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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쥬스 Dec 01. 2020

물피 도주? 그냥 뺑소니 범죄자라고 합시다

남의 차 망가뜨리고 도망가는 건 범죄죠

며칠 전 보건소에 끌려가서 코로나 검사를 받은 저 때문에 남편은 당분간 출퇴근 때 차를 가지고 다니기로 했습니다. 출퇴근이 워낙 정체구간이라 대중교통이 편하지만 어쩔 수 없죠.


퇴근 무렵 저녁 뭐 먹을 거야 등등의 소소한 이야기를 하던 중 남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저희는 카톡은 엄청 해도 전화는 잘하지 않는 부부인데 이 시간에 통화? 뭔가 이상하더라고요.


"누가 차를 긁었어. 밥 먼저 먹어"


그리고 카톡으로 날아온 사진.

엉엉.. 솜이야.. 이게 머선일이고!!!!!!


몇 달 전 아파트 주차장에서 우리 차를 슬쩍 긁고 도망간 차량을 씨씨티비를 뒤져서 잡은 터라 10센티 내외로 긁혔겠지 싶었던 제 생각과는 달리 이건 차를 긁은 게 아니고 처박고 간 수준이었습니다. (하, 그때도 사고처리를 안 하고 도망을 갔네요????? 물피 도주 하는 것들 아주 상습범들 천지입니다)


사진을 보는 순간 분노가 치솟았습니다.


남의 차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연락도 안 하고 도망갈 생각을 하는 사람은 대체 무슨 생각인걸까.


일전에 ISG(스톱앤고 시스템)가 작동을 안 해서 오토큐에 물어보니 블랙박스 상시 녹화가 원인이라며 요즘 사방이 씨씨티비니까 길가에 차 세우는 것 아니면 상시 녹화를 쓰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블박을 주행 중 녹화로 둔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때문에 우리 블박엔 사고영상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전에 슬쩍 긁고 도망간 물피 도주 사고 때는 상시 녹화 상태였는데도 충격 녹화가 되지 않았기에 설마 서 있는 차를 블박에 녹화될 정도로 들이박는 일이 있겠어?라고 했는데 예...있더군요. 설마가 사람을 잡았습니다. 세상엔 별별 미친놈이 다 있습니다.


일단 오피스 건물 주차장이니 관리실을 찾았으나 담당자는 퇴근 이후였습니다. 일단 사진 찍고 경찰 신고를 먼저 해야죠.


물피 도주 사건은 무조건 증거가 우선입니다. 인사사고가 아니라서 경찰에서 열심히 수사를 안 하기 때문에 증거가 관건이거든요. 최대한 자세히 차량 피해 부위 촬영 -> 블박 백업 -> 경찰 신고 -> 수리로 진행해야 합니다. 경찰에 신고를 해야 이후 주변 씨씨티비랑 주차 차량 영상을 찾아보기 쉽습니다.


출동 신고를 받고 온 경찰도 사고 부위를 보더니 어이가 없다고 했답니다. 경찰 역시 주차장 차량 사고 신고는 긁힌 수준의 신고로 생각하고 왔는데 우리 차는 사고 부위가 너무 크다고 했다네요.  


일단 관리실은 퇴근이고 현재로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황. 출동하신 경찰 아저씨는 남편에게 내일 오전에 관할청에 사고 접수를 하고 관리실에서 영상을 따라고 안내하고 가셨습니다. 씨씨티비 위치상 사각지대가 아니었으니까요. (라고 생각했지만 사각지대였습니다)


차를 세워둔 시간이 출근해서 퇴근시간까지 거진 10시간 가까이인데 그 씨씨티비를 다 돌려볼 생각을 하니 한숨이 나옵니다. 혹시라도 못 잡으면 어쩌지, 잘 안 찍혀 있으면 어쩌지, 번호판이 흐리게 보이면 어쩌지 별별 생각이 다 듭니다. 일단 맞은편에 주차되어 있던 차량 연락처를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옆옆에 주차해둔 회사 직원 차량의 블박 메모리도 백업했고요. 범인은 그 주차 자리가 카메라 화각에 애매하게 걸린다는 것을 아는 놈이었습니다. 그러니 냅다 튄거죠. 관리사무소 영상을 다 뒤져서 차량을 찾았고 다행히  옆옆에 주차된 직원차량의 블박영상에 사고상황이 굉음과 함께 아주 잘 찍혀있었습니다.


