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팸투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인센티브 투어 이야기는 마무리할까 합니다. 사실 팸투어는 인센티브 투어 영역에 들어가는 것이 맞나 싶긴 하지만 인센티브 투어의 개념이 남의 돈으로 가는 여행이니까 그 맥락에서 보면 팸투어도 같은 카테고리로 보는 것이 맞겠네요.
팸투어의 영문명은 FAM(familiarization) tour 입니다. 정의는 - 지방자치단체나여행업체등이지역별관광지나여행상품따위를홍보하기위하여사진작가나여행전문기고가, 기자, 블로거, 협력업체등을초청하여설명회를하고관광, 숙박따위를제공하는일.- 이라고 나와있네요. 저는 여태 여행사들 상품 사전답사 + 친목도모용 투어인줄 알았는데.
여행업계에서는 이 용어가 굉장히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고 현재는 팸투어라는 말 보다는 서포터즈 투어 같은 것으로 대체되어가고 있습니다. 대상자도 변경되고 있고요. 한편으로는 여행사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어오던 팸투어라는 뜻과 현재 서포터즈 투어(광고 회사에서 진행할법한)의 뜻은 조금 다른 것 같기도 하네요. 어쩌면 지금이 팸투어의 원래 취지에 맞도록 조금 더 전문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이전에 팸투어는각 나라들에서 신규 관광지가 오픈을 하거나 어느 관광지로 직항이 뜨면서 그 곳의 여행상품 판매 증가가 예상되는 경우 현지 랜드사, 리조트 또는 호텔들, 그리고 그 나라 관광청이 예산을 마련해서 여행사 담당자들을 초청하는 투어를 칭했습니다.
예를들면 베트남 여행 하면 하노이랑 하롱베이를 구경하거나 다낭이나 나트랑 가서 쉬는 것인 줄 아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잖아요? 그런데 하노이-사파 구간 고속도로가 착공해서 완공을 앞두는 시점에 '사파'라는 지역이 들썩들썩 해집니다. 이 여행지가 패키지로 만들만한 숨어있는 관광지라는 판단이 되면 현지 여행사에서 사파 지역 답사 팸투어를 기획합니다. 워낙 한국사람들이 베트남에 자주 놀러다니니까 새로운 관광지를 선보여서 베트남에 또 오게 만드는거죠. 아직은 뜨는 관광지가 아니다보니 상품가도 저렴하게 공급이 가능합니다. 사파는 트래킹에 최적화 되어있는 곳이고 다랑이논이 이색풍경을 만들어내는 곳이에요.
현지에서 팸투어 상품을 만들어서 한국사무소에 연락을 하면 이제 한국 랜드사에서(없으면 그냥 현지 랜드가) 여행사들에게 연락을 합니다. 관광신문에 광고도 내고 거래처들에게 연락을 하고 해서 베트남 사파 패키지 팸투어를 한다고 알리는거죠. 대형 여행사들 동남아 담당자들, 베트남 전문 여행사들, 그리고 이곳은 트래킹이 유명해질 곳이니까 산악트래킹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들에 이 팸투어 예정 내용을 뿌립니다. 예전 팸투어는 말 그대로 '몸만 와서 우리 상품 보고 가서 잘 팔아주면 됩니다' 였는데 요즘은 항공은 오는 사람이 알아서 구매하고 지상비만 지원하는 경우들이 많더라고요. 그리고 전에 비해서는 팸투어는 정말 많이 사라졌습니다. 워낙 여행상품이 많이 만들어져 있다보니 예전처럼 잘 팔릴 것 같은 매력적인(돈이 될 법한) 신규 지역이 이제는 거의 없거든요.
일단 무료 팸투어는 경쟁이 치열합니다. 무료니까요. 그리고 이 신규지역들은 일단 공급가가 저렴하기 때문에 잘 팔릴 경우 여행사도좋은 이윤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지역들은 아직 유명해지기 전이라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담당자가 직접 다녀와 보는 것이 상품 판매할때 제일 좋습니다.
