했다면

아이는 큰 불안과 공포를 느꼈을지도 모른다.


현실적으로 기관에서는

한두 명의 교사가 여러 아이를 돌보다 보니

모든 아이를 충분히 안아주기 어려운 상황도 많다.


그래서 문제행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왜 그랬는지 묻기 전에

먼저 따뜻하게 한 번 안아주는 건 어떨까.


그 순간

혼자서 많이 힘들었을 아이에게

엄마의 품만큼 안전한 곳은 없을 테니까.


그렇게 아이에게 안전기지를 제공한 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천천히 이야기를 나눠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