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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경혜 Jun 24. 2024

시칠리아 카타니아 도보 여행 2편

맛과 멋의 미친 조합


카타니아라서 다행이야.

카타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인 <벨리니 공원>에서 인생 ‘아란치노’를 맛보고, 카타니아의 중심 <두오모>로 가는 길이었다. 이날의 온도 습도 분위기 모든 것이 완벽했다면 믿을까. 사람들의 대화가 선율이 되고 덥지 않은 공기가 퍼져 낙원을 노래한다. 어쩌면 마음이 편한 도시라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카타니아의 도보 여행은 ‘환기’라고 칭할 정도로 선명한 무언가가 여행을 더욱 감미롭게 했다. 고로 오감이 즐거운 여행지올시다!


시칠리아가 재밌는 이유는 벨리니 공원에서 두오모로 향하는 길에 대부업체가 있다는 것이다. 영화 ‘대부’ 시리즈 전편을 보지 못했지만, 그동안의 지배와 침략의 잔재가 있는 듯하다. 꽤나 대중적인 거리에 떡하니 자리해 있어 흥미로웠다. 슬기롭게 폭발하는 궁금증을 안고 우리는 아쉬워진 허기를 채우러 바(카페)에 들렀다.



당신의 인생 ‘까놀로’는 존재하나요?

시칠리아인들의 국민 디저트인 ‘까놀로’

그리고 아메리카노에 얼음 동동 띄운 정체 모를 커피와 레몬 샤베트를 주문했다.


상당히 의아한 표정을 짓는 직원들을 애써 모른척하며 따뜻한 아메리카노에 얼음을 추가했다. 역시나 그들에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존재하지 않는 메뉴이니, 살짝 얼음만 추가하는 것이 서로의 정신건강에 이롭다.


사라센인이 수입한 사탕수수로 탄생한 ‘까놀리(Cannoli)’

카타니아에서는 ‘까놀로(Canolo)'라 불린다. 혹여나 카타니아인들에게 [ 아란치니, 까놀리 ]라고 하면 문전박대를 당할지도 모른다. 시칠리아의 역사를 파헤칠수록 드러나는 지역감정을 알고 여행해야 한다.


잠깐, 까놀로는 무엇인가?

대부분 까놀로의 페이스트리는 완제품으로 구비해 두고, 그 안에 리코타 크림을 넣고 체리, 피스타치오로 장식을 올린다. 고급 빼빼로 같이도 보이는 까놀로는 그야말로 천사들이 나팔을 불고 난 뒤 먹는 천상의 디저트다. 입 안에 부드러운 크림과 바삭한 페이스트리가 느껴질수록 카타니아에 온 것이 실감 난다.   



카타니아 도심을 오가는 미니 트레인을 볼 수 있다.

<두오모 광장>으로 가는 길에 볼 수 있는 기념품을 파는 가판대.

대부분 현금결제만 고집해 캐시리스(현금 없이) 여행객에게 ‘그림의 떡’이다.



에트네아 스트리트

카타니아의 중심 거리! <에트네아 스트릿>

도보 여행의 하이라이트로, 차량 출입이 금지된 곳이라 주요 광경들을 보며 걷기 좋다. 대성당 광장에서 공원까지 약 4.8km에 걸쳐 뻗어 있으며, 이 거리는 무려 로마시대 때부터 시작되어 1693년 대지진 이후 새롭게 태어났다.


그리고 주목해야 할 또 다른 것은 바로 ‘인도’이다. 에트나 화산 용암석으로 만들어져, 그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다.


‘빈센조 벨리니 기념비’와 ‘스테시코레 광장’, ‘우체국 건물’, ‘벨리니 정원’까지 역사적인 거리와 현대식 쇼핑을 할 수 있는 상점들도 많다. 즉, <에트네아 거리>를 중심으로 평화롭고 유익하게 산책할 수 있다.



