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라는 역할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역할이지만,
그 역할을 잘 해내는 일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나 역시 부모로서,
또 치료실에서 많은 부모들을 만나며
“부모라는 건 참 어렵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부분은
일관성을 유지하는 일이다.
양육과 관련된 책을 한 번이라도 읽어본 부모라면
‘일관성이 중요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생활 속에서
어떻게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는지까지
알고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이론과 현실 사이에는 언제나 간극이 있기 때문이다.
치료실에서
가장 자주 마주하는 비일관성의 모습 중 하나는
바로 '이중메시지'다.
예를 들어, 아이를 단호하게 제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부모가 웃는 혹은 온화한 얼굴로 말하는 경우가 있다.
부모의 말은 분명 제지이지만, 표정은 허용에 가깝다.
아이들은 말보다 먼저 표정과 분위기를 읽기 때문에,
이 상황이 허용인지 제한인지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
또 다른 예로는, 학습적인 부분에서는
아이에게 나이에 맞는 수준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아이가 스스로 해볼 수 있는 일은
부모가 대신해 주는 경우다.
어떤 순간에는 아이를 ‘크게’ 대하고,
또 어떤 순간에는 ‘아기처럼’ 대하는 태도
역시 아이에게는 혼란이 된다.
많은 부모들은 자신의 태도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다.
하지만 그것이 ‘이중메시지’이고,
더 나아가 비일관적인 양육 태도라는 것까지
명확히 인식하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혹은 인식하더라도
바쁜 일상 속에서 그냥 지나쳐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종종 치료 과정에서
객관적인 지표를 살펴보기 위해
[부모 양육태도 검사]를 실시하기도 한다.
자기 보고식 검사이기 때문에
결과를 보면 “어느 정도는 예상했다”라고
말하는 부모들도 많다.
하지만 막상 수치로 마주하면
적지 않은 충격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이 검사는
부모에게 상처를 주기 위한 것도,
완벽한 부모가 되라고 요구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다만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거나
애써 외면해 왔던 자신의 양육 태도를
한 번쯤 마주해 보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부모의 비일관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부모의 태도가 일관되지 않을 때,
아이들은 쉽게 불안을 느끼고 정서적인 혼란을 겪는다.
오늘의 부모와
내일의 부모가
다를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아이는 항상 눈치를 보게 된다.
이러한 정서적 긴장은
아이의 정서 발달뿐만 아니라
인지 발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결국 아이를 힘든 상황에 놓이게 만든다.
완벽한 부모는 없다.
하지만 아이에게 예측 가능한 어른이 되어주는 것,
말과 행동이 크게 어긋나지 않는 태도를 유지하려는
노력만으로도 아이에게는 충분한 안정감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