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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김현영 Apr 12. 2021

병역의무의 성별정치학

당대비평_2002_폭력의문화를거슬러_양심적병역거부의의미를묻다_특집원고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 이후, 논의의 방향이 여러 곳으로 옮겨졌다. 


그 중 하나가 여자는 군대 안가니 돌봄노역을 하는게 어떠냐는 모 시인의 헛소리를 비롯해 여성의무징병제의 도입 등의 주장이다. (참고로 돌봄노역에 대해서는 그걸 이년만 하면 면제해주는거냐며 중노년의 여성들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화를 냈다. 그리고 20대 여성들에 의무 징병 관련 조사를 하면 그래서 평등해진다면 기꺼이. 라는 답변이 항상 대세였다.) 하여간 이 주장은 너무 오래되고 익숙한 얘기라서, 논쟁에 참여한 의욕조차 가지기 어려운데, 그래도 오래 전 작업해둔 글이 있어서 이 기회에 이 글을 공유한다. 

석사논문주제가 무려 "병역의무의 성별정치학"이었고, 석사논문을 좀 더 대중적으로 읽기 쉽게 고쳐서 쓴 글이었다. 논문 단행본 계약을 했었으나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출간은 안했는데 이후 가끔 아쉽다는 얘기를 듣곤 했다. 하지만 이 글이라도 남아서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권혁범 선생님을 비롯하여 그동안 사회학, 정치외교학, 여성학 등의 강의에서 참고자료로 읽혔던 자료였다. 무려 19년전에 쓴 글이지만, 그동안 논의 지형이 크게 변한 것 같지는 않으니 참고해서 읽어보실만 하지 않나 싶다. 


이 글은 베트남 작가 바오 닌의 <전쟁의 슬픔> 인용으로 시작한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이제 절대 평범해질 수 없어.  우린 이제 정상적인 목소리로 정상적인 방법으로 말할 수 없게 되었어.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도로 인간다운 목소리를 찾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거야" - 바오닌


이 인용으로 글을 쓰게 된 이유는 후배의 편지 때문이었다. 그때 총여방을 닳도록 드나들었던 후배는 이런 편지를 보내왔었다. "누나, 여기서는 내가 인간이라는 것을 잊어야 살아남을 수 있어요" (이 글 40쪽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 글에서 나는 다음을 논증하려고 했다. 첫째, 군사적 동원 전략이 성별 정치학을 통해서 이루어져 왔으며, 둘째, 징병제 하에서 '끌려간' 남성들은 이러한 성별화된 동원전략 속에서 희생자이자 가해자로서의 이중적 정체성을 구성한다는 점. 아마 19년 후의 지금의 군대는 예전의 군대와는 많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연구를 마치고 2004년 국가인권위에서 군대내 남성간 성폭력 연구에 참여했을 때, 그리고 2013년 여군 관련 성차별 환경 연구를 했을 때, 2019년 국방부 성범죄 TF에 참여했을 때를 돌이켜보면, 그렇게 많이 달라지지는 않은 것 같다. (경향성을 파악할만한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다는 얘기다)


군대가 남자다움을 폭력과 지배에 익숙한 것으로 학습시키는 이유에 대해 신시아 인로는 "군인이 되는 것과 남성이 되는 것을 최대한 밀착시킬 수록 징집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다"고 분석한다. 그런 면에서 여성징병제를 한번도 본격적으로 검토하지 않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여간 관심있으신 분들은 아래 파일을 다운 받으시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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