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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작가 Aug 23. 2020

 `희로애락' 작품 선

진심어린 충고와 악역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대학생이 된 딸이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게 되면서 집에서 있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외부활동을 자제하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자신의 방에서 나오지 않고 공부를 하다가 심심하면 TV를 보는가 하면, 집안에 있는 헬스기구를 이용하여 운동도 하면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하루하루 보내고 있었습니다.

자연스레 먹을거리도 배달을 통해 음식을 시켜 먹는 날이 많아졌고, 어느 날 딸의 방에 음식 포장지 등 쓰레기가 모아져 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특수한 상황으로 학교를 가지 않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얼마나 딸이 힘들고 지루할까 하는 생각을 하니,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딸도 대학생이 되어 친구들과 한참 놀러 다녀야 할 때인데, 집안에만 있어야 하는 자신이 답답하고 지쳐 보였습니다.

딸의 심정과 입장을 이해하고 안쓰럽긴 하지만, 그래도 딸이 매너리즘에 빠지고 나태해지지 않게 하기 위해 딸에게 “방청소를 잘하고 계획을 세워서 하루하루 알차게 보내라!.”라고 잔소리를 늘어놓았더니, 딸은 이내 투덜거리면서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하물며 저의 딸도 아버지가 하는 잔소리를 듣기 싫어하는데, 남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면서 상대방의 잘못된 점에 대하여 선의 적으로 잘되라고 해준 조언이었는데도 그걸 자신에 대한 비난으로 치부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듣기 싫은 지적보다 칭찬이 더 낳을 수 있겠지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살다 보면 칭찬만 하고 살 수는 없을 테고,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으니 시의 적적 할 훈계, 꾸지람도 해야 하는데, 그냥 상대가 싫어할 것 같으니 적당히 혼자만 알고 지나치기 십상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이 잘 못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모르쇠로 눈감아 버리고 모른 체하게 되면서 상대방도 자신이 잘못하고 있는 것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덤덤하게 만성이 되어 적당히 넘어가게 되고, 나아가서 잘못된 행위가 재차 반복되는 악순환이 거듭되는 것입니다.

사람은 자신이 과거에 내렸던 결정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더라도 그 결정을 계속 합리화하려 드는 성향이 있다고 주장한 ‘설득의 심리학(Influence)’의 저자 ‘로버트 치알디니(Cialdini, 1945.4. 27. ~ / 미국의 대학 교수 ․ 심리학자 ․ 작가)’ 교수는 이것을 ‘일관성의 법칙(commitment consistency)’이라고 명명한 바 있습니다.
 ‘일단 어떤 입장을 취하게 되면 그 결정에 대한 일관성이라는 심리적 압력에 따라,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이나 행동들을 결정된 입장을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맞춰 나가게 된다.’라는 이론을 설명하는 법칙입니다.

이러한 일관성의 법칙이 지켜지는 이유는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사회적 미덕이기 때문이고, 일관성을 벗어나 행동하거나 말을 했을 때 받아야 하는 사회적 비난에 대한 두려움이 일관성을 유지시킨다는 것입니다. 이 법칙은 마케팅 분야에서 많이 응용되고 있는 법칙이기도 합니다.

어릴 적 학교에서 주관하는 백일장 대회에 나가서 가족에 대한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사실과 다르게 가족에 대한 화목한 일상을 표현하며 그 누가 봐도 부러워할만한 내용으로 글을 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실상은 그렇지 못했는데, 그 글을 본 많은 친구들은 그런 저에게 시샘을 보냈고 더 나아가서 아들과 잘 놀아주는 어머니, 용돈을 많이 주는 아버지, 부모님에 대한 미사여구와 하지도 않은 일상들이 계속 거짓말에 거짓말로 이어지게 되었던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그 당시 저희 집은 아버지의 이직으로 많이 힘들었었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때여서 가족 구성원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던 때였습니다. 실제와 반대로 마치 제가 희망하고 있던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희망사항을 빗대어 글로 썼던 것이었습니다.

 ‘일관성의 법칙’에 견주어 인간에게 그런 심리기제가 작용하는 경우가 많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악역을 담당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 악역은 타인을 비방하고 잘 못된 길로 인도하는 악역이 아니라 잘못된 것을 보면 가차 없이 쓴소리로 지적해주고 바른길로 인도해주는 악역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로 인해 당사자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되고 더 나아가 그릇된 행동과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유도해주어 온전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해주는 중요한 메신저가 되는 것입니다.

마음에도 없는 형식적 칭찬보다 진심 어린 충고와 지적이 그 사람을 더 발전시키고 더 성공하게 만드는 길이라는 생각입니다.

By: 코끼리 작가 (kkhcops@hanmail.net)

# 코끼리 작가 #희로애락 # '수인번호 1004'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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