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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쥬스 Jan 04. 2021

층간소음 빌런

정상적인 사람을 비정상인으로 만들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아시나요?

바로 이 정상인이 사는 윗집에서 쿵쿵쿵쿵 뛰고 뭐라고 하면 당신 왜이리 예민해? 라고 쏘아붙이면 됩니다.


층간소음으로 칼부림이 나는 세상입니다. 대부분 아랫집 사람이 윗집 사람을 찌르죠. 이 현상을 보면 가해자는 윗집, 참다 미친 사람은 아랫집이라는 공식이 성립이 될 법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채에 몇 억 또는 몇십 억을 해대는 아파트를 뭐같이 지어놓은 건설사부터 조져야 될 문제긴 하지만 우리나라는 집 지어놓고 팔면 그만인 나라라 이 닭장속에서 사는 사람들 끼리 싸워야 되는 곳이니 매우 안타깝게도 서로의 배려를 기대하는 수 밖에는 없습니다만 윗집에 살면 자기가 윗사람이라도 되는 양 개념을 말아먹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사건은 2년 전 이 아파트에 이사를 왔을 때 시작됐습니다.

공교롭게도 저희집과 바로 윗집이 같은 날 이사를 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사다리차 주차할 공간은 한 곳이라 사다리 먼저 거는 놈이 이사 싸게 하는 날이라며 난감해 하셨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이사 들어가면서 도배장판을 해야되는 상황이라 기다려달라 했더니 화를 내시던... ㅠ


결국 저희가 도배장판을 하는 동안 윗층이 먼저 사다리를 대는 바람에 저희는 짐 일부를 엘리베이터로 올려야 했고 엘베 사용료까지 추가로 내야했습니다. 그런데 그 날 오후 이삿짐 센터 사장님이 짐을 정리하면서 저희에게 그러시는 겁니다. 윗 집 사람들이랑 왕래하지 말라고.


 소린는데 저희가 없는 동안 사다리 대는 과정에서 실랑이가 크게 있었나 보더라고요. 윗층 남자가 우리집 이삿짐 센터 아저씨들한테 완전 뭐같이 굴었다는겁니다. 뭘 대체 어쩐건지 상황을 몰랐던 저희 부부는 뭔 말인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뭐같다던 윗집 남자는 롤케이크를 가져오더니 집에 갓난아이가 있다면서 혹시 소란스러워도 양해를 해달라 하더군요. 아이가 뛰냐 했더니 아직 기어다닌다며 자신들도 전에 살던 집에서 층간소음에 시달려서 맨 윗층을 구해서 이사온거라고 했습니다.


이때까진 그냥 이삿짐 센터 아저씨가 뭔 오해를 하셨나? 했습니다. 윗집 사람들은 자신들도 전에 층간 소음에 시달렸으니 조심하겠구나 하는 생각까지 하면서요.  




기어다닌다던 아이는 시간이 지나자 걷고 뛰기 시작했고 저희 집엔 지옥이 시작됐습니다. 천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거든요. 참고 또 참았습니다. 참다 안되어서 경비실에 인터폰을 했습니다. 그래도 쿵난리입니다.


다음날 엘리베이터에서 저희 남편과 윗집 남자가 만났나 보더라고요.

그 남자 왈 남편에게 "그 쪽이 저희집에서 뛴다고 경비실에 연락하셨어요?" 라고 했답니다.

인터폰 받아놓고 뭘 묻나 해서 남편이 "네"라고 했더니 그사람이 남편을 노려봤다더군요.

뭐 저런 인간들이 다있나?지들이 층간소음 가해자면 미안하다고 해야 될 일 아닌가요. 남편도 그사람이 사과하는 줄 알았다가 벙쪄서 집에 와서는 저한테 뭐 저런 인간이 다있냐며 분노했습니다.


그렇게 또 다른날 천장이 무너지는 소리에 거실에 앉아서 티비소리를 뚫는 발망치 소리에 부들부들 떨면서 저희 부부는 참을인을 천만개쯤 새기다 결국 이성을 잃고 윗집에 올라갔습니다. (원래 직접 올라가면 안되는거 아시죠? ㅎㅎ)


사실 올라간 이유는 하나였어요. 확인하려고.

'설마 방방 뛰는 애 키우면서 매트 안 깐거 아냐?'


설마는 역시였습니다. 다이소 얇은 매트가 일부 깔려있더라고요. 저런 것으로 소음 차단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건지. 동생네만 봐도 두툼한 삼단 매트 여러개를 깔아뒀던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 얇은걸 걸까.


