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당근쥬스 Dec 31. 2020

여행사에서 일하고 싶어요

여행업으로 입문하는 가장 많은 방법이 전문대학이나 일반대학교에 개설되어있는 관광 관련 학과로 진학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존에 다른 직업을 갖고 있다가 여행을 하다 보니 이 일에 매력을 느껴서 업종을 전환하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학교에서 호텔경영학이나 관광경영학을 전공하면 크게 세가지 분야로 진출하게 됩니다. 호텔이나 리조트로 가거나/여행사로 가거나/항공사로 가거나. 호텔경영은 세종대나 경희대, 관광경영은 경기대가 유명한데 이쪽 학문이 아무래도 실무쪽이다보니 4년제 보다는 전문대학이나 전문학교들에서 인력이 많이 양성되고 있습니다. 실제 여행사 취업 커트라인도 하나투어같은 일부 회사들만 입사지원 시 4년제 졸업 제한이 있고 그 외는 다 전문대졸 이상을 채용합니다. 관광 업종이 다른 직종에 비해 학력 허들이 낮은편이죠.


사실 여행사 취업에는 전공이 크게 영향이 있지는 않아요. 저 역시 국문학 전공이니까요. 관광 관련학과 졸업생이면 매리트가 더 있는 것이고... 일반회사에서 상경계열 출신을 좋아하는 것이나 같은 맥락 아닐까 싶습니다. 항공사에 근무한다고 해서 모두 항공운항과를 나온게 아니거든요. 오히려 항공이나 관광쪽은 인문대학 출신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일하던 회사들도 다들 중국어과, 일어과 같은 어문 전공들이 많았어요. 아무래도 해외 관련 업무들이다 보니 외국어가 중요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여행업으로의 취업을 꿈꾸는 많은 사람들이 마주치는 고민이 시작을 어디에서 할 것인가 입니다. 패키지회사로 갈 것인지 지역 전문 여행사로 갈 것인지 랜드사로 갈 것인지 등등 . 그리고 같은 여행사라고 해도 업무가 굉장히 세분화 되어있기에 내가 어떤 일을 잘 할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됩니다.


여행사는 크게 일반 패키지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 기업이나 공무원 연수팀에 상품을 판매하는 인센티브 또는 Mice 전문 여행사로 나뉩니다. 전자는 여행상품 판매가 주 업무이고 후자는 입찰이 주 업무입니다. 물론 대형 여행사는 부서가 나뉘어져 있고 저 업무들이 다 있습니다. (랜드는 전에 설명드렸고요)


여행사에는 OP 라고 해서 오퍼레이션, 각 지역별 상품을 담당하는 실무 직원을 말하는 직군이 대부분입니다. 아무래도 업계가 오래되다보니 이 OP라는 용어도 낡은 용어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만(직급에 계장을 쓰는 곳도 있어서 놀랐었네요) 여튼 채용공고에 가장 많이 올라와있는 직군이 바로 OP입니다. 오퍼레이터는 여행상품을 기획하고, 만들고, 판매하고, 고객과 상담하는 일을 주로 하게 됩니다. 여행사의 규모나 특징에 따라서 고객상담이 주가 될 수도 있고 상품기획과 개발까지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 다음은 영업직군인데요, 일반 패키지 여행사에는 대리점을 운영하는 하나투어나 한진관광같은 곳이 대리점 관리를 위해서 영업사원을 둡니다. 그리고 인센티브 여행사들의 경우 클라이언트 확보와 관리를 위한 영업직군이 있습니다.


그리고 여행사 내에서 항공예약 및 발권을 담당하는 직군이 따로 있습니다. 카운터라고 부르는데요, GDS 업무가 적성에 맞는 경우 카운터로 일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항공 예약발권은 이것만 하는 회사가 따로 있기도 합니다. 작년에 문을 닫은 탑항공 같은 회사들... 작은회사의 경우 OP가 카운터도 겸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티켓 발권은 IATA로부터 승인을 받은 BSP 업체만 가능하기 때문에 BSP가 아닌 회사는 예약만 잡고 발권은 BSP로 넘깁니다. 물론 대형여행사들은 항공팀도 따로 있고 예약과 발권 모두 합니다.


그 외 마케팅, 회계, IT, 경영지원 담당들은 다른 회사들과 비슷합니다.


요즘에는 OTA 회사들이나 여행플랫폼 업체들이 많아져서 이쪽 분야로 가는 분들도 많습니다. 제가 여행업에 들어왔을 시점만 해도 마이리얼트립 같은 회사들이 이렇게 빛을 보던 때가 아니었는데 어느순간 패키지 여행사를 위협할 정도로 엄청나게 커졌더라고요. 지금은 쿠팡이나 티몬에서도 여행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전에 비해 크루즈 상품 판매도 엄청 활성화 되어서 크루즈 판매사 쪽으로도 많이들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비행기 타고 땅에서 돌아다니는 것에만 치중하던 여행객들은 이제 크루즈로 세계여행을 하는 것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외국에서는 크루즈 여행이 보편화 되어 있었는데 우리나라에는 붐이 조금 늦게 시작된 것 같아요.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선사들이 살아남게 될지 좀 우려스럽습니다.




많은 분들이 대형 패키지 여행사의 취업을 원하는데 여행이 좋아서 여행사를 꿈꾼 것이라면 저는 현지 랜드사에서 시작하는 것도 괜찮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어차피 여행밥을 먹으려는 사람들은 돌아다닐 팔자라(소위 역마살이 꼈다고 합니다) 이 업으로 오는 경우들이 참 많기에 굳이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적습니다.


