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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작가 Mar 07. 2021

'희로애락'

먹감나무


謀 단체 이사장으로 계시는 분의 외동딸에 대한 아픈 가정사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저에게 그간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어렵게 말씀하신 것이었습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그 딸의 아버지는 자신이 어릴 적 불의의 사고로 일찍 돌아가셨고, 홀어머니와 같이 살던 딸은 누구보다도 어머니에게 효심이 지극했고, 어머니를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다 하는 착한 자식이었습니다.

어머니도 남편과 사별한 후 딸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고 있었고, 모녀지간에 하루도 떨어져 살 수 없을 정도로 다정다감하게 하루하루를 살았다 합니다. 딸은 어머니를 위해서 열심히 공부했고 자신이 성공하는 것 만이 어머니를 기쁘게 해주는 길이라 믿고 있었다 합니다.

딸은 그토록 바라던 명문대학교에 당당히 합격했고 자신이 희망하는 학과에 입학하여 모범생으로 대학생활을 마치고 많은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인 대기업에 취직까지 하였습니다.

어머니는 한 집안의 가장이었던 남편을 일찍 여의고 혈혈단신으로 집안의 가장 역할과 한 딸의 강인한 어머니로 살아간다는 게 쉽지 않았지만, 딸이 반듯하게 커주었고 명문대학에 대기업까지 취직하여 더 이상 남부러울 게 없었습니다.

성인이 된 딸이 번듯한 직장까지 구하여 잘 지내고 있었고 나중 좋은 남자를 만나서 결혼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딸의 ‘입신양명(立身揚名)’을 편안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합니다.

그러던 중, 하루하루 딸이 야위어 가고 집에서도 말이 없고 예전과 다르게 딸의 행동이 이상하게 느껴졌으나, ‘별일 없겠지?’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합니다.

어머니는 그런 이상한 징후가 감지된 후, 며칠 안 되어 청천벽력 같은 전화를 받았습니다.

회사의 임원으로부터 딸이 사내(社內)에서 죽었다는 것(자살)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온몸이 마비가 올 정도로 믿기지 않는 상황에서 정신을 차리고 회사로 급히 달려갔습니다.

딸은 병원으로 옮겨져 있었고 내용을 확인해보니, 딸이 회사 화장실에서 자살을 했고,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여 딸의 시신을 확인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는 그렇게 착하고 성실했던 딸의 주검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딸을 그렇게 보내고 어렵게 지인들을 통해 딸이 자살을 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합니다.

 딸은 대기업에 입사하여 열심히 일했고 회사에서도 상사들이 딸의 능력을 인정해주어 많은 프로젝트에 참여시켰고 그 부담감에 늦게까지 일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자신을 인정해주는 회사의 과도한 관심, 무엇인가를 끝까지 해야 하는 성격, 더욱이 대기업에 취업하여 승승장구하기를 바라고 있는 어머니에 대한 기대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심신의 피로가 누적되고 있음에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혼자서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는데,  

그런 상황을 혼자서 감내하고 있었고 걱정할까 봐 어머니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일련의 과정이 딸에게는 역부족이었고, 급기야 직속 상사에게 지속적인 갑질에 시달리다 끝내 사내에서 자살을 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합니다.

금족같이 애지중지 키웠던 딸을 잃어버린 어머니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마음으로 삶의 희망을 잃어버리고 하루하루 술로 힘든 나날을 보냈다 합니다.

혼자 집에 있으면서 모든 사람들과 단절을 하고 식음을 전폐한 날들이 지속되면서 자신도 먼저 간 남편과 딸과 같이 생을 마감하려고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다니던 교회 및 주변 지인들이 지속적인 관심과 위로로 극단적인 생각은 버리고 자신의 운명을 받아 드렸다 합니다.

심신을 추스르고 그 뒤로 자신의 일생을 봉사와 기부하는 단체에 헌신하기로 마음먹고 재단을 설립하여 열심히 활동 중에 있습니다.

'먹감나무'라는 것이 있습니다.

감을 딸 때 갈라진 틈새 사이로 스며든 빗물로 부분적으로 검게 된 오래된 감나무를 일컫는데, 온갖 풍파에 시달리고 썩을 대로 썩어 먹물이 든 것처럼 검게 되었고, 아무 보잘것없는 나무로 보이지만 가구로 만드는 데 있어 가장 귀한 재목으로 인정받고 있고 값비싼 나무로 거듭나는 고귀한 감나무입니다.            

살아가면서 크든.. 작든 인생의 풍파를 겪게 됩니다. 누구에게나 굴곡 없는 인생은 없습니다.

자신의 마음속에 꼭꼭 숨겨두었던 이야기 못할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힘든 고뇌의 시간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아픔의 상흔(傷痕)이 인생을 더 성숙하게 하고 자신을 더 단단하게 만듭니다.

 '아픈 삶의 상처가 아픔?이고.. 부끄럽다 하지 마세요!' '그 아픈 삶의 상처도 언젠가는 곪고 곪아서 결국 새살이 돋게 됩니다.' '그때..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내 삶의 훈장으로 당당히 여기시길 바랍니다.

모진 풍파를 이겨낸 철인(鐵人)으로 앞으로 그 어떤 시련에도 당당히 맞설 수 있는 힘과 용기가 생겨 날것입니다.^^

#희로애락#창작 시대사#인문 에세이#코끼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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