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당근쥬스 Jan 03. 2021

스카이스캐너가 여행사 GDS 항공료보다 더 쌉니다

여행사에서 일할 때 지인들이 항공료를 문의하는 경우들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여행사 직원은 조금이라도 더 싸게 발권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물어봤겠죠.


하지만 여러구간이 아닌 똑딱구간(인천-나리타-인천 같은 단순왕복구간) 한두명 항공권 살 땐 여행사 예약발권프로그램(GDS-Global Distribution System 라고 부릅니다. 셀커넥이나 아바쿠스, 월드스팬 같은 예약발권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보다 스카이스캐너가 훨씬 싼 경우가 많습니다.


손님들도 전화해서 저한테 항공권 가격을 문의하고는 왜 비싸게 부르냐며 신경질 내시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이런 경우는 그냥 알아보신데서 발권하시라고 합니다.


예전에야 항공 발권하면 티켓당 커미션도 있고 VI(volume incentive)도 따로 나와서 많이 발권하는게 남는 것이었지만 요즘은 커미션이 거의 없어져서 오히려 여행사에서는 손님한테 발권수수료를 받는것이 현실입니다.


한창때는 발권한 티켓금액의 10프로 이상도 커미션으로 받았으니 LA 비즈니스 왕복티켓 한장만 발권해도 여행사에는 몇십만원이 생겼기에 탑항공 같은 항공티켓 전문회사들이 성업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커미션제도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이전에는 항공료는 사실 부르는게 값이었습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이전은 정말 예전입니다. 90년대쯤) 발권을 하려면 손님이 여행사에 여권을 들고가서 직원이랑 카운터에서 마주 앉아서 진행을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항공티켓 예약발권 직원을 카운터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직원은 GDS로 요금을 조회해서 손님한테 알려주고 살건지 말건지 물어보죠.


이랬던 항공 시장이 스카이스캐너나 카약 같은 사이트를 통해 인터넷으로 직접 발권이 가능하게 되고 모든 여행사 사이트를 통해 항공 요금이 오픈이 됩니다. 발권하면 이티켓에 요금이 찍혀나오기 시작하고 인터넷에서 실시간 항공료 조회가 가능하니 손님들은 여행사에 방문할 필요도 없고 비싼 티켓요금을 낼 필요도 없어진 것입니다. 이런 인터넷 발권과 커미션 축소가 탑항공의 몰락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업계에서 보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들로 여행사에선 근거리 구간 한두장은 발권해도 크게 이득이 남지도 않는데 스카이스캐너로 가격을 알아본 손님이랑 입씨름 해봐야 직원만 피곤한 겁니다.

스카이스캐너가 싼 경우는 두가지입니다.


첫째. 항공사에서 여행사에 판매물량 밀어넣은 티켓인 경우.


패키지 상품때문에 시리즈 블럭항공 해둔 자리를 파는 경우도 있고 항공사에서 여행사에 좌석 판매를 할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스카이스캐너에 싼 요금이 각 여행사 링크로 뜨게 되는거죠.


그리고 여행사들은 각 카드사와 제휴를 맺고 특정 신용카드를 사용해서 발권하면 그 신용카드 전용 요금을 사용할 수 있게 해뒀습니다. 1만원짜리 항공권인데 삼성카드로 발권하면 9천원 신한카드로 발권하면 8천원 이런식으로요.


여러명 티켓 구매하는게 아니면 이런 티켓 사는게 손님한테는 이득입니다.


둘째. 없는 요금인 경우


링크로 들어갔더니 실제 그 시간대 티켓이 없는 경우 또는 외국 발권사이트로 넘어가서 어찌저찌 발권을 했는데 이후 변경, 취소가 아주 어렵다 못해 안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외국 항공예약 사이트들 로직이랑 스카이스캐너 검색 로직이랑 잘 안맞는지 검색엔 최저가로 만원이라고 뜨는데 들어가서 보면 그 가격이 없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다들 이 가격을 보고는 성질을 내시는데 거기서 하시라고 하면 나중에 다시 연락옵니다. ㅋ


키위닷컴이나 고투게이트 같은데서 예매하시면 변경이나 취소가 좀 어려워요. 센터연결도 잘 안되고 메일 보내도 답 잘 안 오고요. 영어 아주 잘하셔야 그나마 처리가능합니다.




항공권은 다운-탑 가격 정책을 사용합니다. 가장 싼 좌석부터 판매해서 소진시키는 방식으로 판매가 진행이 되는 것이죠. 보통 티켓을 보면 class 라고 해서 G, K, M, B, Y 이런식으로 대문자 표시가 되어있는 것이 있는데 이게 바로 항공권 가격을 결정합니다.


항공사별로 좌석 클래스별 알파벳은 다 다르지만 Y클래스는 고정 클래스로 가장 비싼 이코노미 정가 티켓입니다. 그 다음 알파벳들은 다  Y클래스보다 가격이 낮은 티켓입니다.


이코노미석은 모두 동일한 좌석이지만 각 좌석은 가격이 모두 다릅니다. 어느 손님은 가장 싼 클래스인 50만원짜리 좌석을 구매했을 수도 있고 어느 손님은 가장 비싼 클래스인 100만원짜리 좌석을 구매했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싼 좌석일수록 사용 조건이 매우 제한적이고, 가장 비싼 클래스인 Y클래스는 거의 모든 제한이 풀려있습니다. 그리고 비즈니스 좌석이 남아서 좌석 업그레이드를 진행할 때 Y클래스부터 업시킵니다.


항공료는 실시간으로 변동합니다. 각 클래스 좌석이 실시간으로 판매되고 있고 그 가격의 좌석이 다팔리면 그다음 비싼 좌석을 사야하니까요.


그러다가 출발이 임박하면 좌석이 갑자기 싸지기도 합니다. 보통 여행사에서 물고있던 블럭이 모객 부족으로 깨져서 저렴한 클래스로 풀리는 경우도 종종 발생 하거든요. 하지만 성수기 티켓은 이런일 별로 없으니 미리미리 사두시기 바랍니다. 정말 꼭 필요한 날짜에 내가 원하는 가격은 커녕 좌석이 없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래서 항공권 가격은 아무도 모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도 막판까지 피말라가면서 좌석 열리는 것을 기다려 본 적이 많았거든요. 초 단위로 바뀌는 항공료니 아주 싼 가격의 항공 티켓을 잡으려면 내 시간이 아주 많아야 합니다. 싼 가격을 봤을 때 바로 사서 움직일 수 있어야 하거든요.




매거진의 이전글 패키지 여행상품이 왕복 비행기 값보다 싼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