남편은 난임시술 때문에 반년 가까이 끊은 담배를 다시 피웠습니다. (어떻게 끊게 한 담배인데! 사고 낸 놈 가만 안 둘 테다!!!)




정차된 차량을 손상시키고 연락처를 남기지 않고 도망치면 도로교통법 156조 제10호 위반입니다. 사고를 낸 사람은 본인의 인적사항을 피해자에게 알릴 의무가 법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처음엔 저도 남의 차를 박고 간 건 뺑소니인 줄 알았습니다. 당연히 처벌도 강력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차량 내부에 사람이 있었던 것이 아니면 뺑소니로 보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냥 물피 도주 (주정차된 차량을 대상으로 다른 차량이 사고 및 피해를 가한 뒤 사후조치 없이 현장에서 도주한 것)라는 생소한 용어를 씁니다. 뺑소니는 인피 도주. 그러니까 사람이 있는 차량 또는 사람을 치고 도망가면 뺑소니 사건으로 일이 커지는데 차 안에 사람이 없으면 물피 도주. 그냥 물건을 치고 도망간 정도로 사건이 작아져서 꼴랑 벌금 얼마 선에서 끝납니다.


더 황당한 건 2017년 전에는 이렇게 물피 도주를 하고 도망간 놈을 어찌어찌 잡아도 "몰랐어요~ 보험 처리하세요~" 이러면 끝났습니다. 기가 막히죠? 그러니 주차된 차를 친 놈들이 '잡히면 재수 없이 보험 처리해주는 거고'라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으로 도주를 하는 겁니다. 때문에 물피 도주는 개만도 못한 놈으로 취급할 정도의 악질 범죄로 봅니다.


물피 도주를 당하면 피해자의 손해가 장난이 아닙니다. 일단 관할 경찰청에 방문해서 조서를 써야 하기 때문에 평일에 일정 시간 일을 못합니다. 그리고 언제 일어난건지도 모르는 사고의 영상을 찾느라 내 블박, 주변차 블박, 관리실 영상 등등 다 뒤져봐야합니다. 물피 도주 사건은 시간이 생명이라 열일 제쳐두고 영상을 확보해야 하거든요. (안그러면 메모리 용량 때문에 영상확보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심리적 스트레스도 엄청 큽니다. 범인 잡을 때까지 잠이 안옵니다. 분하고 열 받고 내 차는 어쩌나 싶고. 경찰은 물피 도주 신고 접수는 받아주지만 수사는 해주지 않습니다. 인사사고가 아니라서 피해자가 영상을 다 뒤져서 증거 영상을 잡아내서 경찰서에 제출하는 시스템이거든요.


하물며 어찌어찌 영상을 구했는데 어둡거나 비 오거나 해서 번호판이 잘 안 보여서 범인을 못 잡으면 수리비는 고스란히 피해자의 몫입니다. 난 단지 주차를 했을 뿐인데 남이 내 차를 부수고 갔는데도 내가 증거 영상도 제출해야 하고 범인을 잡아야 하고 재수가 없으면 내 돈으로 차 수리도 해야 합니다. 어이가 없습니다.


피해자들의 원성이 자자하자 2017년 6월 도로교통법이 바뀌어서 드디어 물피 도주도 처벌이 됩니다. 그런데 고작 20만 원 이하의 벌금/과태료 12만 원/벌점 15점 에 처합니다. 게다가 초범이면 벌금도 적답니다. ㅋ 최소 벌금 2백 이상에 징역은 살게 해야 도망갈 생각을 못할 텐데.


저 범죄자 놈들은 여전히 안 걸리면 재수 좋은 거라고 생각하고 걸려도 벌금 내지 뭐 라는 상태니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도망가는 겁니다. (개념이 없으면 면허를 뺏거나 몽둥이가 약인데 도대체가 처벌이 이렇게 약해서야 원) 그리고 몇 번 해본 놈들이 계속 저럽니다. 저 사람들이 몰랐다고 하니까 저런 일이 처음일 것 같죠? 절대 아니에요. 전에 도망가봤는데 안걸린 적이 있으니까 계속 저러는 겁니다.


이러다 보니 도망간 놈들이 오히려 뻔뻔하게 걸려서 재수 없다는 식으로 나옵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환장할 노릇. 내 차가 망가졌는데 가해자 놈이 자기는 재수가 없어서 걸린 거라면서 사과 한마디를 안 하고 보험 번호 날아오고 알아서 처리하라고 하니까요. 와. 앞에 있으면 그냥 김치 싸대기를...



