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오지만 너는 오지 않았다
씻겨가지 않는 네가 밉다
오랜만에 내리는
아니 쏟아지듯 퍼붓는 비에
오랜 시름과 불안이 말끔히
씻겨가길 바란 것은 욕심이었나 보다
산사태의 경고 문자와
범람과 결항의 문자에
끊임없이 울려대는 전화지만
끝내 너의 소식은 닿지를 않았다
재즈음악을 즐겨 듣고
전시를 좋아하며
따뜻한 국물을 좋아하던
너에게 어쩌면 오늘 같이 비 오는 날
내 생각이 날지도 모르겠다
내 바람일지 모르겠지만
내가 손수 끓여준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지 않을까
큰 우산을 함께 쓰고 걸었던 순간들이 떠오르진 않을까
비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오는데
너는 끝내 마음 하나를 넘지 못하고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