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거인의 그림자

by 김공대희

대한민국 국회 국방위원회 청문회장. “전투로봇 정책방향 청문회”라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앞줄에는 하나스페이스의 대표를 중심으로 수석 연구원들이 정장을 입고 줄지어 앉아 있었다. 그들의 눈빛은 우리가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으로 빛나는 듯했다. 그들 맞은편엔 국방부의 장성들과 국회의원들이 빽빽하게 자리했다.


탁, 의사봉이 울렸다. 국방위원장이 서류를 넘기며 낮게 말했다.

“하나스페이스 측의 ‘로봇 개발 건' 최종 보고 시작하시죠.”

대표가 천천히 일어나 마이크 앞에 섰다.

“존경하는 위원장님, 그리고 의원 여러분. 저희 로봇은 인간이 직접 조종하는 마스터-슬레이브 방식입니다. 조종자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복제하며, 만의 하나 AI의 오판 없이 명확한 윤리 판단을...”

그가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한 의원이 비웃음을 섞어 말을 끊었다.

“지금은 AI 시대입니다. 인공지능이 전략 위성망을 지휘하는 시대에, 사람 손으로 로봇을 조종하겠다고요?”

그 옆의 젊은 의원이 손을 들며 거들었다.

“AI 시대에 인간형 병기를 만들다니, 이건 시대착오입니다. 이미 최첨단의 'AI 전투드론'이 모든 전장을 점령하고 있어요.”

국방부의 정책실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의원님들, 사실 이 로봇은 단순한 구식 모델이 아닙니다. 전자전 환경에서 통제가 불가능할 경우, 마지막 방어선이 될 수 있습니다.”

회의실이 잠시 정적에 잠겼다. 그러나 비웃음이 곧 흘러나왔다.

“통제 불능요?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되죠, 안되게 AI를 잘 만들어야죠, 장군님!”

하나스페이스의 수석 엔지니어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의원님들, AI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결국, 사람 손에 맡기겠다는 거군요. 재래식으로”

위원장은 냉소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하지만 국민 세금으로, AI 시대에 인간이 타는 거대한 로봇을 만드는 건 낭비입니다. 시연은 잘 봤고... 예산 지원은 없습니다.”

탁. 의사봉이 다시 울렸다. 그 한 마디로, 대한민국의 '인간형 전투 로봇'은 정식 사업에서 제외됐다.


그날밤 하나스페이스 기술자 몇 명이 거대한 철문을 열고 의사당 지하 벙커에 들어갔다. 거대한 그림자가 숨 쉬듯 있었다. 수석 엔지니어는 손끝으로 차가운 금속을 어루만졌다. 동행한 엔지니어가 고개를 숙였다.

“일단 지하 벙커에 보관하라 하네요. 관리 비용이 만만치 않아 폐기될 수도 있다 합니다.”

수석 엔지니어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낮게 중얼거렸다.

“언젠가 널 깨울 수 있을지...”

조명이 꺼지고, 문이 닫혔다. '거대한 그것'의 센서가 잠시 푸른빛을 띠었다가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거인은 그곳에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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