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끼리 작가 Aug 30. 2020

 '칭찬과 겸손'

'희로애락' 인문 에세이

저의 아버지는 평소에 글쓰기를 좋아하셨습니다. 항상 책이 손에서 떠나지 않으셨고, 매일 일기를 쓰는가 하면, 각종 신문사에 투고도 많이 하시면서 문학 활동을 왕성하게 하셨습니다. 그 덕에 저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혹독한? 가르침을 받아 저 자신도 글을 좋아하게 되었고, 글도 많이 쓰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의 일입니다. 저하고 단짝이던 친구와 말다툼을 심하게 하고 싸우게 되었습니다. 교실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자 지나가던 선생님이 저희를 교무실로 조용히 불러서 타이르고 각자 반성문을 써오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반성문을 작성하여 선생님께 드렸습니다. 시간이 좀 지나고 선생님이 저를 교무실로 불렀습니다. 교무실로 가는 동안 ‘내가 친구보다 더 잘못해서 선생님이 나만 꾸짖으려고 하는구나’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교무실에 도착하자, 선생님이 저를 의자에 앉으라 하더니, 저에게 물었습니다. ‘이 반성문 네가 쓴 거야?’ ‘예! 제가 썼습니다.’ 선생님은 반성문의 내용을 보시고 저를 칭찬해 주려고 불렀던 것입니다.

반성문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저는 오늘 친구와 싸웠습니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친구인데, 제가 잘 못해서 친구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 같습니다. 이번 일을 거울삼아 앞으로 다시는 싸우는 일이 없도록 하고 더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선생님은 초등학교 4학년인 제가 ‘거울삼아’라는 단어를 쓴 게 글재주가 있다고 판단하셨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은 더 나아가서 저에게 ‘너는 커서 훌륭한 작가가 될 소질이 있구나. 열심히 공부하고 책도 많이 읽고 해서 꼭! 작가가 되거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한마디가 저에게는 엄청난 용기와 힘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지금 제가 작가가 되어 글을 쓰고 있는 것도 그 선생님의 격려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누구나 칭찬을 받아 보았을 겁니다. 그러나, 칭찬에 너무 큰 의미를 두지 않기를 바랍니다. 남이 나를 칭찬한다고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남이 날 비난한다고 내가 더 나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칭찬은 그저 칭찬일 뿐입니다. 칭찬과 비난에 일희일비(一喜一悲) 할 필요 없습니다.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사이자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프로이트(1856∼1939)’는 ‘누군가 칭찬할 때 그만하라고 말하고 칭찬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 비판에 대해서는 방어가 가능하지만 칭찬에 대해서는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칭찬은 자유를 말살한다’고 했습니다. 칭찬이 스스로의 자유로움을 구속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일본어로 ‘호메고로시’라는 말이 있습니다. ‘호메루(ほめる)’는 칭찬, ‘고로시(ころし)’는 죽음을 뜻합니다. 즉, 칭찬으로 사람을 죽인다는 뜻입니다. 필요 이상으로 칭찬해서 상대방의 투자나 의욕을 잃게 하거나, 약점을 치켜세우면서 사실을 비난할 때 쓰입니다.
 
성철 스님은 ‘칭찬과 숭배는 나를 타락의 구렁으로 떨어뜨린다. 천대와 모욕만큼 나를 굳세게 하는 것은 없다’고 했습니다.   
  
학교 다닐 때나 살아가면서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정도 백일장이나  문예지에 응모한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시내 유명하다는 서점에 가보면 하루에도 수백 권의 신인작가들이 출간한 책들이 진열되어 있는 것을 봅니다. 모두가 저마다 심혈을 기울여 쓴 작품일 것입니다. 페이스 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작가들이 자신의 책을 홍보하고 지인들은 그 책을 구매했다고 인증샷을 올리는 일들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모두가 작가이고 자신이 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를 꿈꾸고 있는 듯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글은 막 쓴다고 써지는 게 아닙니다. 천천히 구상을 하고 글감이 떠오를 때 한글 한글 쓰면서 수정하고 추가하면서 완성된 글을 쓰는 것입니다. 아무리 속도감 있게 쓸려고 해도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것입니다. 허겁지겁 쓴 글이 좋을 리 없을 것입니다. 빨리 책 한 권 후딱 만들어 인지도를 키워 유명인이 될 것처럼 생각하지만, 모든 것이 마음처럼 되는 게 없습니다. 천천히, 한걸음,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여 무엇이든 해야 할 것입니다. 그게 노력이고 공(功)입니다.

인생을 살면서 자기만의 속도가 있을 것입니다.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저는 저만이 준수해야 할 속도가 있습니다. 그 속도로 살고 싶습니다. 어떨 때는 10km로 가다가 또 어떨 때는 20km로. 조금 빨리 가야 한다면 60km로 갈 것입니다. 느리더라도 꾸준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고 싶고 내가 가진 능력만큼 활동하고, 소유하며 살고 싶습니다.

분수에 넘치게 유명해지는 것도 사절입니다. 그 유명세가 싫어서가 아니라 그 유명세를 감당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몇 권의 책을 집필했습니다만, 베스트셀러가 되지 못했다고 의기소침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 책을 읽어보고  한 사람이라도 알아봐 준다면 그것으로 저는 만족합니다. 그러던 제가 갑자기 유명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람은 각자 제멋에 사는 것이니, 제 나름대로의 꿈은 있습니다.

언젠가 제가 유명해져서 소위, ‘뜬다면’ 두려울 것 같습니다. 뜬다는 것은 발이 땅에서 분리된다는 것이고 조만간 다시 떨어질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합니다.

뜨기 위해서는 날갯짓을 해야 하고 날갯짓을 위한 쉼 없는 근육을 키워야 하는데 이는 평생에 걸쳐해나가야 할 저의 숙제입니다. 자신을 하늘에서 지탱해줄 날갯짓이 어느 정도 가능한지 가끔씩 성찰해 봐야 합니다. 그리고 겸손해야겠지요. 유명인이 방송에서 나와 말 한마디 잘못해서 ‘한방에 훅 가는 것을 많이 봤잖아요?’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법’입니다.

By: 코끼리 작가 (kkhcops@hanmail.net)

# 희로애락 # 인문 에세이 # '수인번호 1004' 소설

작가의 이전글 `희로애락' 작품 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