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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쥬스 Jan 27. 2021

여행사의 마케팅 1. 광고


여행사는 여행상품을 판매해서 수익을 만듭니다. 일반 상점들이 칫솔이나 장난감 같은 실물 상품을 판매해서 이윤을 남기듯이 여행사의 상품은 '여행상품'인 셈입니다. 다만 여행사의 상품 판매는 일반 상품을 판매하는 것과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서 판매 전략을 세워야 하는데 그 이유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제 의견입니다)


1. 상품의 실체가 없는 무형 상품을 판매합니다. (상품의 무형성)

2. 즉시 가질 수 있는 상품이 아닙니다. (상품의 비소유성)

3. 대부분의 상품 가격이 비쌉니다. (상품의 고가성)


때문에 일반 상점들과 유사한 마케팅 방법을 사용하되 접근 방식을 다르게 생각해야 합니다.




여행사들이 신문에 광고 낸 것들을 보고 여행을 다니신 분들이 있을 겁니다. 이 신문 광고를 보고 여행 다닌 경험이 있는 분들이면 최소 55세 이상일 것 같습니다. 놀라운 건 90년대 여행상품 가격이 지금이랑 별 차이 없거나 그때가 더 비싸다는 것....

94년 5월 12일 매일경제/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출처


우리나라에 일반 사람들의 여행자유화가 시작된 것은 89년부터입니다. 그 전에는 일반 사람들은 여권조차 나오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저도 응답하라 1988에서 봤습니다. ^^;;


이 시기에는 여행상품을 이렇게 일간지 광고면에 실어서 광고를 했고 사람들은 이 신문광고를 보고 여행사에 연락을 하고 직접 여행사에 방문을 해서 상품을 예약했습니다.  


당시에는 이런 신문 광고들에 올라온 상품들을 모으고 모아서 비교해보는 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각 여행사들의 판매 창구에 가면 여행상품 브로셔들을 제작해서 갖고 있습니다. 매장에 방문한 손님들은 그 브로셔를 보고 직원에게 상담을 하고 해서 상품을 예약하는 것입니다. 당시에는 공급사와 여행상품은 한정적이고 여행 가고 싶은 손님은 많고. 때문에 여행사에서 이 상품 백 원이라 하면 백원인 겁니다. 그때 여행사 했으면 떼돈 벌었을 거예요. 지금 같으면 검색하면 대번에 최저가가 뜨니깐 비용 올려 받을래야 받을 수도 없을 텐데.




인터넷이 발달하고 가격비교 사이트가 생기고 각 여행사들의 홈페이지에서 여행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되고 이런 여행사들의 상품을 모아서 가격별로 비교해주는 사이트까지 등장하고 나니 이제는 손님들이 결정권을 갖게 됩니다. 여행사들은 노출된 가격 테이블 속에서 이제 광고로 모객에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예전과 달리 대부분의 상품 판매는 인터넷 사이트와 유선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창구 상담이 거의 사라지게 됩니다. 많은 여행사들이 이제 통신판매로 전환하기 시작했습니다.


종이신문을 잘 보지 않는 시대가 왔고 여행상품을 이제 인터넷으로 팔게 되었으니 여행사들은 그에 맞춰서 마케팅 전략을 수정합니다. 제일 먼저 진행하는 것은 인터넷 광고입니다. 사람들이 그 전에는 신문을 봤다면 이제 인터넷을 많이 보니 그곳에 여행상품을 광고하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는 티브이 광고를 합니다. 하나투어 박보검+김성주, 모두투어 김수현, 노랑풍선 이서진 등등... 광고모델이 딱 떠오르는 걸 보면 티브이 광고의 효과가 얼마나 큰지는 굳이 말 안 해도 아시죠? 그런데 티브이 광고는 회사 이미지 광고라고 보는 것이 맞고 어떤 특정 상품을 집중해서 판매하는 것은 더 세부적인 광고 방법을 사용합니다. 회사 이미지 광고로는 라디오 광고도 많이 합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이 인터넷 포털사이트 키워드 광고입니다. 사람들은 어딜 가겠다 결정하면 가장 먼저 포털을 열어서 그 지역에 대한 정보를 수집합니다. 이 키워드를 검색해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우리 여행 상품이 있다고 포털 검색 결과 화면의 상단에 상품 링크를 띄워두는 것입니다. 이것과 함께 리타게팅 광고를 결합해서 진행하면 내가 검색한 여행지의 상품들이 내가 포털을 열 때마다 따라다니면서 나를 사달라고 어필합니다. 아마 내가 다낭 여행을 가려고 한번 네이버나 다음에 검색했더니 관련 광고들만 줄줄이 따라다니는 경험 많이들 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이 키워드 광고는 단점이 있습니다. cpc(cost per click) 시스템으로 운영되어서 클릭 당 비용이 발생하니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좋은 키워드와 좋은 시간대는 그 한 번의 클릭 비용이 엄청납니다. 보통 포털에서 사용하는 키워드는 입찰을 해서 키워드와 게시 시간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LA 여행'이라는 키워드를 사람들이 가장 여행을 검색 많이 하는 시간대인 퇴근 시간대 또는 자기 전 시간대에 포털 검색 가장 상단에 내 상품 링크가 뜨게끔 하려면 한 클릭당 비용을 거의 1만 원 가까이 지불해야 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비싼 키워드들은 2만 원도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10명이 LA 여행을 검색해서 내 상품 링크를 타고 들어오면 그냥 클릭만 했을 뿐인데 10만 원이 한 번에 빠져나가는 겁니다. 100명이 내 상품을 클릭하면 순식간에 100만 원이 빠져나가겠죠?