대형 여행사에 취업을 하면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만 진정한 여행업의 매력은 현지 랜드사에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현지에서 업무를 하게 되면 말 그대로 여행상품을 다 내 손으로 만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일정에 맞게 동선을 짜고 호텔과 식당을 예약하고 메뉴를 선정하며 대표 관광지들을 일정에 잘 배치하고 인원별로 차량을 배차하고 현지 가이드들을 팀별로 배치를 하는 등 내가 여행 상품을 직접 구성하고 책임지게 됩니다. 이 때 경력이 어느정도 쌓이면 팀 별 수익도 관리하고 견적도 작성하며 팀이 여행을 다니는 동안 발생하는 사고 처리도 직접 하게 됩니다. 물론 여행상품들은 대부분 정형화 되어 있고 한국 여행사의 요청대로 일정을 짜는 경우들도 많지만 현지는 실제로 상품을 운영한다는 것이 제일 큰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현지에서 일을 하면 여행객들의 여행 일정 시작과 끝을 다 내 손으로 완성하는 성취감이 굉장히 좋죠. 물론 그에 따른 책임감도 어마어마하긴 하지만. 왜 늘 비행기는 딜레이가 되고 버스는 1일 운행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조금의 오버운행도 불가능하며 심심하면 이 나라는 파업을 해대는 것인지...


그래도 다들 별 일 없이 여행을 마친 뒤 귀국편 비행기를 태워 보내고 나면 후련한 그 기분이 참 좋습니다. 성수기를 한바탕 치르고 나면 너덜너덜해지기도 하지만요. 한번에 막 3~40명씩 팀이 줄줄이 들어오면 블럭해둔 호텔이 방이 모자르기도 하고 갑작스런 차량 정체로 식당 예약이 꼬이기도 하며 날씨 때문에 관광지에 입장이 불가능하기도 하고 갑자기 차량이 고장나기도 합니다. 이 먼 타국에 인솔자 하나 따라온 손님들의 소중한 여행을 혹시라도 망치게 될까봐 노심초사 하면서 사고를 해결하느라 혼이 빠지지만 그래도 지나고 나면 이번 시즌도 재밌었다며 웃을 수 있는 일이 현지 랜드 일입니다.


국내에서 일하기를 원하면 국내 랜드사도 재밌습니다. 물론 랜드 업무는 시차 때문에 일이 힘든 것은 염두에 두고 시작하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성수기에는 거의 24시간 일한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아요. 한국 업무시간에는 한국 여행사랑, 외국 업무시간에는 현지랑 컨택을 하다보니 자다가도 전화받고 하느라 보이스톡 알림 노이로제가 생길 정도였습니다. 지금은 언제 그랬냐 싶지만...


일본, 중국, 동남아, 호주 랜드에서 일을 하시면 시차가 제일 적습니다. 일본은 같은 시간대고 중국과 동남아는 우리나라보다 1시간 늦고, 호주는 우리나라보다 1시간 빠르거든요.(서머타임 때는 2시간) 저는 대양주 랜드에서 일할 때가 제일 마음이 편했던 것 같습니다. 유럽 8시간, 중남미 12시간, 북미 17시간 등등 나라별 시차가 다 다르다보니 한밤중에 전화받는 일이 부지기수였다가 대양주 랜드에서 일할 때 어찌나 마음이 편하던지...  


유럽처럼 애매하게 8시간 차이나면 성수기에 한국 여행사 일 마무리할 때 쯤 현지 여행사 일 시작해서 밤늦게 일 정리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칼퇴는 거의 못한다고 보는 게 맞죠. 미주나 중남미는 아예 밤낮이 겹치지 않으니 내용을 보내놓고 자고 일어나면 다음날 답변이 와있는데 유럽이 시차가 애매해서 개인적으로는 제일 힘들었더라는.


그래도 어느정도 한국이랑 업무 시간대가 겹치면 퇴근은 늦을지언정 문제가 생겼을 때 의논할 수가 있는데 밤낮이 바뀌어 있는 나라들은 일 생기면 말그대로 한밤중에 자다가 이야기 해야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런데 시차가 많은 나라일수록 일이 재밌는 것은 무슨 아이러니인지... 멀리 떨어진 나라일수록 재미있는 관광지가 훨씬 많으니까요.  


현지에서 일하려면 기본적으로 영어로 의사소통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체류하는 국가의 언어도 할 수 있으면 제일 좋고요. 일본이나 중국은 영어보다는 해당 나라 언어를 해야 현지에서 일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일하는 것은 어학실력은 크게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냥 입사점수에 가산점일 뿐.  


이야기하다 보니 랜드업무 예찬론을 펼치게 되긴 했는데 업무에 대해서 좋은점을 이야기한 것이고 대부분 랜드사는 현지 물가에 맞춰서 월급을 주는 경우가 있어서 GDP 낮은 나라에서 일하면 돈을 적게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일을 시작할 때 잘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국내 랜드사들의 경우 랜드마다 연봉이 말 그대로 천차만별이라 입사할 때 잘 체크하고 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랜드는 기본페이보다 인센티브가 더 많이 생기기도 합니다.


사실 안정적인 페이와 업무환경을 바란다면 상장된 여행사에 입사하는 것이 제일 낫습니다. 저는 쳇바퀴 도는 회사생활이 지루해서 여행업으로 온 사람이었던 터라 랜드 일이 더 편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튼, 그 바빴던 시간들이 언젠가는 다시 오겠죠?


매거진의 이전글 랜드사, 그게 뭘 하는 곳인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