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가르쳐준 인생의 무게'

'인생이라는 산을 오르며'...

by 코끼리 작가


시간이 빠르다는 말은 어쩌면 우리가 어릴 때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말인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에는 하루가 길었고, 한 계절이 지나가는 것도 참 더디게 느껴졌다.


그때의 우리는 세상이 너무 넓었고, 앞으로 살아갈 시간은 끝없이 많다고 믿었다.


지만 어느 순간 문득 뒤를 돌아보면, 그 긴 시간이라고 생각했던 세월이 마치 한 장의 사진첩처럼 빠르게 넘어가 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서 어느새 중년이라는 이름을 가진 시간을 발견하게 된다.


마음속에는 아직도 꿈 많고 겁 없던 젊은 날의 내가 그대로 살아 있는데, 현실 속의 나는 어느덧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이 되어 있고, 하루하루 묵묵히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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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대단한 성공을 이룬 것도 아니고, 세상을 뒤흔드는 어떤 업적을 남긴 것도 아니다. 그저 평범하게, 때로는 버티듯이, 때로는 최선을 다하며 하루하루를 살아왔을 뿐이다. 그런데도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과연 잘 살아온 것일까?...’


열심히 살았다고 믿으면서도, 문득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것 같은 허무함이 밀려오는 순간들이 있다.


세월은 참 무심하게 흘러갔고, 나는 그 흐름 속에서 그저 떠밀리듯 살아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마 이런 감정은 나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같은 시간을 살아온 많은 사람들, 비슷한 나이에 서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느껴봤을 감정일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100세 시대”라는 말을 자주 한다. 의학은 발전했고, 좋은 약도 많아졌고, 건강을 잘 관리하면 누구나 오래 살 수 있는 시대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오래 살 수 있는 시대라는 말 속에서 우리는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그 긴 시간을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누구도 거부할 수 없고, 누구도 거역할 수 없다.


마음은 여전히 스무 살의 청춘처럼 뛰고 있는데, 몸은 그 속도를 따라주지 못할 때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계단을 오르다 숨이 차고, 예전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피로가 쉽게 가시지 않는다.


그때 나는 비로소 깨닫는다.


"아, 시간이 정말 많이 흘렀구나...나의 체력이 이 정도였나?"...


그리고 또 하나 나를 깨닫게 해주는 순간이 있다.


'살아가면서 가장 깊은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


그것은 바로 부고를 받는 순간이다.


어느 날 갑자기 들려오는 친구의 소식, 가까이 지내던 지인의 소식, 또는 존경하던 선배의 갑작스러운 죽음.


“그 분이?...”


믿기지 않는 마음으로 장례식장을 찾게 되고, 영정 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그 얼굴을 보게 된다.


그 순간 묘한 감정이 마음속에서 스멀스멀 천천히 올라온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았을 텐데."

"아직 살아갈 날이 많았을 텐데."

"아직 웃을 날이 더 많았을 텐데."


어떤 사람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아픔 속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갑작스러운 병마에 무너져 삶을 떠나기도 한다.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세월'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이 아픈 것은 남겨진 가족들이다.


그들의 슬픔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장례식장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


조문객들의 눈물...


그 눈물이 진심인지, 형식적인 것인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사람마다 관계도 다르고 마음도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다.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누군가의 떠남을 슬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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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라는 것은 그렇게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았다가, 어느 날 조용히 사라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요즘 들어 나는 자꾸 생각이 많아진다.


'어떻게 사는 것이 진짜 잘 사는 것인지.'

'무엇이 진짜 행복인지.'


어쩌면 나도 모르게 조금씩 철학적인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요즘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등산화를 꺼내 신는다.


신발끈을 단단히 묶고 산으로 향한다.


처음에는 단순히 건강을 위해서였다.


나이를 먹을수록 몸을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산을 몇 번 오르다 보니 깨닫게 된 것이 있다.


나는 단지 ‘건강을 위해서’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살기 위해서’ 산을 오르고 있다는 사실이라는것...


산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복잡했던 생각들이 조금씩 정리된다.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던 고민들도 바람 속으로 흩어진다.


정상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면

내가 붙잡고 있었던 걱정들이 얼마나 작은 것이었는지 느껴진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인생도 어쩌면 산과 비슷한 것 아닐까?."


'가파른 길도 있고, 숨이 찰 만큼 힘든 오르막도 있고,'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평평한 길'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올라가느냐가 아니라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씩 계속 걸어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늘 산을 오른다.


그리고 또 오르려고 한다.


내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내 두 다리가 나를 버티고 서 있을 수 있는 날까지.


삶이란 거창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오늘 하루를 무사히 살아내고,

내일 다시 걸어갈 힘을 얻는 것.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이고,

또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방식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용히 신발끈을 조여 맨다.


그리고 다시 산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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