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래는 I야' 라고 말 하면 사람들은 모두 놀란다.
말이 적당히 많고, 먼저 나서고, 분위기를 정리하려 노력하기 때문이다.
MBTI를 묻는 질문 뒤에는 늘
“에너지 넘치시잖아요” 또는"늘 밝고 주변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줘요" 하는 말이 따라온다.
하지만 나는 어렸을 때 그랫듯이 여전히 내향적인 사람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고,
사람들 사이에 오래 있으면
눈에 띄지는 않지만 에너지가 금방 고갈 된다.
달라진 건 성격이 아니라 태도이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사회에서 요구하는 방식으로
나를 정리하는 법을 배웠다.
조용히 있으면 없는 사람이 되고,
생각이 길어지면 준비가 안 된 사람처럼 보이는 곳에서
내향성은 종종 오해가 된다.
그래서 나는 선택했다.
침묵 대신 말하기를,
기다림 대신 정리를.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사회화된 I’다.
사회화된 I는
에너지가 많기 때문에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이다.
에너지를 덜 쓰기 위해
먼저 말하고, 먼저 정리한다.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
관계를 복잡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나중에 더 큰 소모를 하지 않기 위해
지금 조금 더 쓰는 것 뿐이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외향적이라고 말하지만
그건 성격이 아니라
생존에 가까운 선택이다.
겉으로는 말이 늘었지만
속에서는 기준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자리는 내가 나서야 하는 곳인지,
아니면 빠져도 되는 곳인지.
지금 이 말이
나를 보호하는 말인지
아니면 나를 소모하는 말인지.
예전에는
사람들 속에서 나를 잃을까 봐 애썼다면,
지금은
굳이 다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안다.
사회화된 I가 된다는 건
내향성을 버리는 일이 아니다.
내향성을 지키기 위해
태도를 정리하는 것에 가깝다.
나는 여전히 혼자가 필요하고,
혼자일 때 가장 회복된다.
다만 이제는
사회라는 공간을
조금 덜 닳아가며 통과할 수 있게 되었을 뿐이다.
나는
외향적인 사람이 된 게 아니라
조용한 사람이
살아남는 방식을 배운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