천장이 울려 너무 시끄러우니 방법을 좀 찾아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여자분이 저한테 그러더군요. "애가 없어서 잘 모르시나본데" 라고.  네. 그날 저 눈 뒤집혔습니다. 애가 없어서 난임병원을 다니는 저인지라 애가 없어 층간 소음을 못참는 여자니 그냥 못 넘어가겠더라고요. 애가 무슨 벼슬입니까? 막 날뛰어서 아랫집에 피해를 줘도 되는?


게다가 그집 남자분이 그러더군요. 자기가 시끄러워도 양해해달라고 빵도 사다드리지 않았냐며.

아, 1년 전에요? 그사람 면전에 빠바 롤케이크 값 2만원을 집어던져주고 한번만 더 쿵쾅거리면 롤케이크를 네놈 면상에 던지겠다고 외칠뻔 했습니다. 그날 왜 층간소음으로 칼부림이 나는지 백만번 이해가 되더라고요.



 

윗집이 두꺼운 매트를 까는 것으로 어느정도 일단락 되는가 싶던 층간소음 사태는 참 알 수 없게도 어느 날은 괜찮다가 어느 날은 못참을 정도로 심했습니다. 동생에게 물어보니 두꺼운 매트를 깔아도 애가 작정하고 날뛰면 층간소음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냥 그때그때 아이에게 주의를 주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근데 연속적으로 계속 뛰면 제지를 안하는거라며.


그 집은 아이에게 주의를 주기는 커녕 잘 뛴다고 펌프질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참다참다 30분 이상 소음이 지속되면 경비실에 연락을 했습니다. 그럼 그 집은 그랬대요. 자기집 소음 아니라고.


네. 저도 압니다. 윗집이 아니라 대각선이나 아랫집이나 뭐 다른 어디서 들리는 층간소음일 수 있다는 것.

그런데 저희집은 복도식 아파트에 작은 평수밖에 없는 터라 아이가 있는 집이 저희층, 윗층, 아랫층 통틀어 그집 밖에 없습니다. (그 외는 다 신혼 부부, 혼자 사는 집, 노인 부부) 그 아이가 복도에서 전력질주 하고 엘리베이터에서 뛰는 걸 그렇게 자주 봤는데 자기집은 아니라고 하니...


그렇다고 저희 집이 매일 경비실에 연락한 것도 아니고 한두달에 한번 참다 지쳐 인터폰을 한건데 그때마다 잡아떼고 엘베에서 만나면 눈흘기고 하니 저희도 그 집이 꼴보기 싫은 것은 당연지사죠.


남편이 뚜껑이 열려서 화장실 환풍기에 대고 담배를 피우겠다는 걸 애 있는 집에 그러지 말라고 말리는 제 인내심도 바닥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또 천장이 무너지던 날. 참고 참다가 경비실에 연락했습니다. 윗집이 너무 뛰어서 집이 다 울린다고. 매번 자기 집 아니라고 잡아떼니 경비아저씨도 좀 괘씸하셨는지 직접 올라가 보시겠다더라고요. 자기들 아니라고 하니 사람이 진짜 없는지. 진짜 그 집에서 뛰는게 아닌지.


아니나 달라, 아이는 열심히 뛰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제 다시는 자기집 소음 아니란 소린 안하겠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경비실 통해서 남편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관리실서 우리 번호를 안알려주니 윗집 남자가 자기 전화번호를 남기면서 저희한테 연락 달라 했다고. 남편이 전화하니 그 남자는 득달같이 따지며 왜 자꾸 경비실에 연락하냐 하더군요.  


일단 "왜 자꾸' 라는 말은 그들의 비약입니다. 층간소음으로 하루가 멀다하고 인터폰하는 집들 많은데 저희는 참고 참다가 몇주에 한번 경비실에 연락한건데 저희를 예민보스로 만들다니.


그러더니 자기들을 유난히 싫어하는거 아니냐 해서 우린 니네가 싫지도 좋지도 않고 엮이고 싶지 않은데 니네가 자꾸 긁는거다. 얼마나 시끄러운지 궁금하면 내려와서 들어라. 내가 뛸테니. 라고 했더니 내려온다고는 안하더군요. 아니 왜 내려와서 한 번 들어보지. 얼마나 시끄러운지. 나 진짜 최선을 다해서 맘껏 뛰어줄 수 있는데.


여튼 저는 오늘 드디어 쿠팡에서 고무망치를 샀습니다. 그렇게 경비실 연락이 싫어서 가해자 분들이 노이로제가 걸리시겠다니 (경비실 연락 여기 이사와서 4번? 한 것 같습니다) 직접 대응하는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서요.


