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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작가 May 04. 2020

'희로애락'

'소확행 & 목적이 이끄는 삶'

과학문명의 발달에 힘입어 인간이 놀 수 있는 마당은 그야말로 무한 확장되었고, 심지어는 인공지능 기술을 응용한 로봇과 대화하며 놀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20세기 초반 네덜란드 출신의 역사문화학자 ‘요한 하위징아(1872∼1945)’는 그의 저서 ‘호모 루덴스(1938년 출간)’에서 놀이와 유희에 재미있는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놀이는 단순히 문화의 한 요소가 아닙니다. 문화 그 자체가 놀이의 성격을 지닙니다. 

우리는 인간을 ‘호모 사피엔스’ 즉, 생각하는 존재로 부르는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이성을 숭배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낙관적 사고가 삶의 전부인 양 믿었던 때가 있습니다. 이제 인간은 냉정한 이성의 세계에 빠져 존재하기보다 활발하게 감성을 움직이며 삶을 만드는 사람을 ‘호모 파베르’라고 부릅니다. ‘감성적 활동’은 ‘창조적 활동’ 이상으로 중요합니다.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로 알려진 ‘가브리엘 마르셀(1989∼1973)’은 인류를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로 여행하는 인간으로 정의했는데요.

삶의 재충전을 위해 필요한 시간은 ‘여행’만 한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혼자 다니는 여행도 좋고, 가족과 같이 다니는 여행도 좋고, 친한 친구들과 같이 다니는 여행도 좋습니다. 잠시나마 시름을 잊고 일상에서 벗어나 오롯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동행한 일행들과 담소도 나누고, 행복하게 음식을 먹을 때 자유를 느끼 기고합니다. 요즘 ‘혼밥’도 대세인 것 같습니다. 혼자서 무엇인가를 먹는다는 행위야 말로 현대인에게 주어진 최고의 힐링(치유)이라는 생각이 들며,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낄 것입니다. 언제부터인가 20, 30대를 중심으로 불기 시작한 ‘소확행’ 열풍이 현대사회에 개인의 라이프스타일뿐만 아니라 기업 마케팅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영화, 출판시장은 물론이고, 유통, 여행업계에서는 ‘소확행’을 내세워 마케팅하는 곳이 많습니다. 


실제로 집에서도 카페처럼 브런치를 요리할 수 있는 커피머신, 토스트, 주스기 매출이 늘고 있고 과시용 장거리 해외여행보다 일 상속 짧은 여행을 선호하는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소확행’ 트렌드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합니다. 어떻게 보면 ‘소확행’은 미래가 없는 삶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오를 수 없는 ‘철의 장막의 시대’를 살고 있는 청년층의 기류를 반영하고 있는 듯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작은 행복을 적극적으로 찾는 삶의 방식이야말로 스트레스가 심한 현대인들이 가져야 할 현명한 태도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확행’의 트렌드는 많은 삶의 변화를 가져왔다는데 부인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소확행’은 집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미시며 조용히 삶을 즐기는 프랑스의 ‘오캄(Au Calme)', 장작불 옆에서 코코아를 마시는 것처럼 편안하고 안락한 덴마크의 ‘휘게’(Hygge)와 비슷하다면서 ‘한국에서도 선진국형 행복 추구 방식이 나타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습니다.


 ’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 겨울밤 부스럭 소리를 내며 이불속으로 들어가 군고무마에 소설책을 읽는 것‘, ‘와인을 마시며 유튜브에서 다양한 가수들의 노래를 감상하는 것’, ‘저녁을 먹으면서 가족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것’ 등의 우리 일상에서 소확행의 패턴은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 소확행‘은 일본의 소설가 ’ 무라카미 하루키‘가 1986년에 펴낸 에세이집, ’랑겔 한스 섬의 오후‘에서 언급한 단어입니다. 

‘이키가 이(いきが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키’는 ‘삶’, ‘가이’는 ‘가치’, ‘보람’의 일본어로 매일매일의 작은 삶 속에서 가치와 보람을 찾는 사람을 빗대어 표현한 말입니다. 연세 드신 할머니가 손녀를 봐주며 보람을 느끼는 것, 무료 급식소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보람을 찾는 것 등이 해당된다 할 수 있겠습니다.


‘라테 파파’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셔도 좋습니다. ‘라테 파파’는 스칸디니아 반도 부근 스웨덴, 스위스 등의 나라에서 육아휴직을 낸 가장들이 한 손에는 유모차, 한 손에는 라테를 든 아버지를 의미합니다. 이쯤 되면 전 세계적으로 ‘소확행’의 트렌드는 만국 공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와 관련, 또 다른 신종어로 ‘무확행’(무모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있습니다. 어떤 것이 있을까요? SBS 방송에서 방영되고 있는 ‘정글의 법칙’에서 ‘병만족’(개그맨 김병만을 비롯하여 많은 연예인들이 출연)은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맨손으로 뚝딱하고 집을 짓는가 하면, 차디찬 바다에 거침없이 뛰어들고, 작살 하나로 먹거리를 구하러 나서는 등 언제가 투혼과 열정을 보여주며 정글에서 살아남는 법을 보여줍니다. 이렇듯 도전의식으로 험지를 자원하여 가서 다소 고생스럽지만, 그 와중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경우가 ‘무확행’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영국의 한 남자가 갑자기 쓰러져 숨을 안 쉬고 있어 죽었다고 생각하고 병원 영안실에 안치했는데 수십 시간이 지나고 죽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기적적으로 다시 살아나 미스터리한 그 사람을 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하여 물었습니다. ‘사후 세계를 보았습니까?’ 그 사람은 숨이 끊기는 찰나에 그간 살았던 생이 수분 간 파노라마처럼 흘러가며 전생이 보였다 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지금껏 열심히 살지 못한 걸 후회했다 했습니다. 삶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한 번뿐인 인생입니다. 행복할 것인가? 불행할 것인가? 는 결국 자신의 마음속에 달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1871∼1945)’는 ‘생각하는 데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을 했습니다. 신념 없이 사는 건 등대 없이 칠흑 같은 밤바다를 항해하는 것과 같다고도 했습니다.

 ‘YOLO(욜로)’는 한 번뿐인 인생이니 하루하루 충실하자는 것입니다. 그냥 막살자는 것은 아니고 미래에 대한 대비 없이 오늘을 흥청망청 하자는 것도 아닙니다. 오늘을 충실히 살다 보면 내일도 충실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돈을 많이 벌어 돈을 많이 가진 게 풍요하게 아니라 적은 돈이라도 그 돈을 합리적으로 써서 내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게 풍요라고 생각하는 주의입니다.

 

이처럼 ‘YOLO’는 소비와 라이프스타일의 방향과 목적을 바꾸고 있습니다. 물질보다는 사람을 중시한다는 점, 일상의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는다는 점도 같습니다. 이처럼 욜로가 최근의 라이프스타일이 된 것은 물질만능주의와 성공을 위해 살아가던 삶에 실망하고 신물이 낫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삶의 유연함도 좋지만, ‘목적이 이끄는 삶’이 한결 더 아름답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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