이렇게 들어온 사람이 내 여행상품을 구매해주면 그 광고비가 전혀 아깝지 않겠지만 100명이 클릭했다고 한들 실 구매로 이루어지는 구매 전환율은 형편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가끔 경쟁 여행사에서 그냥 상대방 여행사 꺼 부정클릭 걸리기 전까지 막 클릭해대는 경우들 간혹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포털 메인에 광고 배너를 거는 경우도 있습니다. 배너 자리를 구매해서 거기에 내 상품 배너를 걸고 클릭하면 상품으로 이동하게 하는 것입니다. 역시 자리마다 가격이 다 정해져 있고 노출시간별로 금액이 다 정해져 있습니다.

박스마다 가격이 다 다릅니다

그리고 하나의 키워드만 걸어두는 것이 아니고 그와 관계된 유사 키워드를 다 걸어두어야 하니 이것만 중점으로 담당하는 담당자가 따로 있어야 하거나, 아니면 그냥 광고대행사에 맡기는 경우들이 대부분입니다. 근데 대행사에 맡겨도 어차피 상품 담당자가 다 손대야 됩니다. 대행사는 그냥 광고 노출의 일부를 대행해주는 것일 뿐 나머지 상품 노출 문구니 뭐니 다 담당자가 작성해야 하는...... 여하튼 광고 노출 시간대랑 키워드별 가격을 보면서 계속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부분입니다.


이 외에 알림톡이나 sms로 상품광고를 뿌리거나 메일링 서비스를 통해서 여행상품 광고를 발송하거나 하는 방법도 주로 사용되는 방법입니다. 알림톡이나 문자는 내 채널이나 메일링 서비스를 추가한 사람에게만 발송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광고를 집행할 수 있는 모수를 늘리는 작업을 먼저 하고 난 뒤에 진행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알림톡이나 메일링 서비스를 받겠다고 승인한 사람들은 여행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므로 구매로 이어질 확률도 좀 높은 편입니다. 저 역시 국내 여행사부터 외국 크루즈사, 외국 대형 여행 플랫폼사 들의 메일을 다 구독해놓고 레터를 받다가 좋아 보이는 상품들을 들어가서 많이 봅니다.


그리고 전에 말씀드린 홈쇼핑을 통해서 판매를 증진시키는 경우도 있고요. 홈쇼핑은 보통 대형 패키지사에서 주로 이용하므로 중소여행사들은 키워드 + 알림톡을 많이 사용합니다.


그다음으로 많이 사용하는 것이 바로 페이스북 광고와 인스타그램입니다. 이걸로 확 뜬 여행사가 여행에 미치다였는데 (불미스러운 일이 터지고 난 뒤에 지금 다시 활성화시키려고 노력 중인 것 같습니다)

페북이나 인스타는 매력적인 사진 한 장만으로도 사람을 혹하게 만들 수 있는 강점이 있습니다. 한번 팔로워가 되면 꾸준히 내 광고를 받게 되니 충성도도 높은 편이고요.


티브이나 라디오에 광고를 거는 것은 비용이 꽤 비쌉니다. 그리고 포털사이트에 키워드 광고나 배너 광고를 하는 것도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듭니다. 하루 종일 무기한 열어두면 광고비를 물쓰듯 쓸 수 있어요. 알림톡이나 메일링, 페북이나 인스타 같은 것들은 크게 비싸진 않습니다. 대신 돈이 많이 드는 광고들은 그만큼 노출도 잘 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렇게 돈을 퍼부으면 여행상품이 불티나게 팔려나갈 것 같은데 그렇지도 않습니다. 서두에 말씀드렸죠? 여행상품은 일반 상품들과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무형성, 고가성, 비소유성. 잊지 않으셨죠?


