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편
회사 내 루머가 무성했다.
"부서가 없어진다."
"자회사를 만들어 모두 다 내보낸다."
"몇 년도 이전 출생자는 아웃이 확정이다."
그러나 나는 애써 루머를 무시하고
최대한 의연한 모습으로 직원들에게 보이도록 일에 집중했다.
그간 하위권의 경영성과로 인해 00 지사 분위기는 어려웠으나 내가 부서의 책임을 새로 맡은 후로는 운이 좋게도 현격하게 성과가 개선되어 년도 중반기 이후부터 상위권으로 도약해 있었다.
부서 내 소속 팀장들이나 직원들도 그간 애썼던 자긍심으로 업무에 더욱 몰입하는것 같았다.
지나가는 루머들에 대하여는 다들 설마 하는 분위기였다.
오히려 더 열심히 하고 더 성과를 내어 구조조정이라는 칼날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그러나 10월 어느 날..
노조와 본사에서 전격적인 구조조정 내용이 공식 발표되고 비 공식(?)적인 개별 면담에 이어 그간의 노력과 드라마틱한 성과 개선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직원 모두가 알게 되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 한 달 내내 가슴이 아팠다.
부서를 맡은 책임자로서 너무나 고생했던 직원들을 보호하지 못하고, 최소한의 도움도 주지 못한 채,
너 나 없이 모두, 다.. 떠나야 한다는 획일적인 경영 지침으로 인해
내색은 하지 못 했지만 매일 아침의 출근길은 어두운 터널로 들어가는 느낌의 연속이었다.
32년이라는 직장 생활은 그렇게 끝이 났다.
거의 100대 1에 가까웠던 입사 시험에 합격하고 친구들과 나누었던 소주 한잔, 처음 출근할 때의 그 수줍음 그리고 회사에서의 사연과 도전들...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 입사를 했으니 초등학교부터 연이어 조금도 쉼표 없이 주~욱 쉼 없이 달려온 세월이었다.
회사가 학교 같았고 그냥 나의 삶, 그 자체였다.
회사를 너무나 사랑해 머 그렇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냥 삶의 전부이고 당연한 가족과 같은 무언가 그런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