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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이 Dec 06. 2019

나는 대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 사람일까.

어떤 인생 목표를 세울 것인지 찾기 위해 책 두 권을 구매했다. 유시민 작가의 <어떻게 살 것인가>와 모치즈키 도시타카의 <보물지도>였다. 먼저 유시민 작가의 <어떻게 살 것인가>를 먼저 보기로 했다.      


유시민 작가는 많은 책을 집필했는데 나는 이 중에서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만 봤다. 책의 작가로서 많이 접하기보다 썰전을 통해 많이 봤다. 만난 적도 없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 잘 알지는 못 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많은 지식과 정보를 알려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좋아하는 편이다.      


표지 바로 뒤에 저자 소개가 나온다. 저자는 여기서 자신을 지식소매상이라고 표현했다. TV에서 이런 표현을 쓰는 것을 본 적이 없어서 곱씹어보게 됐다. 그러다 지식소매상이라는 단어를 인터넷에서 검색해봤다. 명확한 정의는 없는 것 같다. 저자는 ‘유용한 지식과 정보를 찾아 요약하고, 발췌하고, 해석하고, 가공해서 독자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드는 것’을 ‘지식소매상’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순간 ‘내 인생도 지식소매상이 되는 것으로 설계해야 하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가슴이 막 뛰는 느낌은 아니라서 넘어갔다.      


축구를 취미로 즐겨야 하는 사람이어야 했다

저자는 돈벌이가 되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사람을 ‘프로’라고 했다. 나도 예전부터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면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도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즐거워하면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쉽게 말하면 먹고살기 위해서 일을 하고 있다고 본다.      


나는 운동을 많이 좋아하는 편이었다. 외가가 운동선수 집안이었기 덕분에 운동신경도 다른 친구들보다 좋은 편에 속했다. 엄마는 6남매 중 맏이였다. 엄마와 바로 밑에 동생인 큰 외삼촌만 운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고, 작은 외삼촌과 이모들은 운동선수였다. 그래서 외가의 사촌동생들은 거의 한 가족마다 한 명씩 운동선수다.     


초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거의 매일 야구, 농구, 축구를 하면서 놀았다. 중학생 때는 농구와 축구를 많이 했다. 고등학교 1학년까지는 농구를 많이 했고, 친구들과 한 편이 되어서 농구 동아리 선배들과 시합을 할 때는 거의 대부분 이겼다. 그래서 2학년 때 농구 동아리에 들어갔다. 그러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이 개최됐다. 그 후부터 농구에서 관심이 멀어졌고, 거의 매일 친구들과 축구를 했다.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와 가까운 곳에 대학교가 있었고, 그곳에서 대학생 형들과 시합을 했다. 한참 수능 시험 준비를 해야 할 시기였지만 수업이 끝나면 저녁까지 축구를 했다.      


때문에 나는 위장 크림이 필요 없을 정도로 얼굴색이 많이 탔다. 자외선 차단제를 매일 바르고 다녀도 소용이 없었다. 어떤 때는 친구들이 나에게 깜깜한 밤에 나를 보면 치아밖에 안 보인다고도 했다. 성적은 계속 떨어졌지만 그만큼 축구를 많이 좋아했다.     


하지만 내가 물려받은 운동신경은 반쪽짜리였다. 원래 운동을 하려면 어릴 때부터 제대로 배워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그런데 초등학생일 때는 워낙 다른 친구들보다 성장이 느려서 눈에 띄지 않았다. 다 성장한 지금도 내 나이 때의 평균 키 정도다. 나는 축구선수가 되기보다 축구를 취미로 즐기는 사람이 되어야 했다.     


즐겁게 할 수는 있지만 그것으로 돈을 벌 수는 없었다. 유시민 작가가 책에 쓴 것처럼 ‘프로’가 될 수 없었다.      

책을 몇 장 넘겨보다 한 문장이 눈에 띄었다.      


좋아하는 일을 잘할 수 있어야

‘좋아하는 일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포기하고 산다면, 그 인생은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없다.’     


