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작은 여행사가 많은 이유

우리나라에는 약 2만 2천여개의 여행사가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관광진흥법 시행령에 따르면 여행업의 종류는 3가지로 나뉩니다.

가. 일반여행업 : 국내외를 여행하는 내국인 및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여행업[사증(査證)을 받는 절차를 대행하는 행위를 포함한다]

나. 국외여행업 : 국외를 여행하는 내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여행업(사증을 받는 절차를 대행하는 행위를 포함한다)

다. 국내여행업 : 국내를 여행하는 내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여행업

외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하려면 일반여행업만 가능합니다. 국외, 국내는 내국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제한사항이 있습니다.

https://cafe.naver.com/coseaair/51  벌써 사라진 여행사들의 로고가....ㅠㅠ 앞으론 더 얼마나 사라지게 될지...

그리고 나+다 조합으로 등록 가능합니다. 국내외 여행업으로 부르는데 내국인만 대상으로 하는데 국외랑 국내로 다 돌아다닐거다 하면 이렇게 여행사를 등록해도 됩니다.

우리나라에 사업체로 등록된 노래방이 약 3만개, 세탁소와 약국이 약 2만 3천개입니다. 이렇게 보면 여행사들이 발에 채일정도로 보일 법도 한데 주위에 둘러보면 여행사는 약국이나 세탁소처럼 눈에 잘 띄지는 않습니다. 이유는 여행사들은 특정 지역에 모여있는 경우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여행사가 가장 많은 곳은 중구 무교동 일대 + a 에요. 종로구청부터 시청까지 이 일대를 돌아다니다보면 빌딩마다 항공사, 여행사들 잔뜩 모여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일대에 하나투어, 모투두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다 모여있습니다. 그리고 하나투어나 모두투어, 한진관광 같은 대형 패키지사의 대리점이 아닌 이상 손님과 대면해서 상품을 판매하는 비율이 적다 보니 가두점보다는 대부분 건물 안에 자리하고 있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2021년 현재 등록된 여행업체 수, 디비리아

여행사가 이렇게 성업중인 이유는 창업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입니다.

퇴직을 하거나, 퇴사를 하거나 해서 창업을 알아보는 분들이 많은데 손쉽게 창업할 수 있는 것을 알아보는 분들은 보통 치킨집, 커피숍, 식당 등을 알아보시잖아요? 그래서 치킨집과 커피숍이 월급쟁이 퇴사자들의 퇴직금 무덤이라고 하는건지..... 그래도 창업하겠다 하는 분들 중 원래 장사하던 경험이 없던 분들은 안전하게 프랜차이즈 업종으로 시작하시는 분들도 많고요.

그런데 이런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서울에 하나 오픈하는데는 평균 1억 3200만원이 든다고 하네요. (보통은 평균보다 훨씬 더 듭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277&aid=0004701166

서울 프랜차이즈 창업 땐 평균 1억3200만원 든다

이런 업종이 아니라면 만약 약국을 열려고 하면 창업비용 + 약사가 있어야 합니다, 세탁소를 열려고하면 전문세탁기와 세탁 기능사 정도의 세탁기술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식으로 어떤 기술이나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경우에는 창업비+기술 또는 자격증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여행사는 혼자서 해도 되고, 자격증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정말 간단하게는 사무실이랑 컴퓨터, 전화기만 있으면 시작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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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여행업으로 사업자 등록을 낼 때는 개인사업자 또는 법인사업자로 내게 됩니다.

개인사업자는 관광사업자등록 -> 개인사업자 등록의 절차로 진행되고, 법인사업자는 법인설립 -> 관광사업자등록 -> 법인사업자 등록 순서로 진행됩니다.

일단 여행사를 하려면 사무실과 등록자본금이 필요합니다. 여행사는 스마트스토어처럼 집에서 사업자 내는 것은 안됩니다. 원래는 등록자본금이 규모가 좀 있었는데 몇년 전부터 여행사 창업 활성화를 위해서 나라에서 등록자본금을 50프로 줄여줬습니다.

기존 등록자본금이 일반여행업 2억원 이상이었던 것이 1억원으로 낮아졌고 국외여행업은 3천만원, 국내여행업은 1천 500만원 이상 있으면 창업이 가능합니다. 내가 창업을 하고 싶은데 돈이 별로 없으니 국내여행업으로 등록하고 내나라관광 상품만 우리나라 사람에게 팔겠다 하면 1,500만원으로 사업자 등록이 가능한겁니다. (물론 월세 별도, 공유오피스 쓰면 많이 안비싸요~) 그리고 국내+국외 여행업으로 낼거면 4,500만원이 있으면 됩니다.

작년 여름에 일반여행업을 종합여행업으로 바꾸고 자본금을 5천으로 내리니 어쩌니 하더니 아직 시행이 안됐나 봅니다. 아마 바뀌었으면 법령이 변경됐을텐데 찾아보니 그대로더라고요.

