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일 없었다는 듯. 한 사람의 인생이 끝난곳"

'거기에 삶과 죽음이 있었다.'

by 코끼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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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물속에서 마주한 끝, 그리고 삶의 질문..


목욕탕은 삶의 시작과 끝이 묘하게 닮아 있는 공간이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모두 옷을 벗는다. 직업도, 나이도, 지위도, 자존심도 바닥에 내려놓은 채 오직 몸으로만 존재한다. 그래서일까. 나는 그날, 연세 드신 한 할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하며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근원적으로 평등하고, 동시에 얼마나 허무한가를 처음으로 실감했다.


탕 안은 늘 그렇듯 김이 자욱했고, 물은 따뜻했다. 노인의 몸은 작고 가벼워 보였다. 오래 사용한 물건처럼, 시간의 흔적이 온몸에 스며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눈을 감고 쉬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상할 만큼 오래, 너무 조용했다.


누군가가 다가가 흔들었고, 곧 소란이 일었다.


그 순간, ‘죽음’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떠오르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람은 죽음을 생각보다 쉽게 알아본다.

그리고 그 인식의 순간, 세상은 갑자기 너무도 조용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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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언제나 일상 속에 숨어 있다..


우리는 흔히 죽음을 먼 사건으로 여긴다. 병원 침대, 사고 뉴스, 검은 정장과 국화꽃. 그러나 그날 나는 깨달았다.

죽음은 극적인 장소만을 택하지 않는다. 평범한 오후, 평범한 목욕탕, 따뜻한 물속에서도 조용히 찾아온다.

마치 “나는 늘 여기 있었다”고 말하듯.


할아버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누구의 할아버지였고, 누군가의 남편이었으며, 한 시대를 살아낸 인간이었다.

그러나 죽음 앞에서 그 모든 서사는 단숨에 사라졌다. 남은 것은 이름 없는 ‘몸’과, 그것을 바라보는 타인의 침묵뿐이었다.

그 장면이 나를 가장 괴롭힌 이유는 비극성 때문이 아니었다.


너무도 담담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다시 옷을 입었고, 목욕탕은 곧 평소의 소음을 되찾았다. 삶은 멈추지 않았다.

누군가의 끝은,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무 일도 아니었다. 그 사실이 가슴을 서늘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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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왜 이렇게 허무한가..


우리는 무엇을 위해 그렇게 애쓰며 살아가는가?. 또..살고 있는가?

성공, 인정, 사랑, 후회, 불안, 희망. 이 모든 감정과 노력들이 결국 한순간에 증발해버린다면, 삶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가?.


그 할아버지도 젊은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했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고, 밤잠을 설치며 고민하던 날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죽음 앞에서 그 모든 서사는 더 이상 증명될 필요도, 기억될 의무도 없었다.


그래서 삶은 허무하다.

그러나 바로 그 허무함이야말로 삶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선택해야 하고,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집중하게 된다.

끝이 정해져 있기에 하루가 귀하게 느껴진다. 만약 죽지 않는다면, 우리는 오늘을 소중히 여길 이유가 있을까?.


삶과 죽음 사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그날 이후,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자주 되뇌게 되었다.

거창한 철학서보다, 그 목욕탕의 '삶과 죽음의' 장면이 더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아마도 우리는 완벽하게 살 필요는 없을 것이다.

모든 답을 찾지 못해도 괜찮고, 때로는 흔들리고, 실패하고, 미워해도 된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살아 있는 동안 느끼는 감정만큼은 진짜여야 한다는 것..


미루지 말고 사랑해야 하고, 말하지 못한 말은 가능하면 전해야 하며, 사소한 기쁨을 가볍게 넘기지 말아야 한다.

언젠가 목욕탕의 뜨거운 물속에서, 혹은 전혀 다른 평범한 장소에서 삶이 끝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공평하지만, 삶은 각자에게 단 한 번만 주어진다.


그래서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는것이다.


'후회없이!'...


끝을 알기에, 지금이 더 빛난다..


그 할아버지는 아무 말도 남기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마지막 모습은 나에게 하나의 질문을 남겼다.


“너는 지금, 네 삶을 살고 있는가?”


삶은 길지 않다.


그리고 그 사실을 진심으로 깨닫는 순간, 우리는 조금 더 다정해질 수 있고, 조금 덜 욕심낼 수 있으며, 조금 더 용기 있게 살아갈 수 있다.


목욕탕의 따뜻한 물은 어느새 식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날 내가 느낀 감정과 질문은 아직도 내 안에서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흐르고 있다.


죽음은 끝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시작이기도 하다.

남은 자가 더 잘 살아야 할 이유.

그것이, 그날 내가 받은 가장 조용하고도 깊은 가르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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