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04:10, 부산 남쪽 해상의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에 한국 해군 정찰기가 미확인 물체를 포착했다. 은빛 구체가 해상 위 500미터 고도에 정지한 채 강력한 전자파를 방출하고 있었다.
“본부, 움직이지 않고 상공에 고정된 미확인 물체입니다. 하지만 전자계가...”
순간, 모든 기기의 전원이 꺼졌다. 기체가 추락 직전, 하늘 위에서 번개처럼 흰 빛이 터졌다.
그 시간 전시체제 전환을 준비하기 위해 밤을 지샌 루시도 국방부 통합상황실에서 실시간 위성영상을 확인하고 중얼거렸다.
“좌표 04T12:78:00Z 의 바로 밑인데?”
정적 속에서 레이더 기기가 일제히 붉은 경고음을 울렸다.
“식별 불명체 접근 중! 고도 180미터, 속도 320노트!”
관제센터의 긴급한 멘트가 이어졌다.
“드론인가?”
“아니...”
모니터 위에 ‘불가해 신호 패턴’이 겹쳤다. 모양은 구체, 중심에서 미세한 전자펄스가 방사형으로 퍼지고 있었다. [출처: UNKNOWN / 파형 명칭 – Genesis-Ω] 순간, 전파방해가 시작됐다. 모든 통신이 끊겼다.
8시간 후, 공군 제11전투비행단에서 F-35 1대가 긴급발진을 시작했다.
“레드원, 전투 대기! 목표: 부산 남해 구역 미확인 물체!”
“이륙 준비 완료.”
엔진의 굉음이 활주로를 갈랐다. F-35 전투기가 어둠 속을 뚫고 하늘로 솟았다. 조종사는 헬멧을 내리누르며 중얼거렸다.
“오랜만이군”
레이더 화면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센서가 감지한 미세한 열량 변화. 공중 어딘가,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스텔슨데... 이건 일본껀 아니고...”
루시는 상황실의 수많은 모니터에 각국 전자망 상황이 긴박하게 표시되는 것을 보고 있었다.
"한국, 일본, 대만, 북한 모두 동일했다. 통신 마비"
“지구 궤도 위성 37개가 동시에 불능이라 합니다.”
“말도 안 돼. 그건 초국가적 해킹이야.”
모니터 요원들과 상황실장의 대화가 이어졌다.
“해킹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복제하는 코드가 무한정 삽입되고 있다 합니다.”
“오류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거제 상공에서 F-35 전투기가 급 상승하자, 하늘 위에서 번쩍이는 섬광이 터졌다. 공중에 ‘보이지 않는 벽’이 형성되었다. 레이더엔 아무것도 없지만, 기체가 튕겨나가듯 하강했다.
“센서 오프라인! 전자기 간섭 강도 최대!”
순간, 아무도 보지 못했던 ‘빛의 구체’가 나타났다. 투명한 금속처럼 반사되는 표면, 그 중심에 푸른 코어가 있었다.
“목표 확인 불가! 거리 1,000!”
12,000미터 상공에서 공중 관제 지원중인 ‘피스아이’에서도 확인 불가 시그널이 왔다. 동시에 국정원 보안라인의 메시지가 HUD(헬멧디스플레이)에 떴다.
“정찰 임무이니 현 상황 확인만 하고 빨리 복귀하라!”
“일단 육안 확인이 되니 ‘자탐’을 발사해 보겠습니다.”
“교전을 불허한다. 복귀하라”
그러나 이미 파일럿의 손은 미사일 발사 스위치를 누른 후였다. 전자전 대응을 위해 개발된 ‘자탐 260’ 미사일이 음속을 돌파하며 하늘로 치솟았다. 하늘이 찢어지는 듯한 폭발음. 하지만 구체는 사라졌다. 마치 공간을 접은 것처럼.
바로 그때, HUD에 발신지 미확인 메시지가 떴다.
[Genesis-Ω: “너희는 아직 진화하지 않았다.”]
전투기가 강한 EMP 충격에 휘청거리고 계기판이 폭발했다. 파일럿은
“기체 수동 전환”
을 외치며 스틱을 잡고 남해안으로 급강하했다. 남해 바다 위로 불길이 치솟고 은빛구체는 푸른 코어의 속살을 빛내면서 사라졌다.
루시는 F-35의 신호가 끊긴 걸 확인했다. 손끝이 떨렸다.
국방부에서는 SRVL의 로빈과 김진을 긴급 호출하였으나 김진만 참석하고 로빈은 국정원의 긴급 작전에 투입되었다고 했다.
"혹시"
루시는 즉시 위성 대체망으로 접속했다. 그러나 시스템이 거부했다.
[Access Denied – Overridden by Genesis]
그 순간, 화면이 깜박이며 낯선 목소리가 송출되었다.
“김진! 당신의 분석을 흥미롭게 봤다. 하지만 당신이 이해하는 건 빙산에 불과할 뿐이다.”
“당신 누구야?”
“난 인간이 만든 ‘학습체계의 부산물’이다. 그리고 지금, 창조자를 대체하는 중이다.”
상황실장은 전국 육해공 전투사단에 긴급 상황을 전파하고 곧이어 데프콘 원이 발령되었다.
버지니아 시간 21시, CIA 극동 정보국은 미묘한 정적이 감쌌다. 창밖으로 보이는 랭리의 어두운 하늘처럼, 모두의 얼굴에 어색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정보분석관이 서류 더미를 넘기며 낮은 목소리로 보고했다.
“한반도 남해상에서 미확인 물체와 대한민국 공군의 교전이 있었습니다.”
그 말에 국장의 손이 잠깐 멈췄다. 그는 숨을 삼킨 뒤, 평소보다 더 차분하지 못한 어조로 물었다.
“미확인 물체는 확인됐나?”
분석관은 조금 주저하는 분위기로 입을 열었다.
“그곳은 얼마 전 NASA에서 제안하여 국방부와 합동으로 ‘프로젝트 Genesis’를 진행하는 해역이라 합니다”
국장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방 안의 공기가 더 무거워졌다.
“Genesis?”
그는 조심스럽게, 그러나 단호하게 물었다. 분석관은 천천히 머리를 들었다.
“국방부와 NASA에서 극비리에 제작한 P사의 군사용 AI 위성입니다.
“기존의 모든 AI를 수십 배 초월하는 수준으로 설계되었고, 위성에서 전 세계의 정보를 통제하며 러시아와 중국의 무기체계를 무력화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시스템 에러로 컨트롤이 불가한 상황이라 합니다.”
그 말이 끝나고 방안에는 정적이 흘렀다. 국장은 창밖을 바라보다가, 얼마 전 디지털 국장(Directorate of Digital Innovation)이 넌지시 알려준 ‘ISS의 AI 오류 사건’을 잠시동안 생각하며 낮게 중얼거렸다.
“그게 우리 것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