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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쥬스 Jan 04. 2021

여행업, 특별고용지원업종

2020년 마지막 유 퀴즈 온 더 블럭 시작과 끝 편에 이스타 퇴직 승무원이 출연한 편이 방송됐습니다. 본방은 못보고 연휴에 재방송으로 보면서 저도  눈물이 났는데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저를 비롯한 항공 여행 업종 사람들이 많은 타격을 입었습니다. 물론 이 업종 외에도 너무 많은 분야의 사람들이 오랜기간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이스타항공의 경우 이스타홀딩스를 자본금 3천만원으로 이상직 의원의 자녀들이 청년창업한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말도안되는 차입금으로 이스타항공의 주식을 사들인 것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공분을 샀고 회사를 내팽개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실직자로 만든 것에 모두가 분노했습니다. 저도 2015년에 3천만원보다 더 갖고 있었는데 그거 갖고 창업했으면 이스타 최대주주가 될 수 있었을까요?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진겁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119/0002455343


올 초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항공, 관광업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설정하고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특별고용지원업종이란

고용 사정이 급격히 악화될 우려가 있는 업종을 정부가 지정해 사업주와 근로자에게 각종 지원을 해주는 제도다. 고용부가2015년 12월말 도입했다. 실업자 수가 전체 근로자의 5%를 넘어야만 지정할 수 있는 '고용위기지역' 제도와 달리, 고용노동부 장관이 주재하는 고용정책심의회가 심의해 지정할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특별고용지원업종 (한경 경제용어사전)


16년 조선업이 지정된 이후 20년 여행업, 관광숙박업, 관광운송업, 공연업이 지정이 됩니다. 이후 면세점이나 컨벤션업체 등이 추가로 지정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서 관광업, 항공업 등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3월부터 특고 업종 지정이 이루어졌고 정부가 휴업수당의 일부를 지원하며(휴업수당의 경우 회사에서 평균임금의 70%를 지급하게 되어있으며 정부가 이 금액의 90%를 지원함. 상한선 있음) 180일간 지원이 가능했는데 이후 240일로 지원 일수가 늘어납니다.


제가 있었던 회사는 지원금 지급 대상일인 180일의 반쯤 지났을 때 직원들에게 퇴사 종용 / 또는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게 해주는 대신 며칠씩 출근하라 (불법입니다) 를 요구했습니다. 이 때 많은 직원들이 퇴사했습니다.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먼저 휴직 급여를 직원에게 선지급 -> 지급 증빙을 제출하면 나라에서 돈을 페이백하는 형태로 진행이 됐습니다. 전 회사는 '직원에게 미리 줄 돈이 없다' 이렇게 된 경우입니다. 게다가 특고업종 지정이 되면 보험료 미납 연체금을 면제하는데 보험료를 사전공제하고 회사 납부분은 계속 미납하는 바람에 퇴사 후에도 건보 미납알림을 받고 있는 상태입니다. 어차피 회사 미납분이라 회사에 문제가 되겠지만 알림이 올 때마다 기분이 별로 좋지는 않네요.


저는 난임시술을 계획하던 터라 스트레스 받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었던 상황이었기에 이 상황에서는 퇴사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회사와 달리 많은 여행사 사장님들이 어떻게든 직원들에게 최대한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게 해주려고 많이들 노력하셨습니다. 사실 고용유지지원금은 직원의 고용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나오는 돈이라 사장님들은 매출이 없어서 알바를 뛰지만 직원들은 휴직에 들어가서 지원금을 받는 상황들이 대부분입니다. 뉴스에 여행사 사장님들이 택배, 대리 뛴다는 이야기들이 이래서 나오는 겁니다.


그런데 전 회사처럼 직원이 휴직으로 지원금 받으며 있는걸 못 보고 나랏돈을 빌미로 일을 시켜보려는 경우들도 왕왕 있었나 봅니다. 노동부에 신고 문의 하는 경우들이 있는걸 보면.




어차피 저는 그 지원금을 거의 못 받은 상태에서 퇴사한 터라 편하게 이야기 하겠습니다만 지금도 블라인드에 보면 회사가 사람을 골라서 내친다거나, 지원금이 날짜에 맞춰 안들어왔다거나 대량해고 후에 위로금도 안준다거나 하는 이야기들이 올라옵니다. 그런 이야기들 보면 참 다들 절박하구나 싶다가도 당장 아무 매출도 없는 회사에서 8개월 가까이 나랏돈으로 지원금 받아서 휴직을 하고도 퇴직 위로금 이야기를 하고 싶나 싶을 때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지금 상황에 퇴사하면 퇴직금이나 나올 수 있을까 우려되는 게 현실인데 말이죠. 우리는 지금 당연한게 당연하지 못한 현실을 살고 있는 중이니까요.