양말을 끼워서 벽을 잘 치면 응징이 된다고 하니 어서어서 고무망치가 로켓처럼 날아오기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쿠팡에는 저희 같은 분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상품평에 절규하는 분들이 참 많았습니다.

남편은 지금 고무망치가 도착하면 자진모리 장단으로 새벽에 벽을 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중입니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멜론에서 황병기의 미궁도 들어봤어요. 층간소음 퇴치 음악이라고해서.

근데 너무너무 무서워서 그 음악은 못틀겠더라고요 ㅠㅠ 태어나서 그렇게 소름끼치는 음악은 처음 들어봤습니다.  게다가17분 실화냐... -_-




층간소음으로 칼부림이 나는 건 윗집이 적반하장으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살면서 생활소음... 날 수 있죠. 저는 어릴 때 부터 발뒤꿈치 찍지말고 걸으라고 하도 혼이 나서 살살 걷는게 습관이 되었는데 남편은 뒤꿈치로 발망치를 치는것을 본인이 인지를 못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결혼하고 나서 쫓아다니며 엄청 잔소리를 했습니다. 평생 1층에 살았던게 아니라면 발망치는 사실 부모님 책임 아닌가요? 이걸 왜 내가 결혼후에 이 남자를 고쳐야 하는건지!


제 동생은 망아지같은 아들 둘이 날아다녀서 늘 아랫집에 과일이나 그런것들을 사다 바쳤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인터폰이 오는 날이 있대요. 그럼 오죽하면 아랫집이 연락했을까 싶어서 죄송스러웠다는데 도대체 저희 윗집 사람들은 자기 집 아니라고 잡아떼기 + 만나면 노려보기 + 경비실 연락 오면 다시 우리한테 연락해서 싸움 걸기 등등을 시전하는지 정말 알 수가 없습니다.  


사실 저희도 참다 참다 지쳐서 연락하는 거니 이젠 좀 조용히 해줬으면 하는 건데 저렇게 적반하장으로 나오면 저희도 숨겨둔 전투력이 상승합니다.


대체 왜 층간소음 유발자들은 아랫집에서 참다 지쳐 연락했다는 걸 인지를 못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어쨌든 본인들 때문에 아랫집이 너무 힘들다는데 사과 한마디는 할 수 있지 않나요. 지들은 콩콩 걷는다고 생각하는데 아랫집은 쿠웅쿠웅 소리가 나는 것을 모른다기엔 저들은 이사온 날 저희한테 자기들이 층간소음에 시달려서 맨 윗층을 골라서 이사 온거라고 했으니 그냥 인성이 덜 된 사람들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제 쿠팡맨이 오면... 두 팔을 힘차게 휘둘러 보겠습니다.

그런데 고무망치를 결제한 것 만으로도 화난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는 것 같네요. 사용하지 않을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이런걸로 마음의 위로를 받는 제가 너무 슬픕니다.

 

그리고 아랫집이 힘들다고 하면 사과 좀 합시다. 그사람들 진짜 참다 참다 얘기하는 겁니다. 층간소음 가해자들 아랫집 사람 예민보스로 몰면 그땐 진짜 밤새 황병기의 미궁 틉니다. 그사람들은 이미 당신들이 반 미치게 만들었으니까 무슨 짓을 해도 안이상합니다. 원래 정신이 미친 아랫집은 별로 없습니다. 너님들이 미치게 만들었을 뿐.


미안하다고 불편하셨냐고 사과하면 아랫집 사람들도 일단은 더 참아봅니다. 윗집이 소음 유발해놓고 아랫집이 유난떤다 하니깐 칼 들고 올라가는 거에요. 아랫집은 정말 다각도로 생각합니다. 혹시 다른집 소음이지않을까?나름 열심히 오랫동안 고려하고 판단하고 올라갑니다. 당연히 화가 나서 올라오겠죠. 참다참다 올라오는 거니까요. 아랫집이 화가 많이 났다면 정말 많이 참다가 온겁니다.


그리고 본인들한테 자꾸 클레임이 들어오면 남 탓 하지말고 본인들의 걷는 습관이나 이런 것들을 다시 한번 체크해 보세요. 정작 본인들이 소음 일으키는걸 인지 못하는 경우들도 진짜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제발 1층에 사세요)


윗층에 사시는 분들. 정말로, 여러 차례 당신 집에 인터폰이 오는지 진짜 모르는 건 아니죠?


*모든사진출처 -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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