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인 일을 찾기보다, 소모되지 않는 나를 찾는다.

요즘의 나는
하루를 평가하는 기준이 조금 달라졌다.
얼마나 해냈는지보다
얼마나 닳지 않았는지를 먼저 돌아본다.


예전에는
생산적인 하루가 아니면
괜히 마음이 불안했다.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으면
그날은 실패한 것처럼 느껴졌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간은
설명해야 할 것들을 남겼다.


그래서 가만히 쉬는 날에도
마음은 쉬지 못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이해시키려 했고
머릿속으로 계속 말을 붙였다.
그래도 의미가 있었다고,
그래도 필요한 시간이었다고.


그런데 요즘은
그런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날들이 생겼다.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았지만
누군가를 맞추느라 애쓰지도 않았고,
감정을 정리하느라
나를 밀어붙이지도 않았다.


그날들은
조용히 지나갔다.
크게 남은 건 없지만
잃은 것도 없었다.
무언가를 성취하지 않았는데도
마음이 가벼웠다.


그제야 알게 됐다.
나에게는
생산보다 소모가 더 문제였다는 걸.
무언가를 하지 않아서 힘든 날보다,
사람과 상황 속에서
나를 너무 많이 써버린 날들이
훨씬 오래 남았다는 걸.


열심히 해낸 하루보다
소모되지 않은 하루에 더 감사한다.
에너지를 아껴서가 아니라,
불필요하게 쓰지 않았기 때문에.


생산적인 일을 안 해도
소모되는 일이 없는 날들.
그 하루들이 쌓이면서
나는 조금씩 다시 숨을 고른다.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이렇게 편할 줄은
예전에는 몰랐다.


그래서 지금은
이런 하루들이 오면
오히려 조용히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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