그래서 팸투어에 참석하려면 명함과 재직증명서를 제출합니다. 이 상품의 목적은 '이 지역을 잘 보고 가서 상품을 잘 팔기'이기 때문에 그 상품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는 채널 담당자가 와야 되니까요. 팸투어의 예산은 일종의 광고비 개념입니다. 그렇다 보니 상품이 잘 팔릴 것 같은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의 대형 패키지사 동남아 담당자들은 신청하면 그냥 바로바로 해줍니다. 판매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이는 여행사들은 팸투어에 잘 안뽑아주고요. 그렇게 선정된 사람들은 팸투어를 떠나서 여행사들끼리 인맥도 쌓고 판매할 지역들에 대해서 눈여겨 보고 상품 안내자료랑 선물같은 것들을 한보따리 안고 귀국합니다. 그리고 나서 이제 이 상품을 기획해서 각 회사들 사이트에 올려서 팔게 됩니다.
예전에는 비용부담이 없어서 팸투어가 금방금방 마감이 되었는데 요즘은 일부 자부담이 있다보니 신청률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팸투어로 나오는 것들이 1박 2일짜리들이 아니다보니 직원들이 업무를 하다가 나가야 되는 것이라 일정이 길면 길수록 실무 직원들이 긴 시간을 할애해서 나가는것은 좀 버거워합니다.
그리고 무료 팸투어의 최대 문제점은 노쇼입니다. 현지에서는 신규 상품을 열심히 홍보해서 잘 팔 것을 기대하며 담당자들이 온다고 실컷 다 준비해놨는데 갑자기 바쁘니 어쩌니 하면서 출발에 임박해서 노쇼를 내면 현지에서는 고스란히 그 손해비용을 떠안게 됩니다. 이런 일들이 자주 발생하다 보니 지금은 여행사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팸투어가 거의 사라지고 홍보 회사나 광고 회사를 끼고 SNS 인플루언서들에게 여행상품을 주고 그들의 채널을 사용해서 입소문을 타게 만드는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어차피 광고비로 나가는 돈이니 제대로 광고비를 써보겠다가 된 것이 아닐까 싶네요. 지원금을 많이 지불해왔던 관광청들도 이제 팸투어보다는 SNS 홍보에 더 치중하고 있고요.
전에는 팸투어를 다녀온 여행사 직원들이 자사 홈페이지에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다 해도 어떻게 제재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윗선에서 그 상품은 상품성이 별로라며 또는 자기들 회사랑 맞지 않는다며 올리지 말라 했다 하면 할 말이 없거든요. 아니면 만들어 놓고 판매가 되지 않는다고 하면 그 역시 어떻게 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 상황은 진짜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에요. 그러다 보니 어차피 써야 될 광고비 차라리 효과가 눈에 즉각즉각 보이는 광고전문 담당들에게 쓰는게 낫다고 생각하게 된 게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워낙 좋은 홍보채널이 많잖아요.
그리고 판매담당자들도 인터넷에 올라오는 정보들이 방대하기 때문에 굳이 시간을 많이 할애해서 그 지역을 다녀오지 않아도 자료들만 가지고도 판매가 가능하게 된 것도 팸투어가 줄어든 이유 중 하나입니다.
여행사 직원들은 무료로 진행되는 팸투어에 모두들 참석하고 싶어 합니다. 자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새로운 지역을 둘러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니까요. 그리고 직접 다녀왔을 때 훨씬 더 자신있게, 잘그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 팸투어의 좌석은 한정적이라 모든 직원들이 갈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번 팸투어는 누가 갈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말이 많았습니다. 직원을 내보낼 때 제일 먼저는 그 지역 담당자 중 신규 상품을 가장 잘 팔게 될 사람이 나가는 것이 맞겠지만 현장에서는 그냥 상사가 자기 마음에 드는 직원한테 선물 주듯이 보내주거나 본인이 데리고 가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때문에 어디 팸투어 한다더라 하면 신경전이 치열했습니다.
요즘은 오히려 팸투어가 없어져서 이런 눈치싸움은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한동안 팸투어가 활발할때는 내가 가야될 것 같은데 저 지역이랑 아무 상관도 없는 쟤를 왜 보내주냐 등등 말이 진짜 많았거든요.
그래도 팸투어 나가면 여행사들 담당자들끼리 한꺼번에 모여서 교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지금은 많이 사라져서 좀 아쉽습니다.