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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작가 May 04. 2020

'희로애락'

'촌철살인'

나이가 들면서 대화를 하다 보면 자신의 의도한 바와 다르게 말이 길어지기도 합니다. 하려고 했던 말만 딱 하고 쓸데없는 이야기는 자제하여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입을 닫고 지갑을 열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는지도 모릅니다. 나이는 먹고 말이 많으면 젊은 친구들이 느끼기에는 인생의 대선배인 스승이 이야기하는 촌철살인 같은 이야기가 아닌 듣기 거북하고 지루한 말로 들리기에 그래서 나온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옛말에 ‘다언삭궁(多言數窮)’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노자(BC 6세기경 활동한 도가의 창시자)’ 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로, 말이 많으면 곤란한 일을 자주 당한다는 의미입니다. 무릇 말이란 많이 하면 할수록 실언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말을 가려서 하고 때에 따라서는 침묵하는 것이 최고의 절제일 것입니다. 말의 여백이 오히려 주저리주저리 하는 말 보다 훨씬 잔잔하면서 강한 여운을 남기는 의사전달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상대방에게  전달될 때 말의 일부를 다하지 안 했어도 ‘청자(聽子)’ 입장에서는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것이 의사전달을 잘하는 사람이고 기술자입니다.


K-POP 아이돌 그룹인 ‘방탄소년단’이 2018년. 유엔본부가 초청한, 미국 뉴욕 행사장 연설에서 'Speak Youself'를 외친 적이 있는데, ‘자신의 목소리를 내자’라며 세상에 던진 메시지는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틀에 박힌 연설문의 내용(메시지)이 아니고 전 세계인을 향한 당당한 자신의 목소리를 낸 것이었습니다. 진정성 있는 자신의 말이 결국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희망을 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옛 성인들의 ‘아포리즘(Aphorism)’은 그리스어로 ‘정의’를 뜻하며 단어로써 훌륭한 속담이나 격언 등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히포크라테스(BC 460년경 키오스에서 활동한 그리스의 기하학자)’ 의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는 격언이 대표적인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역시 고대의 유명 철학자들이 '소피스트(sophist)'들을 상대로 절제된 말을 통하여 이야기한 것이 당대를 거쳐 현대에 까지 전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말이라고 같은 말이 아닌 것이지요. 


오래전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 ‘친구’(곽경택 감독, 2011년)에서 주인공인 ‘동수(장동건)’가 빗속에서 칼부림을 당하면서도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라며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은 명장면으로 꼽힙니다. 또한 사형선고를 받을 줄 알면서도 법정에서 ‘준석(유호성)‘ '살인을 했다고 시인했냐’는 법관이 묻는 질문에 ‘쪽 팔려서 인정했다’고 고백하는 장면 역시 영화의 압권으로 인정받기에 충분합니다. 

비록 영화이지만, 작품 속에서 주인공이 이야기하는 멋진 대사(말)가 있기에 영화의 흐름 속에서 명장면으로 거듭나는 것입니다. 결국 내가 행한 좋은 말들이 격언이 되고 명대사가 되며, 인생을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자양분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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