여기에 여행업은 상품사고가 터지는 것에 대비해서 영업보증보험을 가입해야 사업자 등록증이 나옵니다.

보험료는 일반은 1년에 20만원정도, 국외는 년 10만원 정도, 국내는 년 7만원 정도 나옵니다. 이건 매년 갱신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일반여행업 법인 등록기준 등기비 150만원 정도 발생합니다. (일반이면 등록비만)세무사 통하면 수임료 별도. 설립 후 매출이 많이 발생하면 기장 대행비 월 10만원정도씩 세무사사무실에 주면 됩니다.

여행업 등록 시 관광사업자를 별도로 받아야 하는데 이 때 3년치 영업계획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여행사 전문 세무사들이 양식 갖고 있으니 맞춰서 작성하시면 됩니다.

만일 내가 사는곳이 제주도다, 그럼 일반 3억 5천, 국외 1억, 국내 5천 이상의 자본금을 증명해야 합니다. 관광자원 섬 답게 자본금이 큽니다.

우리나라에는 일반여행업이 많은데, 자본금을 보면 프랜차이즈 차리는거랑 투자비가 별 차이 없는 것 같아 보이잖아요? 그런데 프랜차이즈 투자금은 전부 소진되는 금액인 반면 여행업은 좀 다릅니다. 여행업의 사업자 등록시 자본금은 잔고증명으로 제출하면 되는데요, 대표의 계좌에 이 금액이 1박 2일만 들어있으면 사업자가 나옵니다. 넣었다가 뺄 수 있는거죠. 만약 개인이 아니고 법인의 경우에는 이 돈을 빼면 횡령이 되는데요, 이걸 방지하려면 가지급금 처리하고 대표가 이자를 법인에 납부하면 됩니다. 그런데 여행사 처음 차리는 분들은 투자받아서 크게 시작하는 것 아니고는 법인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별로 없이 대부분 작게 시작하기 때문에 보통 개인사업자로 시작했다가 장사가 잘 되면 그때 법인으로 전환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만일 자본금을 그냥 잔고증명만 하고 빼면 실제로는 관광사업자+개인사업자(또는 법인) 등록세랑 사무실 임대료만 지출하면 됩니다. 어차피 프랜차이즈 가게를 내도 월 임대료는 발생하잖아요. 대신 프랜차이즈 가게들은 매일 매출이 발생할 수 있지만 여행상품은 프랜차이즈 상품들과는 판매성격이 다르기에 매출 발생시기까지 좀 시간이 걸립니다.

'내가 여행 잘 다니는 사람들의 모임을 몇 개 알고 있고 거기에 내가 핵심 멤버라 사람들이 내가 여행사 한다 하면 나한테 예약할거다, 나도 여행 많이 다녀봐서 여행 좀 안다' 하면 여행사 차리면 됩니다. 당장 큰 돈은 못벌어도 사장님 하실 수 있어요. ㅎㅎ 여기서 사업수완 좋아서 여행사가 커지면 돈 많이 버는거고요. 그렇게 시작된 여행사들이 벌써 2만여개입니다. 지금은 다음 카페나 네이버 밴드에서 이렇게 소규모로 모여서 여행을 다니다가 판이 커져서 결국 사업자 내고 영업하시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하지만 여행업도 출혈경쟁이 많기 때문에 사업자내기는 쉬워도 돈을 버는것이 힘들 수 있습니다. 여행다니는 사람의 모수는 정해져있는데 여행사가 그에비해 많고 또 대형 팩사로 많이 쏠리기에 작은 여행사로 그 수요를 가져오기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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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창업을 준비하다가 코로나 사태를 맞이하는 바람에 무기한 창업이 연기가 되었습니다만(차리기 회사차리기 전에 터져서 한편으론 다행이라고 생각도 했습니다) 이 시기가 지나고 나서 내가 여행사를 차리면 잘 될까... 전보다 두려운 마음이 더 큽니다. 그 전엔 잘 할 수 있다 생각했는데 코로나 사태를 겪고 보니 엄두가 안나는 것은 사실이에요.

생각해보면 여행업 만큼 시기를 많이 타는 업종도 없습니다. 전염병이 돌면 제일 먼저 직격탄을 맞고, 환율 영향도 제일 많이 받고, 사고가 터졌다 하면 다 돈으로 막아야 될 일들 투성이고... 우스개소리로 여행사 해서 집샀단 사람이 없는 것 보면 이 업으로 돈버는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게 업계 사람들끼리는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잘 되어서 집 사도 담보로 사라지는게 이 업의 현실입니다. 몇몇 대규모 여행사들 제외하고요) 때문에 요즘은 준비해두었던 창업 자금으로 다른 것을 할까... 남편과 많은 논의를 하는 중입니다. 그렇지만 저도 먹던밥이 여행밥이라 참 많이 고민이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