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함께되서 즐겁고 싶은 아이들

by 유정

상담실에는 종종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찾아오는 아이들이 있다.


이 아이들의 이야기를

조금만 더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

대부분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아주 좋아하는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어떤 아이는 기차를 좋아한다.

그냥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열차의 종류와 번호, 역 이름을 줄줄이 외우며

이야기할 때면 눈이 반짝인다.


또 다른 아이는 곤충을 좋아한다.

아이들이 곤충을 좋아하는 건 흔한 일이지만,

이 아이는 특정 곤충 하나에 깊이 빠져

만나는 사람마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며

그 자체를 무척 즐거워한다.


아이들이 이렇게

특정한 주제에 몰입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그것을 아이의 단점이 아니라

강점이 될 수 있는 씨앗이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를 좋아하고,

오래 관심을 유지한다는 것은

이후의 삶에서도 어떤 것을 꾸준히 해 나갈 수 있는

지구력을 이미 갖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지점은 따로 있다.

이 아이들이 사회적 상황 속에서

상대의 마음을 살피는 방법을

아직 배우지 못했다는 점이다.


상대방의 관심과는 상관없이

내가 아는 것,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만 계속 이어가거나

그것을 중심으로 한 놀이만 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또래 아이들이 하는 놀이에

쉽게 섞이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다

다시 혼자만의 놀이로 돌아가게 된다.


그렇다면 이 아이들은 정말 혼자가 좋은 아이들일까.


내가 만난 아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이 아이들 중 많은 아이들은

누구보다 관계를 원했다.

다만, 그 방법을 알지 못했을 뿐이다.


관계를 시도했다가 어색해지고,

거절당하고, 멀어지는 경험이 반복되면서

그 부정적인 기억들이 차곡차곡 쌓인다.

그리고 그 경험은 아이의 마음에 불안정함으로 남게 된다.


이런 아이를 둔 부모는

가정에서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사실,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아주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아이의 마음이 머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는 일이다.


아이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는 곳이 없다면

집에서라도 해야 한다.

부모가 귀 기울여 들어주고, 끊지 않고, 재촉하지 않고,

충분히 함께 머물러 주는 경험은

아이에게 아주 중요한 정서적 토대가 된다.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그다음에는 아이가 조금씩 알게 될 수 있도록

곁에서 도와줄 수 있다.

“엄마, 아빠는 네 이야기가 재미있어.

하지만 모든 사람이 항상 재미있어 하지는 않을 수도 있어.”


이런 말들을 훈계가 아니라 설명으로,

평가가 아니라 정보로 아이에게 전해줄 수 있다.

또래와 함께할 때에는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상대도 같은 마음인지

먼저 물어보는 경험을 집 안에서부터 천천히 해 볼 수 있다.


아이가 사회적 눈치를 조금씩 배워갈 때까지는

부모가 아이의

첫 번째 선생님이자

상담사가 되어 주면 어떨까.


만약 그것이 버겁게 느껴진다면,

아이를 혼자 두거나 방치하기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아이를 위한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혼자라서 행복한 아이는 없다.

함께가 되는 방법을 아직 잘 모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