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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경혜 Mar 19. 2024

<라마단 기간> 이집트보다 아부다비인 이유

라마단에 아랍국가를 여행하기란

불과 일주일 전, 이집트 카이로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는 다녀왔다. 목적은 관광이었고, 작년 라마단 기간인 4월에도 두바이를 방문했었다. 한국 사람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라마단”이란 기간에는 해가 뜨고 지기 전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아야 하며 오직 기도만을 해야 한다.


처음에는 말이 되지 않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이집트 카이로>에 도착해 보니 그들의 진심을 엿볼 수 있었다. ‘무엇을 위해 그토록 기도를 하는가.’ 무교인 나는 절대 마음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다.

{한국어 가이드 투어}를 해준 모하마드(줄여서 ‘모마’)는 우리와 함께하는 장장 8시간 동안 물 한 모금도 먹지 않고 일했다.

그들의 신앙심의 정도가 이루 말할 수 없는 크기라 함부로 옳고 그름의 잣대를 둘 수 없었다. 그들을 존중한다. 하지만 여행의 재미는 ‘먹는 것’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소위 말하는 와인에 어울리는 안주 등 ‘페어링’이란 단어가 몸서리칠 만큼 어색해지고 맥주 한 모금이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덧없고 부질없는 욕구였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올해는 3월 10일부터 4월 9일까지 <라마단 기간>이다. 그리고 나는 3월 내도록 여행 중이며 여행 계획의 3분의 1 이상이 이슬람 국가 두 곳을 들리는 것이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세계 7대 불가사의로 죽기 전에 방문해야 할 여행지임에 틀림없다. 나는 지금이 아니면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를 방문할 확률이 적어지기 때문에 라마단 기간임에도 결정했다.



카이로 여행 3박 4일 중 단 하루만 겨우 맥주를 마셨다. 흔히 알던 스텔라는 그 스텔라가 아니었고 이집트 로컬 맥주였다. 우린 ‘짝퉁’이라 했지만 그 맥주의 맛은 어느 맥주와 견주지 못할 만큼 깊은 풍미와 상쾌함을 가졌다. 그래서 {나일강 크루즈}에서 딴 한 번 맛보고 수소문해서라도 웃돈을 얹어서라도 다시 손에 쥐고 싶었다.

나의 간절함은 하늘에 닿지 못했다. 피라미드가 한눈에 들어오는 호텔에서도 절대 술은 팔지 않았고 암암리에 유통도 되지 않았다. 투어가 끝난 뒤 배불리 양갈비를 먹고서 샤워를 하고 누우면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처럼 허전하고 공허했다.



이집트에서는 동남아보다 맛있는 ‘망고주스’를 자랑한다. 걸쭉한 망고퓌레가 이 사이사이 걸리는 기분은 이루 말로 할 수 없다. 이 형용할 수 없는 맛은 나의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했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찝찝함은 부드러운 안심 스테이크도 하찮게 만들었다.



아부다비로 돌아왔다. 아부다비에서 치앙마이로 떠날 예정이다. 이집트 가기 전에 일주일을 있었는데 호텔 라운지에서도 당연하게 알코올을 마셨기 때문에 <라마단 기간>이란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이집트에 도착하고서야 “라마단”이라는 단어를 접했다.


아부다비는 7개의 토호국으로 이루어진 아랍에미리트의 수도이다. 국토 85%를 차지하고 있고 아직까지 기름이 많이 나는 곳이다. 그렇지만 아랍에는 현지인 비중이 20% 정도로 현저히 낮고 외국인들이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작년 7월경 그리스 산토리니를 다녀왔는데 아부다비 공항에서 출발했다. 칸두라를 입은 에미라티(아랍 현지인)가 아랍어를 하는 직원을 애타게 찾는 모습들 목격할 수 있었다. 그는 ‘아라빅’을 연신 외치며 기다렸지만 돌아오는 것은 오직 ‘잉글리쉬’뿐이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나는 아부다비가 상당히 개방적이고 글로벌한 도시라고 생각한다. 물론 호텔과 이어지는 프라이빗 비치구역까지 걸어갈 때는 절대 노출을 할 수 없지만, 불편함은 없다. 큰 불편 없이 여행할 수 있는 나라여서 나는 또 아부다비행 비행기에 오를 것이다.



p.s. 한국부인과 함께 서울여행이 즐겁길 바라며 그토록 바라던 한국음식 양껏 먹으며 라마단 연휴(4/10~)를 즐기길 바라. - 모마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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