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면서 헤어졌는데, 머릿속에 남는 말

아무 일 없이 헤어졌는데
집에 오면 생각나는 말들이 있다.

그땐 그냥 넘겼는데.
굳이 따지고 싶지 않아서,
분위기를 흐리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웃고, 고개를 끄덕이고, 평소처럼 헤어졌는데.

혼자가 된 다음 왜 자꾸 그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을까
샤워를 하다가, 불을 끄고 누웠을 때
그 사람이 무심하게 던졌던 말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그 말은 왜 했을까.’
‘나는 왜 그때 아무 말도 안 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상처는 그 말 자체보다
말하지 못했던 나 자신 때문에 더 커진다.

나는 관계에서
불편함을 말하는 사람이기보다
불편함을 정리하는 쪽이었다.
상대가 불편해질까 봐,
관계가 어색해질까 봐
내가 조금 더 참는 쪽을 선택했다.

“그 정도는 괜찮아.”
“굳이 말 안 해도 되지.”
그 말들이 쌓이다 보면
관계는 유지되지만
내 마음은 조금씩 지쳐간다.

이상하게도
관계에서는 늘 이런 역할이 반복된다.
잘 지내기 위해 애쓰는 사람,
문제가 생기지 않게 미리 조심하는 사람,
마지막까지 분위기를 책임지는 사람.

그래서 싸움은 없는데
불편한 마음은 남는다.
아무 일은 없었지만
아무 일도 아닌 건 아니었던 관계들.

요즘은 가끔 이렇게 생각해 본다.
관계가 유지되는 이유가
내 침묵 덕분이라면
그건 정말 괜찮은 관계일까.

모든 말을 꺼낼 필요는 없지만
모든 마음을 삼킬 필요도 없다.
적어도 집에 와서
혼자서 그 말을 다시 곱씹게 된다면,
그건 이미
‘아무 일’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