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사람을 좋아한다.
이야기를 잘 듣고,
분위기를 맞추고,
필요하면 먼저 움직이기도 한다.
그런데 약속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
가장 편안하다.
말을 하지 않아도 되고,
표정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괜찮은 사람처럼 애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사람 사이에서 쉬는 법보다는
좋은 쉼을 주는 사람이고 싶어서
늘 내 에너지를 먼저 써버리곤 했다.
나는 오래전부터
사람 사이에서 위로 받기보다는
혼자서 회복하는 법을 먼저 배웠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기대는 일이 어색하고,
힘들다고 말하는 순간도 늘 늦다.
이미 스스로 정리해버린 뒤에야
‘아, 나 좀 지쳤구나’ 하고 알게 된다.
혼자 있는 게 가장 편하다고 하면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외롭지 않은지.
하지만 나에게 혼자는
외로움보다는
정리에 가깝다.
사람 사이에서 흩어진 마음을
다시 주워 담는 시간.
어느 순간부터 이 성향을
굳이 고치려 하지 않는다.
이건 내가 살아온 방식이고,
나를 버티게 해준 방법이었으니까.
누군가는 관계 속에서 회복하고,
누군가는 고요 속에서 숨을 고른다.
나는 후자 쪽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