여행사가 힘들다는 기사의 댓글엔 언제까지 저기에 나랏돈 퍼줄거냐, 다른 자영업자들도 다죽는데 강제로 집합금지 해놓고 우리는 왜 안주냐 이런 댓글이 부지기수로 달리는걸 보면 어쩌면 고용 유지지원금은 불평등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번 겨울부터 지원일수를 다 소진한 여행사들이 0원 무급휴직에 돌입하거나 폐업 수순을 밟기 시작했습니다. 여행사 입장에서는 매출은 없는데 임대료나 체납 보험료 같은 고정지출은 쌓이고 직원들의 근속년수 역시 카운팅이 되는 부분이라 퇴직금이 늘어나는 등 자본 잠식이 일어나게 됩니다.


고용유지지원금 최대 지원 금액이 2백이 좀 안되는 금액이라 업무를 못하는 사람들은 부족한 돈이었겠지만 이 시국에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영업제한으로 또는 임대료 때문에 빚더미에 올라 앉으면서 매출도 없는 상태들이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나마 무급휴직으로 240일간 고용유지지원금을 다 받은 여행사 직원들은 어쩌면 조금은 나았을지도요. 아마 다 수령했다면 근로없이 8개월간 최대 인당 1,500만원쯤 수령했을 겁니다.


그리고 특고업종으로 지정되면 내일배움카드 취업성공패키지1 신청이 가능합니다. 어차피 휴직이니 내일배움카드로 무료 교육이 가능한 상태가 되는겁니다. 때문에 휴직기간동안 다들 이것저것 많이 배우더라고요.


이런 걸 보면 실제 특고지원업종에 들어간 나랏돈이 엄청나다는 것 알 수 있습니다. 국고로 이렇게 고용유지지원금부터 취성패까지 다 지원하는게 가능한 것을 보면 신기할 정도입니다. 아마 몇천억대는 지급됐을겁니다.


 이후 회사가 인원 감축을 하거나 폐업하면 실업급여까지. 실업급여 수급조건이 생각보다 까다로워서 받기 힘든데 요즘 상황에 여행사 퇴사자는 거의 다 나옵니다. 물론 실급 안받고 계속 일하는게 좋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을땐 실업급여라도 받아야죠.

 

코로나 상황 초반에 지인이 저보고 그러더군요. 무급휴직이면 일 안하면서 돈 받는거 아니냐고. 자기도 그냥 몇달만 쉬면서 돈 조금 받으면 좋겠다고. 이런 상황에 뭐 저딴소릴 하나 싶어서 짜증은 났는데 사실 틀린말은 아니라서 뭐라 대답할 말이 없더라고요. 저도 받을 수 있으면 240일 다 받았음 좋았을텐데 3개월도 채 못받아서 아쉬웠으니.


어차피 회사가 문 닫지 않고 버티고 있으면 국경은 언젠가는 열릴테고 그 땐 여행업은 전례없는 호황이 올 겁니다. 그때까지는 지원금이 나오면 받고 아니면 어떻게든 버티면 되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어차피 코로나로 인한 휴직기간은 근로기간에 포함되지만 평균임금에 영향을 끼치지 않아 퇴직금에 영향이 없습니다. 보험도 납부유예로 비용은 내지않아도 혜택 적용을 받고요. 


생계가 말 그대로 목을 졸라오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뉴스로 보면서 여행업, 항공업이 코로나 때문에 더 힘들다고 하는 이야기들 보면 '여태 고용유지지원금 받은 사람들은 괜찮을건데. 짤려 나온 사람들이 문제지' 라는 생각부더 드는 건 제가 나온 사람의 입장이라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코로나 초반에는 국경이 닫히면서 가장 먼저 두들겨 맞은 업종이 여행, 항공업이라 가장 피해가 큰 업종으로 꼽혔는데 오랜시간 코로나가 지속이 되면서 영업을 제대로 못하거나 강제 영업 정지상태인 소상공인 분들도 너무 많아서 이제는 누가 더 힘들고 자시고를 따지는 건 별 의미가 없는 것 같네요. 




다니던 회사가 폐업을 하거나 인원 감축으로 권고사직을 당하거나 해서 거리로 내몰린 여행업, 항공업 직원들 많습니다. 간혹 들려오는 자살 뉴스에는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저도 이렇게 경력이 끊기면 다시 일을 하게 될 수 있을지 많이 걱정이 니다. 젊은 직원들이야 어떻게든 다른 자리를 찾을 수 있겠지만 팀장이었던 제가 어디로 갈 수 있을지 막막할 때도 있습니다. 때문에 자존감과 자존심이 바닥을 치더라고요. 얼마 전 연말 인사차 여행사 사람들과 안부를 전할 때도 끝없이 막막한 마음 우리가 아니면 누가 알겠나 싶어 많이 슬프기도 했습니다.


옷장 속에 걸려있는 외출복들, 화장대 위의 화장품들을 그냥 지켜만 본 지 일년이 다 되어갑니다. 언젠가는 다시 부산하게 출근 준비를 하는 날이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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