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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작가 Jun 23. 2020

'나는 자연인이다.'

나는 작가다 공모전


某 방송국의 프로그램 중에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가 있습니다. 방송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 프로만큼은 유독 자주 즐겨보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한 번쯤은 봤을 프로로 특히, 중년 남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두 명의 개그맨이 우리나라 전국의 산이나 섬을 찾아다니며 거기서 거처를 정하여 살고 있는 분들의 자연스러운 삶과 인생을 조명하는 프로인데, 방송에 나온 분들의 삶에서 다양한 삶의 애환과 저마다 살아가는 삶의 생활을 에누리 없이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 산에 들어오기까지 많은 힘든 과정이 있었고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자연으로 들어온 사람들이었습니다. 자연인 중에는 건강이 안 좋은 분들, 사업에 실패하여 부도를 맞고 극단적인 삶을 택하려고 했던 사람들, 자녀를 잃고 실의에 빠져서 힘든 삶을 잊어버리려고 산을 택한 사람 등 무수한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자연인이 된 사람들이었습니다.

처음에 자연으로 들어오려고 할 때 주위의 가족이나 지인들이 많이 만류하였고 자신도 잘 살아갈 수 있을지 망설였다 했습니다. 그러다 어려운 결정을 하고 막상 자연으로 들어와서 산속에 새, 꽃, 나무, 강을 벗 삼아 살다 보니 오히려 도시에 있었던 것보다 더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처음 몇 달간은 사람이 그리워 많이 외로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거처를 직접 만들고, 먹을거리를 해결하고 작은 텃밭에 농사를 지으면서 바쁘게 살다 보니 지금은 외롭지 않다 했고 다시 도시로 나가라 하면 절대 나가지 않겠다고 하며 자연 속에서의 생활이 정착되어 오히려 좋다고 까지 했습니다.

방송에 나오신 어떤 분은 아들이 두 명이 있는데, 자식농사를 잘 지어 두 명 다 우리나라의 최고 학부(S대)에 다니고 있다 했습니다. 그리고 자신도 남부럽지 않은 직장에 다니며 임원까지 지냈다 합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안정적 직장생활을 뒤안길로 남겨둔 채 자연인이 된 것입니다. 그분이 왜 산속에 들어와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분의 대답은 이러했습니다.

가족들에겐 훌륭한 가장이 되려고 정신없이 살았다 했고, 직장에서는 능력 있는 샐러리맨이 되려고 열심히 일했다 했고, 하루하루 바쁘게 살다 보니 세월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게 빨리도 흘러가서 어느덧 5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고.. 어느 순간 자신의 인생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놓아두고 산속을 택한 이유라 했습니다.
돈도 벌만큼 벌었고 명예도 얻을 만큼 얻었고 자식들도 다 잘되었는데, 돌이켜보니 자신의 인생은 '뭐지'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그 이후 그 깨달음으로 말미암아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합니다. 사랑하는 가족도, 직장도, 돈도……. 모든 것을 내려놓으니 마음이 편해졌다 했습니다. 산속에 들어와서 해보지 않았던 농사도 지어보고, 손수 밥도 해 먹으면서 자연을 벗 삼아 살다 보니 너무 행복하다 했습니다. 별도 보이고 달도 보이고 새의 울음소리도 꾀꼬리 같은 소리로 들려오기 시작했답니다. 자연 속에서는 잃을 건 없고, 얻는 것만 있다 했습니다. 자연이 주는 풍요로움에 건강도 좋아지고 새 삶을 얻은 것 같다는 이야기이었습니다. 도시에도 별도 있고, 달도 있는데 그때는 왜 그것이 보이지 않았을까 요? 너무 바쁘게 사는 도시인들에겐 그런 낭만이 없었던 것입니다.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를 좋아하는 분들의 마음속 기저에는 '내 주변에 가족이나 친구 등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은연중에 외로움이 있다. 어차피 인생은 홀로서기이고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인생이니, 외로울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어서 기회가 된다면 방송에 나오는 자연인처럼 자연 속에서 사는 것을 꿈꾸고 있는 많은 분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등산을 좋아해서 간간이 지인들과 등산을 합니다. 북한산, 수락산, 청계산, 아차산 등 산의 수려함에 시간이 허락된다면 건강과 삶의 여유를 위해 산을 탑니다. 등산 중에 많은 등산객들을 만납니다. 대다수가 건강을 위해 등산을 하지만, 어떤 분들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산악회를 가입하여 주기적으로 산행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산악회 사람들과 정보도 공유하고 일상의 삶에 대하여 이야기도 나누고 준비한 음식을 나누어 먹으면서 하루를 보내는 것이 외로움을 풀 수 있는 유일한 낙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르는 일행들과 산행을 하다 보면 나이, 직업 등 물어보기 전에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하산하여 식사 겸 반주를 한잔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그간 살아왔던 자신의 인생을 안주삼아 말 보따리를 풀어놓습니다. 그 말에 공감해주면 그제야 적나라하게 자신의 아픈 사연, 기구한 운명 등 참으로 말하기 어려웠던 개인사를 꺼내며 눈시울을 붉힙니다.

처음 겉모습만 보았을 때 전혀 예견 못했던 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누구나 아픈 사연을 하나쯤은 안고 살아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가슴 아픈 사연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누구나 완벽한 삶은 없는 것입니다. 같이 등산을 했던 일행 중, 70대를 바라보는 선배가 한 말이 뇌리에 박혀서 마음을 울립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 외로운 거야! 외롭지 않게 보일 뿐이지!', '너무 우울해하지 마. 그리고 삶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마!',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지?'...   

by: 코끼리 작가(kkhcop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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