내가 쿠팡에 립스틱을 검색했는데 그 립스틱 광고가 어느 사이트에 들어가든 자꾸 따라다니면 결국은 삽니다. 원래도 살까? 싶어서 검색했던 것이고 삼사만 원짜리 립스틱 하나 사는 것은 그렇게 큰 고민이 필요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여행상품은 일단 가격이 비쌉니다. 때문에 손님들은 여러모로 고심을 합니다. 혼자 가는 경우보다는 보통 2인 이상이 가게 되니 가격은 점점 더 중요한 변수가 됩니다. 중국, 일본 상품 30만 원대부터 중남미 상품 천만 원이 넘는 것들까지. 이런 상품 가격을 보면 립스틱 하나 주문하듯이 쉽게 결정할 부분이 아닙니다. 여행상품이 비싸면 비쌀수록 고민하는 시간과 알아보는 시간이 훨씬 더 많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립스틱은 주문하면 내일이나 모레 도착하고 받으면 꺼내서 바로 쓸 수 있습니다. 급하면 화장품 매장에 뛰어가서 하나 사 와서 써도 되죠. 하지만 여행상품은 오늘 주문했다고 내일모레 출발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늦어도 한 달 전에는 구매를 해야 하고 보통 반년 정도 전에 예약을 하게 되는 상품이다 보니 돈도 많이 써야지, 같이 갈 사람 스케줄 맞춰야지, 내가 원하는 출발 날짜 상품이 있는지 봐야지, 휴가도 맞춰야지 등등 고민하다 보면 백날 내가 관심 있어서 검색해본 다낭 여행상품 광고가 나를 계속 따라다닌다고 해서 그걸 덜컥 주문하지는 않는 것입니다.


손에 쥘 수 없는 무형의 상품이다 보니 더더욱 손님들은 그 실체 없는 상품을 꼼꼼하게 뒤져보고 따져보고 하게 되는 것이죠. 게다가 떠날 시간이 아직 멀고 멀었으니 상품에 대해서 알아볼 시간은 아주아주 많습니다.


여행사의 광고는 그래서 오랜 시간, 손님들이 그 지역으로 떠나기 훨씬 전부터 공략을 해야 합니다. 때문에 광고 전략이 장기전인 경우가 많습니다. 김치냉장고야 김장시즌 전에 바짝 광고 돌리면 매출을 기대할 수 있고 초콜릿은 밸런타인데이 전에 바짝 광고하면 어차피 그 시점까진 불티나게 팔립니다.


하지만 여행상품은 정말 다양하고 상품별(나라별)로 떠나기 좋은 시기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각자 여행사들이 가진 상품 특성에 맞는 주력상품을 선별하고 골라내서 출발 예정 4~5개월 전부터 집중 광고를 돌려서 모객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여행상품들 중 가장 많은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패키지는 최소 출발인원이라는 것이 있으니 그 인원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출발이 불가능하므로 부지런히 광고를 돌려서 날짜별 최소 출발인원을 맞춰야 합니다. 이 최소 출발인원을 채우려고 조기예약 할인을 그렇게 해주는 겁니다.




마케팅 이야기는 하려면 정말 끝도 없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내용은 마케팅이라기보다는 그냥 여행사 광고 이야기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헷갈리시는데 '마케팅=광고' 이거 절대로 아닙니다. 광고는 그냥 마케팅이라는 분야의 한 영역일 뿐이에요. 아마 마케터 분들은 제 말에 공감하실 거예요. ㅎㅎ 저는 전문 마케터는 아니고 업무를 총괄하는 입장이었기에 전반적인 내용을 알고 있는 것일 뿐 실제로 여행사 마케팅을 담당하는 분들은 정말 별별 이슈로 머리 싸매는 경우들 많을 겁니다. ROI가 정말 늦게 나오거나 안 나오는 업종 중 하나가 바로 여행업이 아닐까 싶거든요. 때문에 마케팅이나 판매율 촉진 쪽으로 난다 긴다 하는 분들 여행업 광고 손댔다가 두 손 두발 다드는 경우 많이 봤습니다. 아마 제가 나열한 여행상품의 성격을 너무 만만하게 본 것은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도 가끔 듭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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