카타니아 대성당&두오모 광장
1693년 대지진 이후 1700년에 재탄생한 대성당 정문

카타니아의 심장! <두오모>

아름다운 바로크 시대 건축물이 눈에 들어온다. 격동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1711년에 재건되었으며 내부는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혼합되어 있다. 성녀의 유골이 보관된 ‘성 아가타 예배당’과 작곡가 ‘빈센초 벨리니 묘’가 하이라이트다.


카타니아의 귀족 출신 ‘아가타’를 빼놓고 논할 수 없는, <성 아가타 대성당>은 로마제국시대의 총독인 ‘퀸티아누스’가 그녀에게 사랑을 거절당하자 순교시킨 가슴 아픈 서사가 깃들어져 있다.


이 성당은 3층으로 되어 있으며 화강암으로 만들어졌다. 정문에는 성인의 삶을 담은 32개의 판을 보여주는 나무로 조각한 문이 있고, 난간에는 대리석으로 만든 5개의 성인 조각상이 있다.


<카타니아 대성당>은 카타니아의 수호성인인 ‘아가타’가 순교한 뒤, 어렵게 그녀의 유해를 안치해 둔 곳이기 때문에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성당 정면에 새겨진 글자는 ‘아가타가 자신의 땅을 불쾌하게 만든 사람들이 자행한 모든 부당함에 복수할 것이다.’를 의미한다.

그녀의 사후 1년 뒤, 카타니아는 에트나 화산폭발로 큰 위기를 겪을 뻔했으나, 시칠리아인들은 즉시 아가타의 무덤으로 가서 생전의 수건을 들었고 그제야 폭발이 멈췄다고 전해진다.

여전히 성 아가타가 에트나 화산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 준다고 카타니아인들은 굳게 믿고 있다.


대성당 옆에는 같은 이름을 가진 교회도 있다. 건축물 외에도, 카타니아 도심 전체와 에트나 산의 360도 전망을 볼 수 있기도 해 해질녘에 방문하기 좋은 장소다. 계단을 통해 정상부로 이동할 수 있으며 이곳에서 숨 막히는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3개의 주요 거리와 연결된 <두오모 광장> - 에트네아 거리/주세페 가리발디 거리/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번가 거리

가장 분주한 <두오모 광장>의 활기찬 분위기에 흠뻑 빠져보자!

낮에는 카타니아를 통과하고 밤에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도시의 주요 광장이자 역사적인 중심지의 심장부이며, 지역 주민들과 함께 광장에 늘어선 인상적인 건물들을 만날 수 있다.

멋진 ‘키에리키 궁전’부터 ‘카타니아 대성당’까지, 이곳에는 감탄할 만한 시칠리아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들이 많이 있다.

그 중심에는 광장의 상진인 우아한 <코끼리 분수>가 있다. 검은 현무암으로 만든 코끼리의 외형이 포인트가 되어 포토존을 형성한다.


특히 밤에는 이 오벨리스크를 둘러싸고 버스킹 공연이 펼쳐진다.  


참고로 매년 2월 초에는 ‘성 아가타 축제’가 열림에 따라 불꽃놀이와 ‘델라 루미나리아’라 불리는 행렬을 볼 수 있다.



< 파치니 정원(Giardino Pacini>

매일 열리는 <카타니아 어시장>은 오후 2시까지 운영해 ‘파치니 공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시원한 맥주와 함께 깜짝 휴식을 취하고 우린 또 다른 여정을 준비해야 했다.


<카타니아 도보 여행>은 종교 관련 유적지의 존재를 강하게 느낄 수 있던 시간이었다.


1693년 대지진 이전과 이후로 카타니아의 역사가 나뉜다. 그렇기에 도심 곳곳에는 지진의 여파로 재건된 건축물이 독특한 분위기를 내뿜으며 시칠리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성 아가타 대성당>과 <성 아가타 수도원>, <두오모 광장>, <로마 극장>, <어시장> 그리고 글에서 언급하지 않은 <비스카리 궁전>, <성 수도원 니콜라스 아레나>는 반드시 들려야 할 곳이다.


투박한 도시 {카타니아 여행}을 끝으로, 본격적인 [시칠리아 자동차 여행]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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