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당근쥬스 Jan 02. 2021

패키지 여행상품이 왕복 비행기 값보다 싼 이유

한창 여행을 다니던 시기에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셨던 부분이 바로 '패키지 여행 가격이 어떻게 그 나라 왕복 비행기 값보다 쌀 수 있는 것인가' 였습니다.


실제로 일반 패키지 상품 가격을 보면 내가 출발하려는 그 시점에 조회해 본 그 나라 왕복 항공권 비용보다 저렴한 것이 많습니다. 물론 지금은 패키지 여행사 상품 들어가보면 다 가격을 왕창 올려놨을 겁니다. 실제 출발하지 않기도 하지만 코로나 이후에 항공 가격이 어떻게 뛸지 몰라서 일단 비싸게 올려놓은 경우들이 많죠.


어떻게 전 일정 내내 밥도 먹고 호텔에서 자고 단독 버스도 있고 가이드도 고 관광지도 들어가는데 비행기값 정도에 풀패키지가 가능할 수 있을까요?


바로 1. 항공블럭 2. 옵션투어 3. 쇼핑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패키지 여행이라고 부르는 것을 관광용어로 기획여행이라고 칭합니다.


기획여행이란?

관광 진흥법 따라 여행업자가 국외 여행을 하려는 여행자를 위하여 여행의 목적지일정, 여행자가 제공받을 운송 또는 숙박 등의 서비스 내용과  요금 등에 관한 사항을 미리 정하고 이에 참가하는 여행자를 모집하여 실시하는 여행.


사실 이거 관광학 공부할 때나 시험 문제에 하나 나와서 그렇지 보통은 다 패키지 여행이라고 부릅니다.


만일 동유럽 상품을 기획한다 하면 여행사는 항공사와 블럭좌석을 계약합니다. 보통 동유럽 상품은 프라하 in - out 인 경우가 많아서 대한항공(KE) 직항 왕복 노선을 블럭하게 됩니다. 여행사에서 항공사에 날짜별로 블럭 요청서를 보내면 그룹 담당자가 리퀘스트 날짜 별 블럭이 가능한지, 가격이 얼마인지를 회신합니다. 보통 날짜별로 금액이 조금씩 차이가 납니다.


또는 항공사에서 좌석을 팔아달라 하면 그것에 맞춰서 여행 상품을 짜기도 합니다.


패키지 여행사에서 블럭해두는 항공권은 그룹 항공권으로 G 클래스로 발권이 됩니다. 그룹항공권은 미리 계약하기 때문에 가장 좋은 가격을 사용할 수 있지만 최소 사용 좌석수가 정해져 있고(보통 8명이나 10명) 변경에 제한이 있으며 예약금 (디파짓 또는 데포라고 칭합니다) 을 선납해야 합니다. 데포는 보통 non-ref (환불불가) 조건입니다.


이렇게 블럭항공이 나온 날짜를 쭉 깔아서 판매하다보면 어느 날짜는 최소출발인원(최소블럭사용인원)을 못채워서 손님이 원하는 출발날짜에 출발을 못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아마 여행사에서 예약 날짜 앞뒤로 옮겨달라고 요청 받으신 분들 많으실텐데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블럭 소진을 위해 그룹항공권 발권 TL 직전까지 모객을 하게 되고 출발 직전에 발권하기 때문에 패키지 여행을 다니시는 분들은 여행 출발날 공항에서 이티켓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걸 이용해서 사기치는 여행사들도 간혹 있었습니다. 공항에 갔는데 발권 안되어있거나 하는경우)


이 그룹 항공권을 계약하는 시점의 항공 가격은 굉장히 저렴합니다. 항공사도 좌석을 비워두면 손해가 나니 좌석 소진을 위해 여행사와 함께 좌석을 판매하거든요.


여행 자주다니시는 분들은 본인이 항공사 우수고객이라고 생각하시는데 항공사에서는 이런 개인고객이 매번 퍼스트클래스 타는 것 아닌 이상 크게 중요하게 생각 안합니다. 상용 고객을 우선으로 치죠. 어쩌다 오는 손님보다 정기적으로 오는 손님이 더 중요하니까요.


그리고 나서 현지 랜드사에 현지 상품가격을 요청합니다. 이 것을 지상비라고 부르는데요, 여기에는 호텔, 식당, 입장료, 차량, 가이드 등등이 들어가 있습니다. 호텔 성급, 메뉴, 관광지 포함 갯수 등등에 따라서 지상비가 바뀌고 이 비용들은 B to B 거래여서 에이전트 가격으로 구매가 진행됩니다. 하지만 지상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은 옵션과 쇼핑센터 방문입니다.