이 말이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봤다. 좋아하는 일을 하지 못 하면 이도 저도 아닌 인생을 살게 된다는 것일까.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도전해봐야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의미 있는 인생을 살 수 있다는 말인 것 같다. 

    

좀 더 읽다 보니 ‘무엇이든 좋아하는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일을 하면서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는 문장이 나왔다. 사실 나도 예전부터 이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결국 못 찾았던 것뿐이다. 좋아하는 것을 잘하는 게 좋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못 찾았다.      


무엇이 먼저인지는 잘 모르겠다. 좋아하는 것 중에서 잘하는 것을 찾아야 하는지 아니면 잘하는 것 중에서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하는지 말이다. 하지만 지금 내 상황에서는 잘할 수 있는 것 중에서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할 것 같다.      


몇 년 전부터 느낀 것이지만 나는 좀 재미없게 산 사람 같다. 친구들은 겨울만 되면 스키장에 놀러 다니는데 한 번도 스키를 타본 적이 없다. 또 친구들은 여러 가지 다양한 취미활동을 하는데 나는 그런 편은 아니다. 이건 사실 자의 반 타의 반이긴 하지만 말이다. 축구 외에 특별히 취미라고 할 만한 것이 없는 것 같다. 그나마 독서를 좋아하는 편인 것 같다.     


집에 있을 때 책을 읽으려고 하는 편이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었다. 이것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아버지께서 출판·인쇄 사업을 하셨기 때문에 집에 책이 많아서 그랬을 수도 있고, 아버지께서 주말에 여유 시간이 있을 때면 책을 읽으셨기 때문에 그 옆에서 아버지를 따라서 책을 읽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선천적으로 독서를 좋아했을 수도 있으려나. 지금 생각해보면 한 가지 이유 때문에 책을 많이 읽었던 것은 아닐 것 같다. 이모들은 우리 집에 놀러 올 때면 사촌동생들은 책을 안 보는데 나는 책을 많이 본다며 엄마를 부러워했다.      


주로 읽었던 종류의 책은 위인전과 역사소설이었다. 역사소설을 많이 좋아했다. 지금은 책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말이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책을 많이 읽지 않았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그때부터 직장생활을 할 때까지도 책을 많이 보지 못한 것 같다. 서점에서 책을 좀 구매하긴 했지만 제대로 끝까지 읽은 책은 몇 권 안 될 것 같다. 오히려 퇴사하고 읽은 책이 훨씬 많을 것 같다.     


아무튼 축구와 독서 외에 취미라고 할 만한 것이 떠오르지 않는다. 지금까지 참 재미없게 살아온 사람 같다. 이런 상황이니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이 굉장히 어렵게 느껴진다. 나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먼저 찾고 그중에서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이런 고민을 10대나 20대에 했어야 했는데 35살에 하고 있다. 늦어도 너무 늦은 것 같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지금이라도 고민을 한다는 것이 어디냐는 생각이 든다. 40대, 50대에 고민을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다.     

나도 내 마음이 어디로 흐르는지 알고 싶다. 내가 정말 어떤 일에 꽂혀서 열정을 갖고 할 수 있을지 알고 싶다. 내가 작년 이맘때 인생 목표를 찾고 계획을 세우려다가 안 된 이유가 내 마음이 어디로 흐르는지 찾지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아니, 그때도 찾으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만큼 열심히 고민한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 구체적인 답을 생각하지 않고 피해 왔던 문제인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할 것 같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솔직히 어려운 일이다. 지인들에게 물어봐도 마땅한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아니, 내가 받아들이지 않았을 수도 있는 걸까.      


이직하려고 면접을 봤을 때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너는 어떤 사람이냐”라는 질문이었다. 그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어떤 사람인지”라고 대답했다. 나만 이런 질문에 답하기 어려운 걸까. 다른 사람들은 쉽게 대답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자기를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뻥튀기해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여럿 봤지만, 진지하게 그런 생각을 한 사람은 못 본 것 같다. 상대방과 이런 이야기를 할 일이 없었던 것이 맞는 걸까. 어쨌든 나에 대해 자세히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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