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루나 Jun 01. 2020

장애견이 되어버린 우리 코코

장애견 엄마의 마음

나의 사랑 우리 코코는 앞 두 다리의 기능을 잃은 노견이다.


10살을 훌쩍 넘겨서 까만 털로 뒤덮였던 우리 코코는 흰색 수염 털이 점점 많아졌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모든 신체 기능은 저하되었고, 앞 두 다리의 신경은 죽어서 두 다리를 쓸 수가 없어졌다.

나에게 행복만 주고 기쁨만 주었던 나의 사랑 코코에게 최근에 준 선물이 전신 휠체어라니...

너의 세상에는 나 밖에 없는데, 나는 그동안 이렇게 너를 신경 많이 못쓸 만큼 다른 일들이 많았던 것 같다.

내 기준에서 기본적인 의무만 하면서 널 방치한 게 아녔을까 마음이 저리듯이 너무 아파온다.


내가 퇴근하면 휠체어에 몸을 맡긴 체 뒷다리를 사용해서 울면서 "왜 이제 왔어?"라고 하는 듯 달려오는데

앞다리가 방향 조절을 해주는데 앞다리는 쓰지 못하니 목적지는 나에게 오는 건데 소파에 부딪히고 벽에 부딪히고 이내 서글프게 울어버린다.

집에 있는 순간부터는 나와 떨어져 있기만 하면 운다. 예전에는 내가 하는 모든 걸 방해해서 나보고 놀아달라 했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있어도 코코의 눈동자는 나를 향해 있고 내 곁에 있어야 행복한 주인 바보이다.


방에서 요가 수업 준비를 위해 연습하고 방 문을 나가면 내 방 앞에 검은 강아지가 탄 휠체어가 기다리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앞 발로 방문을 밀어서 매트 위에서 놀아달라고 하거나 또 쉬야하는 말썽을 부렸을 너인데 세월이 흐르면서 서글퍼지는 것들이 너무도 많아진다.

휠 체 없이 움직일 수 없는 나의 강아지는 몸이 불편할 때마다 울어서 밤새 깨서 몸의 자세를 바꿔줘야 하지만 그래도 너를 포기할 수는 없다.

내 방 밖에 고요한 적막과 빈 휠체어만 남을까 봐..

혹시 시간이 흘러 빈 휠체어만 남게 될까 봐 너무 무섭다.


빨리 집으로 돌아가서 너를 안아주어야겠다.





.



매거진의 이전글 작별인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