손님들이 패키지 여행에서 가장 싫어하는 부분이 옵션과 쇼핑인데요, 지상비는 옵션과 쇼핑이 많을수록 내려갑니다. 일전에 현지 사장님이랑 얘기할 때 지상비 0원도 만들수 있다시더라고요. 관광지는 다 옵션으로 하고 손님들은 쇼핑센터만 계속 돌리면 된다고. 물론 이런 상품은 판매는 안합니다만 그만큼 지상비를 결정하는 것에 옵션 투어와 현지 쇼핑 센터의 힘이 엄청나게 들어간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때문에 일정 내에 최대한 옵션과 쇼핑을 해야되므로 패키지 상품은 단독 행동, 자유시간이 거의 안됩니다. 패키지상품 가격이나 항공료나 비슷하니깐 패키지로 가서 현지에서 지인 만나서 따로 행동하려는 분들 있는데 절대 불가능합니다. 현지에서 일정 중에 사고나면 여행사 책임이 커서 단독행동 못하게 하는 이유도 크고요.


운이 나빠서 인솔자나 가이드 잘못 만나면 '왕복 비행기 값도 안되는 돈 내고 여기 오셨으면 옵션이랑 쇼핑 많이 하고 가셔야 된다'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습니다. 첫날부터 손님 기선제압 한다고 저런 말 하는 분들 가끔 봤는데 저야 여행사 사람 입장이라 틀린말은 아닌데 듣기 좋은 말도 아니더라고요. -_-


간혹 손님들 만나보면 패키지 자주 다녀보신 분들은 그냥 옵션 몇 개 하고 물건 한두개 사면 일정 내내 가이드랑 얼굴 안붉히고 편하게 다닐 수 있다고 하시는 나름 현명한(?)분들도 많습니다.


패키지 상품 중에 노쇼핑 노옵션 상품이 일반 상품보다 가격이 훨씬 비싼 것을 많이 보셨을겁니다. 하지만 노쇼노옵으로 가셔도 가이드가 나오면 나도 모르게 옵션 하고 쇼핑센터 들르게 됩니다. 그렇게 손님들 잘 다루는 가이드들 보면 놀라울 뿐.


이런거 다 싫으면 개별여행으로 정가 내고 스스로 여행하면 됩니다.


패키지 상품은 항공료에서 원가가 많이 세이브되기도 하지만 일정 시즌 내 계속 출발하기 때문에 박리다매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그룹항공료+지상비+인솔자비용(인솔자 없는 상품은 제외)+여행사 마진을 계산해서 판매가를 책정하고

많이 팔면 팔수록 이윤이 많이 남습니다.


그리고 땡처리라고 해서 엄청 싼 상품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는 항공 블럭한 날짜 인원이 좀 모자라서 긴급모객을 하는 경우이거나 호텔을 블럭해둔 날짜에 모객이 안되어서 특가로 파는 경우입니다. 계약금을 내고 블럭을 해두었는데 판매를 못하면 계약금을 다 날리게 되기 때문에 원가로라도 팔아서 소진시키는게 손해를 줄이는 경우도 있거든요. 손님 입장에선 날짜만 잘 맞으면 이런 상품으로 여행을 가면 거의 원가에 가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여행사 직원들도 저런상품 나오면 연차쓰고 갑니다. ㅎㅎ


비용이 저렴한 상품일수록 필수 투어가 옵션인 경우들이 많습니다. 쇼핑 횟수가 많고요. 안타까운게 이 멀리까지 와서 돈아깝다고 그런 옵션을 안하시는 분들입니다. 물론 옵션은 상품가를 낮춘것을 만회하기 위해 현지 판매 비용보다 비쌉니다. 그런데 이 나라 두세번 올 것 아닌데 그 돈 아낀다고 안보고 가면 다시는 볼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잖아요.


내가 모든 여행을 결정하는 개별여행을 할 것이 아닌 저렴한 패키지 여행을 선택했을 땐 그냥 현지 가서 어느정도 더 쓴다 생각해야 마음이 편한 것 같습니다. 전부 다 할 필요는 없지만 아예 안하면 여행의 미가 사라지는 패키지 상품들도 정말 많으니까요. 그리고 저렴한 가격의 상품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싼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닙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사에서 일하고 싶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