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첫 만남

by 김공대희

용산 국방부 청사, 너무 이른 월요일 아침이었다. 로빈은 다림질 자국이 각지고 멋진 파일럿 정복을 입고 정문을 통과했다. 안내 지도를 한 번, 두 번 확인했다.

“B동, 대강당.”

B를 따라가다 길이 Y자로 갈렸다. 그는 루틴대로 왼쪽을 택했다. 로빈에게 왼쪽은 대체로 ‘좋은 느낌’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오른쪽보다는... 세 번째 모퉁이를 돌았을 때, 복도는 갑자기 텅 비었다. 문 하나가 눈길을 잡아끌었다. 회의실 17-보안구역.

“아니, 이건 아니지...” 하면서도 그는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찰칵. 문이 열렸다. 그리고 바로 딱 잠겼다. 붉은 경고등이 점멸했다.

“출입 권한이 없습니다.”

“아, 이거... 또 길을 잃었네”

굳어진 얼굴로 문을 두드릴까 말까 하는 순간, 문이 스르르 열렸다. 깔끔한 검은 정장, 단정한 머리카락. 루시가 서 있었다.

“여긴 어떻게 들어왔습니까.”

“길을... 잃었습니다.”

“길을 잃은 게 아니라, 보안구역에 무단 침입하신 거죠.”

그녀는 신분증으로 잠금을 해제하고 몸을 비켜섰다.

“나오시죠. 보안팀 오면 설명이 더 길어집니다.”

“감사합니다. 그... 어디로 가야 B동...”

“따라오세요.”

발소리가 일정했다. 루시의 구두, 로빈의 구두, 복도의 타일. 셋이 리듬을 맞춰 걸었다. 엘리베이터 앞에 섰을 때, 로빈은 숨을 조종하듯 가다듬었다.

“저... 이런 자리에서 말씀드리긴 뭐 하지만...”

루시는 고개를 들었다. 눈동자는 물처럼 맑았지만, 온도는 낮았다.

“보안구역 무단 침입자가 저에게 연락처를 요구하는 건 규정 위반인 거 아시죠?”

“규정이라면... 네. 알죠.”

“... 사실은 규정이 아니라, 제 선택입니다. 대강당은 아래층입니다.”

철컥 문이 열리고, 그녀는 먼저 내려갔다.

"어?"

홀에 혼자 남은 로빈은 작게 웅얼거렸다.

“그래도 언젠간...”

그는 어깨를 폈다. 어쨌든 그는 우주로 배달될 후보가 되었으니까.


그날 아침, 사이버전략과에서 루시는 프린터에서 갓 나온 보고서를 곧게 정렬해 과장에게 정식 보고했다.

표지: 〈미항공우주국(NASA) 파견 후보 선정 보고〉

본문 3페이지에는 이 문장이 깔끔하게 박혔다.

“김로빈 대위는 항공기 운용 자격을 보유하고 유전공학 전공을 이수하였으며, 국가 간 신뢰를 견지하기 위한 형식상 파견 기준에 적합함.”

“그런데 이 친구, 괜찮겠나?”

“요건에 부합합니다.”

“현안이 많으니... 빨리 보내요.”

“예.”

루시는 대답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그 사이 휴대폰이 진동했다. 미확인 문자가 한 줄 남아 있었다.

“공터 김진. 안녕하세요, AI 사업 납품사 공터 김진입니다. 미국 쪽 이슈, 혹시... 더 들여다보셔야 할 겁니다. (민감)”

루시는 눈을 가늘게 떴다.

“민감은 또 뭐야~”



로빈은 NASA 파견요원으로 확정된 얼마 후, 국가기관의 신분증을 패용한 검은 요원들에게 연행되다시피 하여 서초의 국정원 해외파트 보안실로 도착했다. 주위는 소음 하나 없이 긴장으로 가득했다.

“이번 건은 대한민국 국가 안보와 산업 발전에 중요한 사안입니다.”

“잘못되면 미국 교도소에서 백 년 넘게 지내야 할 수 있습니다.”

“국가에 헌신을 약속한 김 대위께서 함께해 주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무표정한 얼굴의 방첩팀장 멘트가 있고 난 후 전문요원들의 교육이 이어졌다. 로빈은 육중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그 시간 내내 매우 침착한 군인으로 보였다. 외면상으로는...

곧이어 '초미세 생체장비'가 로빈의 몸 깊숙이 이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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