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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작가 Jun 28. 2020

확증편향

나는 작가다 공모전

- '확증편향(確證偏向, Confirmation bias)' -

친한 선배와 모처럼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선배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조심스럽게 저에 대한 충고를 한마디 하였습니다. 선배는 저를 너무 잘 아는 분이셨고 오랫동안 만나왔기에 일거수일투족을 관심 있게 보고, 저에 대한 행동을 눈여겨보아 왔었기에 어렵사리 말을 꺼낸 것이었습니다.

선배의 충고는 ‘자네가 사람들의 말에 대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아. 특히, 자네에 대해 농담 식으로 꺼낸 이야기를 기분 나쁘게 생각하고 과민반응이 많으니,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러 버리는 편안한 마음을 가지는 게 좋다는 생각이야. 그게 다 습관이 될 수 있거든...’ 선배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머리가 멍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언뜻 생각해보면, ‘자신에 대한 비평적인 이야기를 하거나, 상대방의 말이 나 자신에 대한 비꼬는 듯 한 이야기인데, 그걸 듣고 가만있으라고?’ 하는 자조 섞인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제 자신을 돌이켜보니, 제 자신이 별것도 아닌 것에 자존심이 상하여 상대방이 이야기한 것에 마음이 상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그야말로 별것도 아닌 것에 과민반응을 보인 것입니다. 그 선배가 어쩜 저에 대해 정확히 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대로 저 자신이 그런 성격을 가지고 있었는데, 저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없었고, 저 또한 아무렇지 않은 듯 혼자 제가 옳다고 하는 것은 옳은 것이었고, 제가 한 행동에 문제가 없다고 인식하면서 오히려 상대편이 잘못한 것만 보이는 편향된 생각을 가져왔던 것이 문제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확증편향(確證偏向, Confirmation bias)’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선택 편향의 한 종류로서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무시하는 성향을 의미합니다. 대척점에 대한 경계, 방어심리에서 주로 나타나는 심리현상으로 자신이 믿는 것에 반하는 정보들은 찾으려고 하지도 않고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고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믿으려고 하지도 않으며, 자신의 견해와 입장을 무시하는 정보는 자신에 대한 비난이나 도발로 여기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하는 현상입니다. 헬싱키 대학의 심리학자 ‘에로넨’ 교수는 대학생들에게 ‘캐럴’이라는 이름의 한 평범한 여성이 TV를 시청하는 모습이 담긴 한 컷의 만화를 보여주었습니다. 만화에는 ‘캐럴은 숙제를 해야 한다는 걸 기억해요’하는 자막이 쓰여 있었습니다. 그런 다음 숙제를 해서 교수에게 제출하는 모습이 담긴 다른 만화 한 컷을 또 보여주었는데, 교수로부터 숙제에 대한 평가도 받았다고 덧붙여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교수가 학생들에게 물었습니다. ‘캐럴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어떤 학생들은 캐럴이 숙제를 위해 즐겨보던 TV를 끌 줄 아는 부지런하고 똑똑한 여성일 거라고 답했고, 어려운 숙제도 꽤 잘 해낼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캐럴은 TV만 보는 게으른 여성이며 숙제도 쉬운 것만 골라할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답한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아무 감정도 담겨 있지 않은 지극히 중립적인 만화 두 장면을 보고 어떤 학생들은 긍정적으로 또 다른 학생들은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것입니다.

평범한 실험이었습니다. 시각은 사람에 따라 다르기 마련이니까요. 그리고 5년 뒤 ‘에로넨’ 교수는 실험에 참가했던 학생들을 추적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캐럴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던 학생들 대부분이 졸업한 뒤 하나같이 불행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취직을 못해 백수로 지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힘들게 살아가거나,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고 있었다 합니다. 그럼 캐럴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학생들은 어떠했을까요? 놀랍게도 하나같이 행복한 삶을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좋은 직장에 취직해 좋은 대우를 받으며 승승장구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좋은 여자를 만나서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사람들이 많았다 합니다. 아무 감정도 없는 똑같은 만화를 보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던 학생들은 불행한 삶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학생들은 대조적으로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국은 자기 자신이 현실을 창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자신이 걸어오고 생각하고 목표한 계획 데로 이루겠다는 신념이 현재 ‘지금’ 이 자리 성공의 자리에 있게 된 것입니다. 세상은 자신이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다.

결국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생각입니다.
‘생각은 말이 되고, 말은 행동이 되며, 행동은 습관이 되고, 습관은 인격을 형성하며, 인격은 운명을 좌우하게 되는 것입니다.        

by: 코끼리 작가 (kkhcop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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