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전보다,빨리 괜찮아지는 사람이 되지 않기로 했다

예전의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빨리 괜찮아지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불편한 감정이 생기면 이유를 찾기보다
정리부터 했다.
“이 정도면 괜찮은거지.”
“빨리 잊어버리자.”
그렇게 말하며 마음을 접어두는 데 익숙했다.

빨리 괜찮아지는 건
생각보다 많은 칭찬을 받는다.
어른스럽다, 성숙하다, 담담하다,긍정적이다.
늘 이런말을 들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괜찮아지려고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괜찮다고 정리해 버리는 속도가 너무 빠름을 느꼈다.
감정이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정리해버리고 있었다.
서운함은 이유를 말해볼 틈도 없이 사라졌고,
피로는 이름 붙일 기회도 없이 쌓였다.


그제야 알게 된다.
아, 나 오늘 좀 힘들었구나.
이미 지나간 뒤에야.

요즘 나는
그렇게 뒤늦게 알아버리는 식의 회복을 멈추기로 했다.
빨리 괜찮아지는 사람이 아니라,
조금 늦게라도 솔직한 사람이 되기로 했다.

괜찮지 않은 감정이 오면
바로 덮지 않는다.
대신 이유를 묻고, 시간을 준다.
지금은 설명이 안 되더라도
‘그럴 수 있다’는 자리를 남겨둔다.

그러다 보면
감정은 생각보다 얌전하게 가라앉는다.
억지로 밀어내지 않아도
기다리다 보면 스스로 정리될 때가 온다.
그때의 괜찮음은
예전보다 훨씬 조용하고 단단하다.

나는 여전히
사람들 앞에서 크게 티 내지 않는 편이고,
상황을 무너뜨리는 말도 잘 하지 않는다.
다만 예전과 다른 건
혼자 남았을 때조차
나를 서두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괜찮아져야 할 시간표를
스스로에게서 지우기로 했다.
오늘은 그냥 애매해도 되고,
설명 안 되는 감정이 남아 있어도 된다.
그 상태로 잠들어도
다음 날이 망가지지는 않는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요즘 나는
빨리 괜찮아지지 않기로 했다.
그 선택 덕분에
비로소 괜찮아지는 법을
제대로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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