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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쏨땀쏨땀 애슐리 Oct 22. 2019

그 손이 불렀다.

홀린 듯 떠난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

까마득한 산  정상에 거대한 손 하나가 공중 부양한 채 떠 있었다. 산 아래엔 계단식 논밭이 굽이굽이 펼쳐졌다. 나뭇가지로 엮은듯한 그 손 위에 오르면 웅장한 풍광을 내려다볼 수 있으리라.


우연히 웹서핑을 하다 발견한 사진 한 장이 나를 족자카르타로 이끌었다. 어쩌다 그 사진을 마주하게 된 것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어딘지 몰랐으니 검색을 한 것은 당연히 아니다. 그냥 그 사진을 처음 본 순간 '아, 여기다!'라는 강한 확신이 들었던 기억만 또렷하다. 오버 5.7g 정도 보태서 귓가에 상투스 같은 게 울렸던 것 같다.


족자카르타엔 빼어난 자연 풍경을 지닌 곳에 인상 깊은 포토스팟을 만들어 놓은 경우가 많다. 그 손의 정체는 포토스팟 중에서도 가장 힙하다는 '피누스 펭게르(Pinus Pengger)'였다.

5월 중순에도 아직 여름휴가를 정하지 않던 차였다. 직장인에게 여름휴가란 그나마 제일 회사 눈치를 보지 않고 떠날 수 있는 합법적(?)인 일탈 기간인데, 올해는 유독 당기는 여행지가 없었다. 휴가비도 넉넉하지 않아서 물가가 비싸다 싶은 곳은 애초에 후보군에도 올리지 않았었다.


그래서 그 손이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에 있다는 정보를 얻자마자 스카이 스캐너로 비행 편을 확인해 봤다. 직항은 없고 발리나 자카르타, 쿠알라룸푸르 등에서 환승해서 가는 항공편이 주로 검색됐다. 가깝지 않았고, 가격도 생각보다 비쌌다.


다행히 동남아를 가기엔 충분한 대한항공 마일리지가 있었다. 기왕 동남아행 마일리지를 쓸 거면 똑같은 4만 점을 쓰더라도 LCC가 취항하지 않아 가격이 비싸고 먼 곳을 쓰리라 생각했는데, 비행시간이 7시간에 가까운 자카르타는 4만 점으로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이었다. 게다가 여름휴가가 코 앞이던 그 당시에도 토요일 인천 출발, 토요일 밤 자카르타 출발이라는, 휴가를 최대한으로 쓸 수 있는 아름다운 스케줄의 보너스 항공권이 남아있다니!

그렇다. 누가 교통체증으로 악명 높은, '설마 한 나라의 수도인데 관광거리가 뭐라도 있지 않겠어?'라는 기대를 무참히 저버리는 자카르타로 여름휴가를 간단 말인가! 볼거리라고는 1도 없는, 비즈니스 수요 때문에 생긴 노선이기에 좌석 여유가 있는 그 비행기를 냉큼 집어탔다. 그리고 자카르타에서 족자카르타까지는 에어아시아를 왕복으로 8만원대에 끊었다. 인도네시아 국적기인 가루다 항공을 이용하는 게 더 편했겠지만, 왕복 가격 차이가 2명에 20만원 가까이 됐다. 1시간20분 날아갈건데 굳이 비싼거 타서 뭐하나. 난 '데려다는 줍디다'에 충실한 저가항공에 거부감이 없다.


9월 초, 나의 늦깎이 여름휴가는 그렇게 정해졌다. 발리를 제외한 인도네시아는 그 흔한 가이드북조차 없다는 것도, 국내 포털사이트에서 얻을 수 있는 한글판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라는 사실은 모른 채였지만 그래서 더 신선했던 족자카르타. 이 여행기의 목적은 간단하고도 노골적이다. "족자카르타 좋은거 모르는 사람 없게 해 주세여ㅠㅠ" 나만 알기 아까워서 영업하려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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