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오지 않은 이별을 미리 배운 하루'

'소중한 가족과의 이별을 위한 예행연습'

by 코끼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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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는 지인의 결혼식장에 다녀왔다.


주인공은 다른 집의 자녀였고, 나는 그저 하객 중 한 사람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식장에 앉아 있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신랑 신부보다도 자꾸만 혼주석에 앉아 있던 부모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웃고 있었지만, 그 웃음 아래에 숨겨진 감정이 무엇인지, 같은 부모로서 어렴풋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박수가 쏟아지고, 음악이 흐르고, 아이가 어른이 되어 걸어 나오는 그 짧은 순간. 그 길은 축복의 길이었지만, 동시에 부모에게는 조용한 이별의 길처럼 보였다.


그날 나는 문득 깨달았다. 자식의 결혼은 아직 나와는 조금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이미 마음속에서는 여러 번 예행연습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 안은 유난히 조용했다.


괜히 창밖만 바라보다가, 아무 일도 없었는데 마음 한켠이 텅 빈 느낌이 들었다. 아직 우리 아이는 내 옆에 있고, 아직은 “다녀올게요”라며 문을 나서면 다시 돌아오는 존재인데도, 언젠가는 오늘 본 그 장면 속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 현실처럼 다가왔다. 왠지 마음이 울컥해졌다.

나에게도 다가올 미래의 광경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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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참 묘하다.


하루하루는 길고 힘들었는데, 돌아보면 그 시절은 언제나 너무 빠르게 지나가 버렸다. 밤새 열이 나 안아 재우던 날들, 손에 흙 묻히고 들어와도 혼낼 수 없었던 오후들, 잠들기 전 “오늘도 같이 자자”고 매달리던 작은 목소리. 그때는 그 시간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았는데, 어느새 아이는 자기 방을 갖고, 자기 생각을 갖고, 자기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결혼식장에서 본 신랑 신부는 분명 성인이었고,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는 어른들이었다.


그럼에도 부모의 눈에는 여전히 어릴 적 모습이 겹쳐 보였을 것이다. 내 아이도 언젠가 저렇게 당당히 서 있겠지, 누군가의 손을 잡고 새로운 삶으로 걸어 나가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자랑스러움보다 먼저 찾아온 것은, 설명하기 어려운 허전함이었다.


‘출가한다’는 말이 왜 그렇게 오래 쓰여 왔는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았다.


집을 떠난다는 의미보다, 부모의 품에서 완전히 벗어난다는 뜻이 더 크게 느껴졌다. 필요로 하던 존재에서, 기억으로 남는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 그 과정이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일임을 알면서도, 마음은 쉽게 따라주지 않았다.

아직은 내 아이의 결혼을 이야기할 때가 아니라고 스스로를 달래보지만, 그날 이후로 괜히 아이의 뒷모습을 한 번 더 보게 된다. 밥을 먹을 때도, 아무 말 없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모습마저도 오래 기억해 두고 싶어진다. 언젠가 이 시간이 그리워질 것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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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마음이란 참 욕심이 많다.


잘 자라주길 바라면서도, 멀리 가는 것은 또 두렵다. 독립하길 바라면서도, 완전히 떠나는 건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결국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이가 제 삶으로 걸어 나갈 수 있도록 조용히 등을 밀어주는 것이라는 걸 안다.


아직 오지 않은 그날을 미리 슬퍼할 필요는 없겠지만, 적어도 오늘 나는 마음속으로 준비를 시작한 것 같다. 언젠가 내 아이가 결혼식장에 서게 될 때, 눈물보다 축복을 먼저 건넬 수 있도록. 보내는 아픔보다, 잘 키워냈다는 자부심을 더 크게 품을 수 있도록. 지인의 결혼식은 그렇게 끝났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하나의 문이 열렸다.


부모로서의 다음 단계를 미리 들여다보게 된 날. 아직 함께하는 시간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고맙고, 그 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 하루였다.


그래서 오늘은 아이가 집에 돌아오는 소리가 유난히 반갑다.


아직은 내 곁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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