가해자 놈 연락처 알려달라 하면 개인정보라며 '안알랴줌' 입니다. ㅋ 분노의 피해자가 가해자 찾아가서 현피 뜰까 봐 가해자 다칠 걱정해주는 우리나라 좋은 나라. 하긴 연락처 알아봐야 뭐하나요. 흥신소 써서 때려줄 것도 아닌데...



처음 물피 도주를 당해서 범인과 이야기할 때 그놈이 그러더군요. 같은 아파트 주민끼리 얼굴 붉히지 말고 적정선에서 합의하자고. 차 아끼느라 기계 세차도 안 넣고 손세차하는 우리인데... 가해자의 뻔뻔함에 우리의 얼굴이 매우 붉어졌죠. 화가 나서. 그런데 이번엔 아주 남의 차 범퍼랑 휀다를 저지경을 만들고 살펴보지도 않고 도주하는 놈을 만났네요.  


물피 도주를 당한 게 벌써 두 번째라니. 도대체 남의 소중한 차를 왜 긁어놓고 도망을 가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그만큼 몇몇 운전자들 인식이 물피 도주는 토껴서 안 걸리면 장땡이라는 뭐 같은 사고방식이 있다는 거죠. 게다가 명확한 주차공간이 아닌 경우에는 보상받기가 더 힘듭니다. 다행히 저희는 두 번 다 지정된 주차공간 안이었지만 심리적 스트레스는 어마어마했습니다. 참고로 유료주차장이나 마트 주차장의 경우에는 범인을 못 잡으면 주차장 관리업체에서 배상한다고 하네요.


사고 영상을 받아보니 놀랄 만큼 큰 소리가 났고 꽤 무거운 우리 차량의 흔들림이 옆 차 블박에 찍힐 정도였는데 가해자는 내리지도 않고 그대로 도주했습니다. 그래서 저 범죄자놈이 고의 도주가 아니랍니다! 여러분! 남의 차 망가뜨리고 그냥 내빼면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한답니다. 만일 내가 가해자라면 멈칫하지도 말고 그대로 내빼면 되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기가 막힙니다.


게다가 외부차량도 아닌 입주자 차량이었답니다. 그 차는 오늘 지 혼자 공업사에 차를 보냈는지 입차를 안 했다네요. 우리 솜이는 충격으로 핸들이 뒤틀려서 운행도 못했는데.


경찰에 영상을 넘기고 강력 처벌! 요청했으나 뭐.. 위에 나열된 처벌 선에서 끝나겠죠. 절대 몰랐다고 잡아떼는 중이라니. 저정도로 처박은걸 모를 정도면 음주운전이거나 운전면허를 취소시키거나 해야죠. 우리 솜이는 저 범죄자놈 때문에 범퍼, 휠 그리고 좌측 센서들과 헤드램프와 서스펜션이 나갔습니다. -_-


그냥 도주한 차량의 꽁무니를 보고 뚜껑 열린 우리만 피해자입니다. 그나마 영상이 확보된 것에 기뻐해야 하는 피해자.


남편은 우리 차가 외제차였으면 긁고 연락하지 않았을까?라고 하더군요. '저렇게 세게 처박고 도망가는 범죄자가 벤틀리를 긁었다고 연락처 남길 것 같니?'라고 했지만 글쎄요. 어땠을까요?


이 차가 나랑 안 맞는 것 같다는 둥, 점집에 가서 부적을 쓰겠다는 둥, 외제차가 아니어서 가해자가 도망갔다는 둥... 피해자는 이렇게 가만히 있다가 두들겨 맞고 혼자서 자책을 합니다. 그리고 차는 고치겠지만 그간 받은 스트레스는 누가 보상하나요. 만에 하나 영상 확보를 못했다면 저 어마어마한 손상부위 수리를 자비로 처리했어야 했을텐데.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하도 이런 사건들이 빈번하다 보니 물피 도주 피해자들은 배터리를 추가로 장착하고 블랙박스를 상시로 돌리는 쪽을 택하더라고요. 저도 그냥 40만원 주고 배터리 추가로 장착하고 블박 상시로 돌릴까 합니다.


물피 도주범들을 경찰이 지구 끝까지 찾아가서 응징하고 범인에 대한 처벌이 후련했다면 피해자가 자신의 잘못도 아닌 일에 이렇게 자책하는 일은 없겠죠. (경찰 인력 문제 때문에 어렵겠지만)


저런 노 양심 범죄자들은 더 강력한 처벌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범죄자는 죗값 받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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