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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미 있는 삶의 마무리' -

코끼리 작가의 '미움도 사랑'이다. 감성에세이

by 코끼리 작가

2006년 개봉했던 임수정 주연의‘각설탕’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 천둥이라는 경주마가 나옵니다.

연습 경기 중, 천둥이는 폐가 상해서 코에서 피가 나오는 질병으로 인하여

도저히 경기를 뛸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악화되어 있었습니다.


감독과 기수는 수술하고 경기를 포기할 것인가, 경기에 참여하고 수술을 포기할 것인가를 두고 많은 고민을 합니다.


결국 천둥이의 상태를 고려하여, 수술을 택하고 경기를 포기하기로 합니다.

수술을 위해 천둥이(경주마)를 찾고 있었는데, 찾은 곳은 다름 아닌 경기장이었습니다.


천둥이는 자신의 건강상태는 아랑곳하지 않고 늘 했던 데로 경기에 뛰기 위해 경기장에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기수는 천둥이가 달리고 싶다는 욕망을 이해하게 되고, 결국 경기에 출전하게 됩니다.


경기도 중, 천둥이는 코에서 피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기수는 발로 천둥이 옆 등을 차며,

“안 되겠다. 그만 달리자. 천둥아! 그만 달려! 더 달리면 죽는단 말이다!.”


그러나, 천둥이는 끝까지 달렸고, 1등으로 골인하고 꺼꾸러 집니다.


조련사가 기수를 위로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경주마는 어차피 달리기 위해 존재하는 동물이니 죽도록 달리다가 죽는 것도 행복한 것 아니냐?”

병상에서 죽을 바에.. 달리다 명예롭게 죽는 것이 경주마에게는 영광이라고 말합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천둥이처럼.. 한 일생을 잘 마무리하면서 명예롭게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전쟁터에서 승리한 장수는 죽은 부하들의 시신을 뒤적거린다고 합니다.


부하가 배에 화살을 맞았는지.. 등에 화살을 맞았는지.. 확인을 하는 것입니다.


당시, 맞은 부위에 따라 유족에 대한 보상이 확연히 달랐다고 합니다.


배에 맞은 부하는 전진하다 죽은 것이고, 등에 맞은 부하는 도망가다 죽은 것으로 인정했다고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 죽습니다.


태어난 것은 순서가 있어도, 죽는 것은 순서가 없습니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명예롭게 전진하다 배에 화살을 맞아 죽는 병사가 되고 싶습니다.


그런데, 전쟁터에서 옆구리에 화살을 맞아 죽은 병사가 있습니다.


전진하기에는 겁나고 후퇴하기에는 양심이 꺼린 병사입니다.


주저주저하다 옆구리에 화살을 맞아 죽은 것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못난 인생류(類)입니다.


아일랜드의 희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비문에는 이런 글귀가 쓰여 있습니다.


“우물쭈물 살다가 내 끝내 이렇게 될 줄 알았지.”

놀라운 것은.. 자신이 죽으면 이 비문을 써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입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고, 세계적인 극작가가 이런 비문을 쓰게 해 달라 했다면.. 과연 우리는 어떤 비문을 써달라고 할 것인가요?


죽음 앞에선 세상의 명예, 돈, 지위, 재능.. 다 부질없고 쓸데없는 것들입니다.


사람은 마지막을 준비해야 할 시기가 분명히 있습니다.


혹자는 퇴직 후, 노년을 대비하여 재테크, 연금 등을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합니다.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우리에게 남아있는 가장 중요한 과제는 준비된 죽음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명제인데, 사람들이 전혀 준비하지 않는 게 죽음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죽음은 내가 정해놓은 시간대를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대다수가 정작 자신의 영혼을 위한 준비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하루가 축복이라는 생각으로, 소중하고 고귀하게 의미 있는 삶을 보내야만 할 것입니다.


그것이 하늘이 준 소명(召命)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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