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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김현영 Oct 13. 2022

왜 성매매 여성 불처벌인가

[한겨레 세상읽기] 2022-10-3

공항 근처에 지어진다는 건물 모델하우스에 화장실을 사용하기 위해 들어갔다가 잠깐 설명을 듣게 됐다. 고급상점, 호텔, 오피스텔, 아파트가 함께 있는 주상복합건물. 그중에서 오피스텔 판매에 주력하는 모양이었다. “사실 이런 건물에 오피스텔이 있는 건, 아시죠? 다른 곳보다 월세를 많이 받을 수 있어요.”무슨 뜻인지를 여러 사람에게 물어봤는데, 대부분 비슷한 의견을 줬다. 아마도 ‘오피방’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을 테니 월세 수익이 보장된다는 얘기일 거라는 거였다. 


그 말의 의미를 알아챘다면 바로 물었을 것이다. 이거 ‘알선’ 행위가 된다는 거 아시나요? 성매매특별법 2조 2항에 따르면 성매매의 장소를 제공하는 행위, 성매매에 제공되는 사실을 알면서 자금, 토지 또는 건물을 제공하는 행위는 모두 성매매 알선 행위로 처벌된다. 문제는 ‘알면서’라는 차원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아시죠?’는 알면서 모르는 척하면서 공모를 권유하는 말이다.성매매 관련해서는 종종 이렇게 앎과 무지가 각자의 역할을 맡아 침묵을 공고하게 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이발소 사인볼이 두개 돌아가거나, 노래방이 아니라 노래팡이나 노래바 같은 이름이면 성매매 가능 업소를 뜻한다는 것 역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세간의 상식’이다. 


상식은 문화적으로 전승되고 욕망을 자연화하는 힘을 가지고 있지만 법적 책임으로부터는 비교적 자유롭다. 하나은행 성차별 채용비리 사건에서 알 수 있듯 관행으로 인정되면 분명한 불법행위조차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가 나온다. 문제는 그 관행은 언제나 지배계급의 특권을 옹호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데 있다. 현행법에서 성매매 행위는 ‘공공의 사회질서’를 해친다는 이유로 금지하는데, 그 결과 권력을 가진 남자들의 성매수가 처벌되는 일은 단언컨대 ‘없다’. 우리는 이미 고인이 된 재벌가 총수와 전 법무부 차관, 다수의 검찰 인사, 여당 전 대표 등의 성매수 의혹을 모두 알고 있다. 그들이 모두 처벌받지 않았다는 것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반면 성매매 여성은 처벌된다. 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이 기획하고 열두명의 연구자와 활동가가 글을 쓴 <불처벌>은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사회에 질문을 던진다. 필자마다 던지는 질문이 묵직하다. 왜 (저들이 아니라) 성매매 여성이 처벌받는가?(황유나) 판매자, 구매자, 알선자는 각각 동등한 수준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행위자인가?(노혜진) 셋 중 가장 취약한 위치에 있는 성매매 여성이 모든 위험을 떠안은 결과 성매매 여성은 각종 범죄에 쉽게 노출돼 공사영역에 걸쳐 이중 삼중의 처벌을 받는 것 아닌가?(장다혜, 백소윤) 


합법화가 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꽤 있길래 하는 말이지만, 합법화가 답이 아니라는 것은 한국의 역사에서 이미 수차례 확인된 바 있다. 합법화 아래서는 오히려 ‘그만둘 권리’가 없다. 몸을 팔아서라도 빚을 갚는 것이 ‘가능한 현실’이 되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공창제가 있을 당시의 창기들은 ‘그만둘 권리’를 위해 단발하고 폐창운동을 벌였다.(장원아) 식민지 시대만의 일도 아니다. 1960년대 윤락행위방지법이 사문화된 상황에서도 성매매 여성들은 보안처분을 받고 강제수용되거나, ‘선도’라는 이름을 건 관변조직으로부터 갈취를 당했다.(김대현) 성매수자와 성판매자 모두 비범죄화하자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이는 한국의 거대한 성산업 규모와 그 규모를 지탱해온 구조적 측면을 무시하고 방치하겠다는 주장과 다름없다. 


한국의 금융자본주의가 어떻게 여성 집단을 성매매와 연루시켰는지를 연구해온 김주희는 “성매매는 개별 여성과 남성의 일시적 성교행위가 아니라 무수한 성구매 후기, 소개, 권유가 만들어낸 네트워크와 비즈니스 속에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한다.한국의 성매매 문제 담론과 운동의 교착상태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이견을 진영으로 만들 것이 아니라 공통의 기반으로 넓게 문제를 정의하고 이후의 전략을 고민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 어떤 문제가 그렇지 않겠냐마는 성매매 관련해서는 특히 더 그렇다. 논쟁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배제하고 낙인을 찍을 것이 아니라 읽고, 토론하고, 논쟁하자. 서로 눈짓하며 ‘아시죠?’라고 말하는 이 무책임한 공모에서 벗어나야 한다.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기획, 김주희 외 지음, <불처벌>, 휴머니스트, 2022



기사 링크 :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6115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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